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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티투닷으로 정리한 '자율주행 개발' 지형도

2019년 같은 해 포티투닷·어라이벌 투자...올해 포티투닷엔 출자, 어라이벌 매각 결정

양도웅 기자  2023-08-29 11:37:18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포티투닷(42dot)과 어라이벌(Arrival). 2020년 미국 자율주행 업체인 앱티브(Aptiv)와 현지에 설립한 모셔널(Motional)을 제외하면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 역량 강화를 위해 대규모 지분을 투자한 눈에 띄는 기업들이다. 두 기업은 현대차그룹으로부터 2019년 같은 해에 최초 투자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은 두 기업에 상반된 결정을 내렸다. 포티투닷에 대해서는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출자 프로젝트를 개시했고 어라이벌에 대해서는 보유 지분의 98% 매각을 결정했다. 사실상 포티투닷 중심으로 자율주행 개발 체제를 재편했다. 이러한 결정에는 4년 동안 벌어진 포티투닷과 어라이벌의 경쟁력 차이가 존재한다.


◇포티투닷에 1조 투자 발표할 때, 어라이벌 지분 98% 매각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상반기 포티투닷에 각각 2077억원, 1384억원을 출자했다. 지난 5월 공시한 2025년까지 총 1조707억원을 출자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첫 단계를 계획대로 마무리했다. 3400억원 넘는 자금을 확보한 포티투닷은 우선 인재 확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전 산업군이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확보를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형 출자 프로젝트가 공시로 나간 이후 포티투닷의 송창현 대표이사·사장(사진)는 개인 SNS에 직접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소프트웨어와 AI로 정의하는 운송수단을 같이 만들어나갈 분을 찾고 있다"며 "개발과 서비스, UI/UX, PM, 전략 등 전반적으로 대규모 채용 중"이라고 전했다.

반면 같은 시기인 현대차와 기아는 또 다른 자율주행 업체인 어라이벌의 지분을 사실상 전량 매각했다. 보유하고 있던 어라이벌 주식 총 1637만2800주 가운데 1604만5344주를 팔았다. 전체 보유 지분의 98%다. 남은 주식은 32만7456주로 최근 종가인 1.64달러 기준으로 53만7027달러 어치다. 현 환율로 7억1000만원의 가치다.

2019년 현대차와 기아가 어라이벌에 최초 지분투자했을 때 취득단가는 한화로 주당 4400원이었다. 현 환율로는 3.32달러다. 4년 전과 비교해 어라이벌의 주당 가치는 오히려 절반 수준으로 오히려 떨어진 셈이다.

현대차는 어라이벌 이사(Director)로 근무하던 황윤성 상무도 불러들였다. 황 상무는 현대차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장으로 근무하며 어라이벌 이사도 겸했다. 국내 기업으로 하면 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지명위원회와 지배구조위원회 일원으로 현대차그룹 입장을 대변했다. 하지만 현재 어라이벌 이사회 명단에서 그의 이름은 빠져 있다.

(출처=구글 파이낸스)

◇포티투닷과 어라이벌 '4년간 벌어진 격차'

사실 어라이벌에 대한 기대치는 포티투닷 못지않았다. 현대차그룹이 최초 투자한 지 약 1년3개월 만인 2021년 3월 나스닥에 스팩 합병 방식으로 상장하면서 가치가 급등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합병 전후로 보유 주식 중 일부를 매도해 차익을 실현했을 뿐 아니라, 어라이벌 상장 이후 주가가 1000달러를 상회하면서 높은 평가이익도 거뒀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과 첨단 기술에 대한 선호도가 합쳐진 결과라고만 보기도 어려웠다. 어라이벌은 2019년 세계 최초의 완전 자율주행차 경주 대회에 참가한 두 팀 중 하나였다. 이미 어라이벌에 소형 상용 전기차를 주문한 기업도 있었다. 앞으로 PBV(목적맞춤형차량) 시장의 선두 그룹에 설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물류업체인 UPS에 공급할 전기밴을 시연하는 도중에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어라이벌의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이후 어라이벌은 이를 불식시킬 만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서 현재 주가는 1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자금난이 심화하면서 다른 스팩과 합병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찮아지고 있다.

포티투닷은 서울 상암과 청계천 일대에서 자율주행차 서비스인 'TAP!'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포티투닷은 어라이벌처럼 상장을 하며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끌지는 않았지만 2022년 2월 서울 상암에서 자율주행차 서비스(서비스명: TAP!)를 시작한 이후 서울 청계천, 여의도, 청와대, 용인 모빌리티뮤지엄 등지로 범위를 넓혔다. 자율주행 차량이 필히 갖춰야 할 안전성을 고도화하기 위해 차근차근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러한 차이로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상반기 포티투닷에는 대규모 출자를, 어라이벌에 대해서는 보유 지분 98%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을 포함한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을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에게 맡겼다. 송 대표는 현대차그룹의 SDV(Software Defined Vehicle)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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