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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사업형 지주사 '동원산업', 이사회 개선은 현재진행형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 필요, 사추위 사내이사 포함·추천경로 불투명

김현정 기자  2024-11-07 15:34:54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동원산업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동원산업은 2022년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으로 새로운 사업형 지주사가 된 뒤 기업의 지배구조를 선진적으로 뜯어고쳤다. 오랜 관행으로 자리잡았던 대표이사의 의장직 겸직을 분리시킨 게 대표적이다. 현재도 김주원 사외이사가 동원산업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하고 있다.

다만 미비점도 여전히 다수 존재한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사내이사 박문덕 대표이사가 포함돼있으며 사외이사 추천 경로가 불투명했다.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감독하는 강력한 견제 장치인 만큼 독립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시스템도 마련돼있지 않아 이사회 개선의 길을 차단했다. 무엇보다 이사회 재임 기간 내 경영성과가 KRX300 기업 평균치를 하회해 특히나 낮은 점수를 받았다.

◇255점 만점에 133점, 6개 지표 중 '정보접근성' 선방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동원산업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33점으로 산출됐다.


동원산업은 ‘정보접근성’ 지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평균 5점 만점에 3.7점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이사회 활동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어 5점이 부여됐다. 케이스마트양식 신규차입을 위한 담보제공 승인의 건, 스타키스트(StarKist Co.) 채무보증 승인의 건, 동원로엑스냉장투 추가 담보제공의 건 등 의안 내용 설명이 구체적인 편이었다. 주주환원정책도 5개년치를 미리 공시해 주주들의 정보접근성을 도왔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금융감독원 DART 및 홈페이지에 게시해 접근 가능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여기서 미비점도 발견됐다. 2023년 10월에 2020년, 2021년 보고서를 올리고 2024년 2월에 2022년 보고서를 업데이트하는 등 보고서 게시가 지연됐으며 2024년 11월 현재 시점으로 아직까지 2023년 보고서는 올라오지 않았다.

‘구성’ 지표에서는 3.1점을 받아 보통 수준으로 평가됐다. 2022년 11월 동원산업이 사업형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까지 겸직하는 관행을 뜯어고쳤는데 이를 유지 중이다. 이사회 구성 측면에서 김주원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해 독립성을 확보했다. 이에 5점이 부여됐다.

4개 소위원회 중 3개 소위원회의 위원장을 사외이사가 맡아 해당 항목에서 3점으로 채점됐다.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위원장은 각각 김종필·윤종록·김주원 사외이사가 맡고 있으며 경영위원회 위원장은 박문서 대표이사가 역임 중이다. 한편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원에 박문서 대표(사내이사)가 포함돼있어 감점이 발생했다.

이 밖에 이사회 구성원이 성별·연령·경력 다양성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돼 4점이 부여됐다. 심현정 사외이사가 여성이고 40대인 만큼 해당 요건을 다수 충족시켰다. 더불어 김주원 사외이사가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카카오 공동체컨센서스센터장 및 부회장 등 타기업 경력을 보유해 동원산업 이사회의 경력 다양성을 제고시켰다.

‘견제기능’ 지표에서도 3.1점을 받았다. 내부거래위원회가 회사의 내부거래를 통제하고 있는 점, 감사위원회가 3인의 독립적 사외이사로 구성돼있는 점, 감사위원 중 1인(김주원 사외이사)이 공인회계사인 점 등이 이사회의 견제기능을 높였다고 평가됐다. 다만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회의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점이 감점을 유발했다.

◇대부분 지표 2점대 초반 및 1점대, 개선 필요

나머지 지표들은 2점대 초반 및 1점대를 받아 개선이 많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동원산업은 특히 ‘평가개선프로세스’ 지표가 2점으로 채점돼 미흡한 대목이 다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명시적인 이사회 평가 시스템이 없었으며 평가 과정이 없으니 평가결과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사업보고서 등에 공시하는 작업도 없었다.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이사의 재선임에 반영할 수도 없었다. 이사회 출석률 및 이사회 산하 위원회 기여도 등을 고려해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영하고는 있지만 객관적 평가 과정이 부재했다. 이에 평가와 관련한 다수 항목에서 1점이 부여됐다.

‘참여도’ 측면에서 평균 2.8점을 획득했다. 이사회 참석률이 86%인 데다가 기타 위원회 회의가 연간 9회 이상 열려 각각 4점, 5점이 부여됐다. 다만 감사위원회 회의가 3회로 다소 적었으며 감사위원회 지원조직이 없어 각각 1점이 주어졌다. 2023년 사외이사 교육도 1회로 미진한 수준이었던 만큼 2점으로 평가됐다. 동원산업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9월 사외이사에게 현장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동원산업 부산지역 사업장(선박, 물류센터, 가공공장) 방문 교육을 실시했다. 다만 DART 공시엔 2023년 사외이사 교육 실적이 없었다고 기재돼 정보접근에 있어 혼란을 야기시켰다.

모든 지표 중 최하점을 받은 것은 ‘경영성과’였다. 평균 1.7점으로 채점돼 전체 점수를 큰 폭으로 낮췄다. THE CFO는 경영성과 부문을 투자, 경영성과, 재무건전성 등을 시장 평균치 대비 아웃퍼폼했는지 살폈다. KRX300 종목 중 비금융 기업의 평균치를 냈고 지표의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지표의 상·하위 10% 기업은 제외했다.

동원산업은 경영성과 관련 항목 11개 중 9개가 1점으로 평가됐다. 1점은 평균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동원산업 매출성장률(-0.86%)과 영업이익성장률(-6.01%) 모두 KRX300 평균치(4.7%, -2.42%) 대비 낮았다. 지난해 동원그룹 식품 사업부문이 국내 소비침체에도 중저가 선물세트 등 상품 다양화 전략과 경영 효율화로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포장재 사업부문 등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역성장했다.

총자산이익률(ROA) 등도 평균치를 밑돌아 1점을 받았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01%로 평균치를 훌쩍 상회해 5점을 받았다.

투자 관련 항목에선 배당수익률이 3.3%를 기록, 평균치인 1.42%를 한참 웃돌아 5점을 받았다. 하지만 주가수익률(-32.04%), TSR(-29.8%)이 평균치(25.74%, 27.64%)를 크게 하회해 1점으로 채점됐다. 부채비율은 146.36%로 평균치(91.96%) 대비 상회하면서 1점을 받았다.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 배수나 이자보상배율도 평균치에 미치지 못했다.

동원산업은 2022년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으로 그룹의 새로운 사업형 지주사가 된 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장했다. 지난해 육상 연어 양식, 스마트 항만 하역, 이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투자를 이어가며 차입금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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