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와 관련해 취재를 하다보면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연봉이다. 사외이사가 받는 연봉은 기업마다 천차만별이다. 더벨이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한 사외이사 연봉 결과를 보면 많게는 2억원, 적게는 1300만원대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이 억소리 나는 연봉을 지급하면서 사외이사는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내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할이 적은데도 고액 연봉과 의전까지 받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깔려있는 탓이다.
그렇다면 사외이사가 돈을 받지 않는 봉사직이라면 어떨까? 이 같은 비난에서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이같은 질문에 한 상장사의 사외이사는 보수는 책임과 연관된 것이라고 대답했다. 사람마다 보수 규모에 대한 적절성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가를 받는 이상 그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향후 이사회에서 내린 사안에 대해 소송이 걸렸을 때 무보수로 활동한 사외이사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겠냐는 질문도 덧붙였다.
다른 상장사의 한 사외이사는 비슷한 맥락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오히려 국내 상장사 사외이사들의 연봉이 더 높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분한 사례를 하고 그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글로벌 대형은행 사외이사의 경우 국내보다 3배 가량 높은 급여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들은 더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일년에 최소 한달반에서 두 달 가량은 사외이사 업무를 위해 할애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사외이사의 책임감이 단순히 연봉의 크기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외이사 본인의 마음가짐과 직무에 대한 진지한 태도다. 연봉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투명성과 윤리적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셰익스피어는 희곡 '헨리 4세'에서 권력에 집착하는 헨리4세를 겨냥해 이처럼 말했다. 왕관을 쓴 자는 명예와 권력을 지녔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는 의미다.
사외이사는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전문가다. 사외이사의 연봉은 그들이 감당해야 할 책임감의 무게이자 그 전문성과 경험에 대한 합당한 대가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물론 사외이사가 느껴야 할 연봉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