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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위 톺아보기

출범 1주년 맞은 LS일렉트릭 보상위 '빛과 그림자'

ESG경영 의지 산물…보수한도 의결권자문사 '반대' 자초, 회장 연봉 '사내1위' 지속

박동우 기자  2024-11-18 14:43:56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인재다. 인적자원에 대한 보상체계에 따라 회사 내 사기와 '맨파워'의 위력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특히 경영진과 등기이사 보수체계는 객관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이사회에서 심의·의결이 이뤄진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보수위원회를 설치, 이사회 선진화를 꾀하는 곳도 있다. 기업별 임직원 보상정책과 보수위원회 운영방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오는 21일이면 LS일렉트릭 이사회 산하 보상위원회가 출범한지 '1주년'을 맞이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의 경영에 가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안고 발족한 보상위는 '임원 보수 산정의 객관성 확보'를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보상위 활동은 미약하다. 회의가 단 한 차례 열리는데 그쳤고 회의에서 결정된 이사보수한도에 대해 증액분이 과도하다며 의결권 자문사가 '반대'를 권고하기도 했다. '오너' 구자균 회장의 연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내 '1위'를 지켰다.

◇"인적자원 관리전문 사내이사 보강 계획"

LS일렉트릭 이사회가 보상위를 설치한 건 지난해 11월이다. 이사회 운영의 다양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한편 임원 보수를 산정하면서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취지에서 위원회 발족으로 이어졌다. 시장 참여자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가치를 중시하는 분위기에 대응하는 목적과도 맞닿아 있었다. 앞서 2021년 내부거래위를 ESG위로 확대 개편하고 2022년에는 ESG 경영 원년을 선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대목이 방증한다.

보상위는 ESG위와 동일하게 '6인 체제'를 채택했다. 사외이사 5명 전원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됐는데 이들 모두 ESG위원을 겸하고 있다. 보상위원장을 맡은 인물은 사외이사 김재홍 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사장이다. 1958년생으로 지식경제부 신산업정책관과 성장동력실장,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역임한 관료 출신 인사다.

다른 사외이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관료 이력이 두텁다. 1946년생인 윤 사외이사는 문민정부 당시 재정경제원 세제실장을 역임하고 참여정부 시절에는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최종원 서울대 글로벌행정발전연구소장, 송원자 수원대 경영학부 조교수,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등 학계 인사도 보상위 일원이다.


사내이사 4인 가운데 유일하게 보상위원을 맡은 임원은 김동현 ESG총괄 대표이사 부사장이다. LS일렉트릭은 올 5월에 공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사내이사가 보상위에 포함된 건 사외이사로만 (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보상정책 수립에 한계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인적자원 관리 분야에 전문지식을 갖춘 사내이사를 포함시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보상정책 수립에 기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S일렉트릭은 보상위에 연간 등기임원 보수한도를 심의하고 승인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임원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성과급) 책정 역시 위원회 의결사항으로 설정했다. 이외에도 임원 보상을 둘러싼 규정을 새로 마련하고 개정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회의 단 '한 차례' 그쳐, 오너 상여 '9억→44억'

하지만 지난 1년간 보상위의 활동은 미미했다. 위원회가 출범한 작년 11월21일부터 올 3분기까지 회의가 열린 건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올 3월에 회의를 소집하고 위원 전원 찬성으로 임원 장·단기 성과급 지급 건을 가결한 사례만 존재한다. 같은 기간 ESG위는 5회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 표결한 의안은 △대규모 내부거래 △RE100 가입 △2024년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 등 10건으로 보상위와 대조를 이룬다.

올 3월 주주총회에 상정된 이사보수한도 승인 안건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등기임원 보수한도를 지난해 100억원보다 50% 상향한 150억원으로 책정한 대목이 문제로 불거졌다. 주총 표결을 거쳐 원안 가결됐지만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반대를 권고했다. 당시 CGCG는 의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이사 보수한도 소진율이 46.98%로 높지 않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이사 보수한도 증액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보상위 출범 이후에도 오너가 받는 연봉이 사내 1위를 유지하는 점 역시 눈여겨볼 사항이다. 사내이사로 등기된 구자균 회장에게 올해 책정된 보수는 57억9300만원이다. 두번째로 많은 김종우 글로벌 사내독립기업(CIC) 최고운영책임자(COO) 연봉 7억9700만원과 견줘봐도 7배 넘는 격차가 드러난다. 지난해에도 구 회장이 받아간 보수가 35억6500만원으로 임직원을 통틀어 단연 많았다.

LS일렉트릭은 올해 구 회장에 대해 △기본급 7억5200만원 △역할급 4억5600만원 △직급수당 1억3400만원 등 13억4200만원의 연간 급여를 확정하고 매달 분할 지급 중이다. 직무, 리더십, 회사기여도 등을 종합 반영한 임원급여지급기준을 토대로 결정했다. 전체 연봉의 76.8%를 차지하는 상여 44억4800만원의 경우 계량·비계량 지표를 평가해 책정했다고 공시했다. 2023년 수령분 9억4500만원과 견줘보면 4배 넘게 불어난 금액이다.


인센티브 책정 배경에 대해 LS일렉트릭은 반기보고서 등을 통해 "계량지표로는 전사 영업이익 2784억원의 성과를 달성한 점을 감안했다"며 "비계량지표로는 어려운 사업 환경에서도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신성장 사업역량 확보에 주력해 미래성장 기반을 마련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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