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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LS는 전기 및 전자 관련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LS그룹의 지주회사다. 핵심 계열사인 LS전선, LS일렉트릭 등으로부터 받는 배당금과 상표권 사용료 등을 주된 수입원으로 한다. 작년 기준 연간 24조원의 연결 매출을 벌어들인다.
2008년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이사회의 운영 등 지배구조 안정화에 힘써왔다. 이사회 평가 결과 정보접근성, 참여도, 견제기능 분야에서 평균 3.4점 이상의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평가 개선 프로세스와 구성 분야는 평균 2점대의 아쉬운 결과를 나타냈다.
◇'정보접근성' 3.5점으로 최고점…참여도, 견제기능 3.4점 '선방'
THE CFO가 실시한 '2024 이사회 평가'에서 LS는 총점 255점 중 152점을 받았다. 이사회 평가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2023년 사업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분야에서 이사회 구성 및 활동 내용을 분석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분야는 평균 3.5점을 기록한 '정보접근성' 분야다. LS는 연간 사업보고서와 홈페이지를 통해 이사회와 개별 이사의 활동 내역을 충실히 알렸다. 올해 5월에는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했다.
주주환원정책을 사전에 충분한 기간을 두고 공시한 점도 높은 점수의 배경이다. 작년 6월 DART 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배당정책을 안내했다. 2025년까지 3년의 사업연도 동안 직전년 주당배당금 대비 점진적 우상향을 기본 방향으로 잡겠다고 밝혔다.
'참여도'와 '견제기능' 분야가 평균 3.4점으로 뒤따랐다. 작년 기준 정기 이사회는 6회로 적정한 수준으로 개최됐다. 이사회 구성원의 참석률은 88%로 80% 이상이다. 두 차례 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 사외이사 풀(pool)에 대한 관리 활동도 정기적으로 수행됐다.
'견제기능' 분야에서는 작년에 한시적으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제도'를 운영하며 좋은 점수를 받았다. 주주가치 제고 성과에 따라 임원의 보상 수준이 확대되는 제도다. 지급 시점인 2026년 4월 주가에 따라 최종 현금 지급액이 확정될 예정이다.
◇매출 성장에도 경영성과 '3.2점', 이사회 평가 시스템 '미흡'
경영성과는 평균 3.2점을 기록했다.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모두 5점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결과다. 총주주수익률(TSR)도 40.9%로 주가 상승과 배당 수익을 반영한 지표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LS그룹의 작년 연결 매출은 24조4807억원으로 전년 대비 39.96%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9017억원으로 전년 대비 60.98% 성장했다.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자기자본이익률은 9.03%를 기록해 주주의 자본을 비교적 잘 활용한 편이었다.
발목을 잡은 건 재무건전성이다. 부채비율이 170.29%로 높았다. 순차입금은 5조5964억원으로 EBITDA(1조3072억원) 대비 4.28배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은 2.3배로 낮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는 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사회 '구성'은 2.6점을 기록했다. 이사회 의장은 최대주주인 구자열 전 회장으로 사외의사가 아니다. 선임사외이사도 두고 있지 않았다. 상법상 의무설치 대상 소위원회(감사위, 사외이사후보추천위)를 제외하면 위원회는 ESG위원회 한 곳에 불과했다.
'평가 개선 프로세스' 분야도 2.1점으로 기대치를 하회했다. 이사회에서 이사회 활동에 대한 평가가 수행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사외이사의 재무전문성, 독립성, 활동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사회 활동의 적정성, 적격성을 가려내는 평가 과정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