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이사회 경영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비판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사외이사들이 거의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다는 부분이다. 사내이사나 오너를 견제하지 못하고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거수기'라고 한다.
거수기라는 표현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한껏 담겨있다. 회의에서 본인의 의견이 없이 남이 시키는 대로 손을 드는 사람을 낮잡아서 표현한 말이다. 실제 공시를 봐도 반대의견을 표현한 경우가 매우 드물었던 만큼 사외이사를 만날 때마다 실제로도 그런지를 많이 물어봤다.
사외이사 대부분이 기업 활동 경험이 있어서였는지 열정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고 답변했다. 반대표가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안건이 올라오기 전 미리 의견을 충분히 교환하는 데다가 미비하다 싶은 것들은 보완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이사회에 참여하기 전에 고지한다.
결과적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기업 공시로 보는 이사회 안건들 대부분 당일에 통과가 될 만한 사안인 셈이다. 물론 국내 상장사는 2000여개 넘기 때문에 모든 기업의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류하고 건전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실제 오너나 사내이사가 원하는 대로 결정할 수도 있다.
다만 활발하게 의견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사외이사를 선정할 때 나름 품을 많이 들였다는 점이다. 한 사외이사는 외국의 유명 서치펌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해당 회사는 상당한 수수료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이사들의 강점이 겹치지 않도록 구성했고 오너가 경영에 대한 자문도 다각도로 요구한다고 했다.
또 다른 사외이사는 이유는 모르겠으나 여러 경로를 통해 사외이사 제안을 받았다고 했고 대기업이었기에 검증시간도 상당히 길었다고 했다. 여기에 실제 기업을 경영하는 등 실전경험이 많아야 회의의 질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도 했다. 성별이나 전문 분야의 다양성도 논의를 다각도로 이끄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한 기업이 이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에 따라 사외이사가 거수기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외부에서 보기엔 모두 비슷한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디테일이 다르다. 기업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채운 게 아니라 해당 기업에 부족한 장점을 가진 사외이사가 있는지를 들여다보자. 그 부분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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