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사부터 자금 관리, 투자까지 '삼위일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CFO로 활약하는 인물은 한창수 경영지원부문장으로 2020년부터 올해까지 직무를 수행해왔다.
한 부문장은 인수·합병(M&A)과 사업재편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커리어를 개척했다. 역량을 인정받아 물류센터 개발사, 벤처캐피탈 등 계열사 경영으로도 보폭을 넓혔다.
◇'대규모 투자유치' 계기 CFO 직책 정립무신사가 CFO 직책을 처음으로 둔 시점은 2020년이다.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은 시기와 궤를 같이한다. 직전 해인 2019년에 무신사는 국외 투자사인 세쿼이아캐피탈로부터 19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구주 매입분 1000억원을 제외하면 9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한꺼번에 들어온 자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중요성이 대두됐다. 거액을 토대로 회사 성장에 필요한 인수, 사업 재편 등을 수행할 전문가도 필요했다. 무신사 경영진은 삼일회계법인에 몸담고 있던 한창수 회계사를 CFO 적격자로 낙점했다.
한창수 CFO는 1974년생으로 2000년대 안건회계법인에 입사하면서 경력의 첫 단추를 뀄다. 이후 삼일회계법인 산하 중소벤처기업 인수·합병(M&A) 지원센터 실무를 총괄하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2008년 참좋은여행이 첼로스포츠와 합병해 참좋은레저로 새롭게 출발하는 국면에서 자문 업무를 담당했다. 2012년 웅진코웨이 인수전 당시에는 재무 자문역으로 활약한 경험도 갖췄다.
다양한 딜(Deal)에 뛰어들어 자문을 수행하면서 한 CFO의 기업 네트워크가 두터워졌다. 2010년대 초반 이후 스타트업이 하나둘 출현하면서 그에게도 경영 일선에 뛰어들 기회가 다가왔다. 2015년에 출범한 옐로쇼핑미디어 CFO로 이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옐로모바일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부문을 물적 분할하면서 설립한 중간지주회사였다.
벤처기업 재무 임원 커리어와 인수 실무 경험을 겸비한 대목은 뒷날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무신사가 한 CFO의 남다른 전문성을 눈여겨보고 영입한 것이다. 합류한 이래 한 CFO는 사내 경영지원부문을 이끌었다
2020년에 발족한 경영지원부문은 인사총무실과 재무관리실 등의 산하 조직을 뒀다. 인사총무실은 △임직원 복리후생 △인건비 등에 초점을 맞췄다. 재무관리실은 △사업손익 검토 △자금 통제 △예산 계획의 적정성 검토 △예산 집행 내역 분석 등을 수행해왔다.
◇물류센터 개발, 벤처투자 '업무관여 심화'한 CFO가 단순히 안살림에만 주력한 건 아니다. 회계법인 근무 시절에 체득한 노하우를 살렸다. 대표적 사례가 2021년 여성 패션 플랫폼 운영사인 '스타일쉐어' 인수 건이었다. 2020년 말 별도 기준으로 무신사 현금성자산이 759억원에 불과했던 만큼 가용 자금을 제한적으로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묘수로 들고나온 건 '지분 스와프(swap)'였다. 스타일쉐어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과 무신사의 신주를 맞바꾸는 데 방점을 찍었다. 30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순탄하게 성사한 배경이었다.
역량을 인정받으면서 한 CFO는 계열사를 경영하는 수준으로 업무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2021년 12월에 에스에스여주PFV 대표로 부임한 뒤 이듬해 6월까지 직무를 수행했다. 에스에스여주PFV는 무신사가 물류센터 조성을 염두에 두고 론칭한 부동산 개발 전문 회사였다. 148억원을 들여 경기도 여주시에 자리잡은 부지를 사들였다.
올해 들어서는 벤처캐피탈인 무신사파트너스 대표를 겸직하면서 스타트업 지원의 깃발을 들어올렸다. 일찌감치 2020년부터 사내이사로 등기돼 운용사 내실을 확립하는 데 힘썼다. 이제는 패션 영역과 연관성이 뚜렷한 신생기업들을 발굴해 심사하는 과정의 최종 결정권자로 올라섰다. 무신사의 상장 목표에 부응해 어떤 투자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인지 한 CFO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