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삼성SDI는 최고 경영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진이 본연의 견제 역할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마련했다. 각기 다른 업무를 관장하는 소위원회를 다수 꾸리고 위원장 자리를 대부분 사외이사로 채웠다. 경영 활동과 관련해 중요히 다뤄지는 여러 안건들을 세분화해 외부 전문가의 주도 하에 검토·처리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견제 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여러 보완 장치들도 함께 마련했다. 지난해 말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SDI는 그간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체제를 고수해 왔으나 내부 경영진 관리, 감독 측면을 더욱 보강하기 위해 동 신규 정책 도입을 결정했다. 올해부터 사외이사만 단독으로 참석하는 회의체도 새롭게 출범하며 사외이사진 중심의 능동적 의사 결정을 독려하고 있다.
THE CFO는 자체 이사회 평가 툴을 통해 삼성SDI 이사회 현황을 평가했다. 올해 5월 발간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및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삼성SDI는 이사회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 기능 △정보 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 성과)를 준거로 평가한 결과 총점 255점 가운데 184점을 획득했다.
삼성SDI 이사회는 각각의 역량을 기준으로 비춰볼 때 전반적으로 양호한 정도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익성이 위축되며 경영 성과 지표가 다소 미흡한 수준에 그쳤지만 나머지 지표들은 모두 평균~평균 이상 득점을 획득했다. 보드멤버(이사회 구성원)들이 회의에 빠짐 없이 참석하고 처리된 세부 안건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기술된 점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참여도·정보접근성 역량 지표는 전체 항목 중 차례로 최고 득점을 기록했다.
최근 특히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은 사외이사 활동 강화 영역이다. 이들을 이사회 전면에 내세우려는 시도가 여러 방면에서 감지된다. 소위원회 인원을 사외이사 중심으로 재편한 것이 주요한 변화다. 전년 초까지만 해도 내부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혼재돼 있던 몇몇 소위원회 구성이 오롯이 사외이사로만 채워졌다. 당해 반기 이후 해당 변화가 뚜렷이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이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보상위원회 등이다. 삼성SDI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경우 현재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사내이사 전원이 포진, 총 7명으로 구성돼 있었으나 이후 내부 경영진을 온전히 배재해 업무 독립성을 높이고자 했다. 보드멤버의 보수 수준을 결정하는 보상위원회 또한 기존 사내이사 1인 및 사외이사 2인 체제에서 지난해 중순 사외이사 3인 구성으로 변경됐다.
이를 통해 삼성SDI는 다양한 경영 안건들이 무게감 있게 다뤄지게끔 하고 있다. 이사회를 통해 모든 안건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산하 위원회를 다수 배치해 각 사안에 적합한 전문가들이 이를 처리토록 하는 식이다. 삼성SDI의 경우 상법 상 의무 설치 대상(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인 위원회를 제외하고 총 4개 조직체를 꾸리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경영, 내부거래, 보상, 지속가능경영 등 안건을 전담 처리하고 있다. 회의를 주재하는 위원장 직도 대부분 사외이사가 도맡고 있다.
다만 사외이사 선임 등 업무와 관련해 향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존재한다. 1차적으로 사외이사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에서 동 전문가를 어떻게 선별하게 됐는지 세부 배경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단순히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적합한 사외이사 후보군을 추린다고 기술하는데 그친다. 위원 가운데서도 최초 제안자가 누구인지 등 구체적인 전후 사정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사 후보 추천 작업에서 주주가 배제되는 한계 역시 내포한다.
내부적으로도 개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발간한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집중투표제를 포함해 이사 선임 과정에서 소액주주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사외이사 활동 객관성 담보 노력이 지속적으로 경주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을 선제 검토, 전체 의사 결정 과정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립 협의체를 출범했다. 지난 4월 사외이사 전원이 출석한 동 협의체가 본격 가동됐다. 삼성SDI도 사외이사만의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체를 대상으로 국내 사업장 방문을 정례화하는 등 지원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