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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숫자로 말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기반의 영업활동과 유·무형자산 처분과 매입의 투자활동, 차입과 상환, 배당 등 재무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THE CFO는 기업 집단이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하는 각종 숫자와 지표(Financial Index)들을 분석했다. 숫자들을 통해 기업집단 내 주목해야 할 개별 기업들을 가려보고 기업집단의 재무 현황을 살펴본다. 이를 넘어 숫자를 기반으로 기업집단과 기업집단 간의 비교도 실시해봤다.
국내 전선업계 시장점유율 상위 4개사 가운데 올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 '톱(Top)' 기업은 대한전선이다. 1270억원의 유입을 기록한 동시에 2021년 이래 3년 만에 다시 1분기 캐시플로(Cash flow) 흑자 규모 1위에 올라섰다.
비결은 '운전자본 조절'이다. 매입채무를 늘리면서 1300억원대 현금 유입을 인식했다. 영업활동에 따른 자산·부채 변동으로 지난해 1~3월 700억원 규모가 유출됐으나 올 들어 1000억원 유입으로 달라졌다.
◇영업활동 자산·부채 변동으로 1000억 인식 전선 4사가 공시한 분기·사업보고서 등을 살펴본 결과 올 1분기 별도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 순유입(+)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대한전선으로 1273억원이 유입됐다. LS전선(891억원), 가온전선(475억원)이 뒤를 이었다. 일진전기는 332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1~3월 기준으로 대한전선이 1위에 오른 건 511억원을 기록한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앞서 대한전선의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2년 -442억원과 2023년 -536억원에 잇달아 유출을 시현했다. 올해 영업현금 양전환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건 운전자본 통제다.
영업활동에 따른 자산·부채 변동으로 3개월 동안 996억원의 현금 유입을 인식했다. 737억원이 빠져나간 지난해 1~3월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올 1분기 운전자본 조절에 따른 현금흐름 창출분이 1000억원에 육박한 반면 순이익은 199억원에 그쳤다.
운전자본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매입채무의 증가가 단연 두드러졌다. 매입채무는 외상매입금과 지급어음을 포함하는 유동부채다. 전기동, 알루미늄 등 전력케이블 양산에 쓸 원재료를 먼저 들여오는 대신 거래처에 구매대금을 나중에 지급키로 하면서 발생한다.
올 1분기에 대한전선은 매입채무 증가로 1343억원의 현금 유입을 인식했다. 작년 1~3월 42억원과 견줘보면 32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1분기 말 매입채무 장부금액 역시 4000억원으로 2023년 말 2655억원 대비 50.7%(1345억원) 불어났다. 재고자산(-474억원)과 매출채권(-85억원)에서 559억원이 유출된 영향을 상쇄했다.
◇FCF도 대한전선 '1000억' 선두 LS전선 역시 대한전선처럼 운전자본 관리 전략을 구사했다. 재고부담을 경감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올 1분기 말 재고자산은 5811억원으로 3개월새 19.8%(1433억원) 줄었다. 지난해 3월 말 7522억원과 비교해도 22.7%(1711억원) 적은 규모다. 매입채무를 늘리는데도 주력했다. 2023년 말 4689억원보다 29.8%(1398억원) 많아진 6087억원으로 집계됐다.
4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를 시현한 일진전기는 운전자본 제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1~3월 영업활동 자산·부채 변동으로 589억원의 유출을 인식됐다. 매출채권이 늘면서 392억원이 순유출된 데다 매입채무 감소(-184억원)와 재고자산 증가(-157억원) 역시 복합 작용했다.
대한전선은 영업활동현금흐름에 국한하지 않고 잉여현금흐름(FCF) 역시 1029억원을 기록하며 가장 많은 유입분을 시현했다. LS전선이 696억원, 가온전선이 468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일진전기는 497억원 유출로 나타났다. FCF는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자본적지출(CAPEX)과 배당금 지급분 등을 차감한 값이다.
전선업계 상위 4사의 CAPEX를 살피면 대한전선이 24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1분기 228억원보다 7%(16억원) 늘었다. 그 외 LS전선은 올 1~3월에 194억원을, 일진전기는 164억원 집행했다. 가온전선은 7억원으로 집계됐다. 배당금 지급분은 4개사 모두 제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