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거버넌스 리빌딩

신도리코, 몸집보다 큰 현금성 자산…승계도 관건

①시총보다 보유 현금 2배 많은 저PBR 상태…승계에 따른 거버넌스 변화 불가피

이돈섭 기자  2024-11-13 08:16:38

편집자주

기업은 도전에 직면한다. 도전의 양상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다. 기업 이사회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까지 기업 이슈를 지적하는 곳은 많지만, 내외부 의견을 경청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벨은 파이낸스와 거버넌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목전에 둔 기업 면면을 조명, 기업 변화의 양상을 분석해본다.
신도리코는 사업과 거버넌스 등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은 쪼그라들고 있지만 신규사업을 통한 활로 개척은 묘연하다. 오너십 대물림이 원만히 이뤄지도록 그룹 거버넌스도 개편해야만 한다. 오너와 경영진을 감시하는 사외이사와 외부 투자자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 시가총액보다 많은 현금성 자산 활용 방안은

신도리코 재무제표 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금성 자산이다. 지난 6월 말 신도리코의 개별 유동자산은 8385억원이다. 1년 만기 안팎 금융상품으로 운용하는 단기금융상품 규모가 5222억원으로 유동자산의 62.3%를 차지하고 있다. 1577억원 규모 유동성 상품까지 합치면 비중은 81.1%로 커진다. 자산 1조원의 81%가 현금성 자산인 셈이다.

해당 현금성 자산 규모는 기업 전체 밸류에이션을 크게 웃돌고 있다. 12일 종가 3만9650원을 기준으로 산출한 신도리코 시가총액은 3996억원 규모다. 지난 6월 말 이후 현재까지 주가가 소폭 상승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신도리코는 자기 몸집의 2배가 훌쩍 넘는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4배다.

PBR이 낮은 원인은 다양하다. 우석형 회장이 이사회에 참여해 직접 의장직까지 맡고 있는 데 따른 거버넌스 이슈가 문제일 수 있고 수년간 비슷한 규모의 결산배당을 실시하고 있는 배당정책에 따른 불만일 수 있다. 최근 '종이 없는 사무실' 확산에 따른 업황 부진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최근 수년간 적자와 흑자를 오가고 있는 영향일 수도 있다.

신도리코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53억원이었다. 1년 전 22억원의 영업손실을 상당폭 만회했지만, 이는 직원 수 축소 등에 따른 비용 절약 성격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안팎에서는 신규사업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사무기기 제조 판매 외 신규 사업은 묘연한 상태다.

현재 이사회에도 경영학계 현직 대학교수들이 사외이사진으로 기용되고 있을 뿐 신도리코 사업에 대해 조언해 줄 수 있는 업계 전문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업황 자체의 후퇴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을 유동화해 주가를 부양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이 수반돼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우승협 전무 중심 거버넌스 구축에도 관심

거버넌스를 둘러싼 논란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신도리코는 올 초 임원 인사를 통해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의 장남인 우승협 신도리코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는 한편, 우 상무가 1년여 간 이끌어 온 미래사업실을 본부로 격상시켰다. 1994년생 우 전무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재무학 석사를 취득하고 2022년 신도리코에 입사했다.

시장에서는 우 전무의 부상이 오너십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 전무는 '우 전무→신도시스템→신도SDR→신도리코' 한 축과 '우 전무→비즈웨이엘앤디→신도SDR→신도리코' 한 축 등 지배구조 두 축 최상단에 일찌감치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직접 보유하고 있는 신도리코 지분은 0.1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 회장이 갖고 있는 신도리코 지분 11.78%를 포함해 신도시스템, 신도SDR 등 계열사 지분 등이 우 전무에게 어떻게 이전될지 그 방법과 시기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던 찰나 우 전무가 주요 임원진으로 떠오르면서 향후 경영권 변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55년생인 우 회장은 내년 고희(古稀·70세)를 맞이한다.

작년 한 해 우 회장과 그의 친인척들은 우 회장 모친인 최순영 전 신도리코 이사 지분을 상속받는 등 1세대 경영인 지분은 현재 모두 정리된 상태다. 우 회장 자녀 중 우 전무를 제외한 두 딸 행보와 신도리코와 그 계열사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여러 명의 특수관계인 향방 역시 거버넌스 변화 과정에서 어떻게 변화할지도 관건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기업 안에서나 밖에서나 일정 수준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이 변화 속에서 오너와 경영진을 감시하는 사외이사와 투자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도리코는 1960년 7월 신도교역으로 설립, 1996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내후년 2026년이 되면 코스피에 상장한지 30년 차를 맞이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