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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에 연금 전문가 속속 영입…한투운용의 복심은

연금시장 확대 속 종합운용사 유일, 성주호·김우창 교수 기용

이돈섭 기자  2024-09-09 08:59:08
자산운용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연금 시장이다. 퇴직연금 시장만 보더라도 2022년 296조원 수준이었던 적립금 규모가 1년 만에 13.8% 증가해 지난해 말 382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고령화 추세에 힘입어 개인연금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연금 시장을 둘러싼 각종 제도들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운용사 이사회 면면을 보면 연금 시장에 정통한 인물들이 여간해선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표적 연금 전문가를 지난해에 이어 속속 영입하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시도가 업계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시장에서는 장기적 사업 운영 관점에서 한투운용의 행보에 대해 호평하는 분위기다.

◇ 한투운용, 성주호·김우창 교수 등 연금 특화 이사진 기용

운용자산(AUM) 기준 상위 10개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이사회에 연금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기용하고 있는 곳은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유일하다. 한투운용은 지난해 3월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를 임기 1년 사외이사로 영입한 데 이어 올 3월 같은 기간 임기로 재선임했다. 보험계리학 박사인 성 교수는 연금계리·재무 분야에 정통한 인물이다.

한국연금학회 회장과 한국리스크관리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성 교수는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정부부처와 산하공단 등 각종 위원회 활동에도 참여하며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KDB생명과 신한라이프 등 보험사 사외이사로 근무했으며 현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성 교수와 함께 한투운용 사외이사로 일하는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도 연금운용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김 교수 역시 최근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등에서 정책 조언을 하는 등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 금융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지난 3월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한투운용이 성 교수와 김 교수를 영입하고 있는 데는 연금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운용사 이사는 "사외이사 역할은 질문을 통해 경영진이 사업 방향성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서 "이사 후보를 정하고 선임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중시하는 가치가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투운용 이사회는 최근 국민연금공단에 퇴직연금 사업자 지위를 부여해 퇴직연금을 국민연금과 함께 운용해야 한다는 시장 일각 주장에 대한 검토를 포함, 다양한 정책 이슈들을 검토했다고 전해진다.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는 2년 전 취임 시 운용업계 화두로 연금시장의 확대를 꼽으면서 대응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 배재규 대표 연금 사업 강조…타사 이사회는 전문가 기용 아직

한투운용은 이사회 산하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두고 임원과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관리하고 있다. 임추위를 구성하고 있는 이사는 모두 5명으로 배재규 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조준환 전무와 사외이사 3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배 대표의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된 대목이다.

이사진을 보강한다고 해서 기업에 가시적 성과가 담보되는 건 아니다. 국내 펀드 산업 구조를 생각하면 여러 이해관계자를 제쳐두고 운용사가 자체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한투운용이 연금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기용하는 시도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 이사회 면면을 보면 회계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인사를 기용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각 산업 기술 역량 보유자나 특정 업계 경영 전문가 등을 영입해 실질적 조언을 구하는 추세가 보인다"면서 "시장이 운용업계에 요구하는 전문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대에 부응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 이사회와 비교하면 그 차이점이 도드라진다. 일부 금융지주 산하 운용사는 지주 임원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키도 하는데, 그간의 커리어가 운용업 자체와는 거리가 먼 경우도 있다. 여전히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회계사와 변호사, 투자 및 펀드 관련 대학교수, 사회 저명인사 등을 사외이사로 기용하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가 ETF와 같은 특정 상품 경쟁에 혈안이 돼 있는데, 장기적 관점 확보 차원에서라도 이사회 다양성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회계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인사를 기용하는 것도 기업 관리 측면에 있어 중요하지만 미래 먹거리 사업의 업계 전문가 영입도 소홀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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