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국내 입지를 공고히 다진 무신사가 '상장'을 꿈꾸고 있다. 경영진은 내년 하반기 시장을 살핀 뒤 기업공개(IPO) 시점을 정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 전까지는 '두 가지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집중한다.
하나는 '밸류에이션 견인'이다.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개척하면서 내수 기업이라는 인식을 탈피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구상을 그렸다. '안정적 이익 실현 역량'을 입증하는 일 역시 해결할 숙제다. 판매관리비 등을 제어해 사업 내실이 탄탄함을 어필하고 중장기 투자 매력을 갖춘 회사로 거듭나는 관건이기 때문이다.
◇2024년 이후 'IPO 추진' 염두증시에 입성하는 과제는 무신사 경영진의 핵심 목표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투자사에서 거액을 조달하며 회수 방안으로 IPO가 부각된 대목과 맞물렸다. 2019년에 미국계 모험자본 세쿼이아캐피탈이 1900억원을 집행하면서 제시한 투자 조건이 '5년 이내 상장'이었다.
무신사 관계자는 "2024년 하반기의 시장 동향을 파악한 뒤 상장 적기를 판단하겠다"며 "다만 2019년에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설정한 '5년 이내 IPO' 조건은 의무 이행 사항이 아니고, 국내와 해외 중 어느 증시를 택할 것인지는 거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투자금을 유치하는 행보 역시 상장 로드맵에 탄력을 줬다. 무신사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산업은행, IMM인베스트먼트 등에서 4000억원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왔다. 투자 세부 조건을 협의하며 책정된 밸류에이션은 4조원 수준이다. 2019년 당시 평가받은 기업가치 2조2500억원과 견줘보면 4년새 1.7배 넘게 불어났다.
미래 상장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할 제일 과제는 '밸류업(value-up)'이다.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무신사 주식의 거래 가격이 한층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분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밑그림을 그려놓은 주주들의 이해와도 부합한다.
무신사 경영진은 해외 사업을 토대로 밸류에이션을 상향하는 방침을 택했다. 내수 시장에 의존한 성장이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감안했다. 앞으로 기업가치 산정 국면에서 글로벌 기업을 유사기업군(피어그룹)으로 선정해도 시장에서 충분한 타당성을 얻겠다는 계산도 깔렸다.
아시아·태평양 권역을 국외 시장 공략의 첫 무대로 낙점했다. 소비 여력이 탄탄한 중산층 인구가 두텁게 형성된 데다 대중문화 트렌드가 유사한 대목을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처음 기반을 다진 시점은 2021년으로 당시 무신사는 일본 법인을 설립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모바일 쇼핑 플랫폼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를 구축해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13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3월에는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몰 티몰글로벌에도 입점하면서 진출 권역을 넓혔다.
◇투자매력 지속 관건 '수익성 뒷받침' 판단안정적 이익을 실현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과업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시장에서 투자 매력을 계속 이끌어내려면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익 창출 수준이 현저히 악화하면서 위기의식이 형성된 영향도 작용했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은 2021년 16.7%에서 2022년 8.4%로 반토막 났다. 계열사 실적까지 반영한 연결 기준으로 살펴보면 12.7%에서 0.5%로 급락했다.
신사업 부진 외에 판매관리비의 과도한 증가가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별도 기준 판관비는 3664억원으로 2021년(1794억원)과 견줘보면 1900억원가량 불어났다. 1년새 104.2%나 많아졌는데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 60.3%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판관비 구성 항목 가운데 △인건비(급여·퇴직급여·복리후생비) △광고선전비 △지급수수료 등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집행한 인건비는 901억원으로 전년대비 96.5%나 늘었다.
790억원으로 나타난 광고선전비도 2021년 364억원과 비교하면 116% 넘게 확대됐다. 지급수수료도 2021년 377억원에서 2022년 715억원으로 89.7% 증가했다. 본업 수행에 따르는 비용이 지나치게 늘지 않도록 통제하는 노력이 이익률 상향의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