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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1분기 건설 경기 선행 지표인 수주와 건축 허가가 줄어 부진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건설업을 전방 산업으로 둔 기업들은 경기 변화를 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펴고 있다. THE CFO는 건축 자재, 시멘트, 레미콘, 도료 등 건설 후방 산업에 있는 주요 기업 재무 상황을 점검해 본다.
한일시멘트가 자본잠식 문턱에 있는 건설 자회사 '한일개발'로 자금을 풀었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한일개발 지분을 취득한 뒤 자본 확충까지 책임졌다. 지난해 시멘트업계 수위권 수익성을 보여주며 현금 창출력이 살아나자 계열 지원에 유동성을 할애했다.
한일시멘트는 올 2월 종속기업 한일개발로 200억원을 출자했다. 한일개발은 한일홀딩스그룹 내 종합 건설사다. 그룹 지배기업인 한일홀딩스는 한일시멘트 지분 63.54%를, 한일시멘트는 한일개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일개발은 지난해 한일시멘트 종속기업으로 들어왔다. 그해 5월 한일시멘트가 오너 일가 보유한 한일개발 지분 전량(100%)을 256억원에 매입했다. 창업주 3남인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은 한일개발 지분 23.7%를 허 명예회장 딸인 서연, 서희씨는 각각 한일개발 지분 38.1%를 한일시멘트로 넘겼다.
한일개발은 건축·토목·조경 공사 등을 영위하는 중견 건설사다. 지난 1분기 말 계약잔액 2592억원이다. 계약잔액 기준 주요 현장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532억원) △양주회천 A-25BL 아파트 건설공사 8공구(395억원) △잠원래미안플라자 재건축사업(312억원) 등이다.
한일시멘트는 2018년 7월 한일홀딩스에서 시멘트·레미콘·레미탈 등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한 그룹 주축 계열사다. 그해 3분기 한일홀딩스는 관계기업이었던 한일개발 지분 전량(48.9%)을 101억원에 매각했다. 이 때 한일개발 주주가 허 명예회장과 두 딸로 바뀌었다.
한일개발은 지난해 자본잠식 문턱에 섰다. 그해 말 자본총계(50억원)는 자본금(5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해 당기순손실(151억원)이 누적 이익잉여금(147억원)보다 컸다. 그해 매출(1368억원)보다 매출원가(1392억원)가 더 커서 매출총이익부터 손실(24억원)을 기록했다.
한일시멘트는 한일개발 지분 매입 뒤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본을 확충해줬다. 지난 2월 증자대금 납입 뒤 한일개발 자본금은 89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1분기 말 한일개발 자본총계는 251억원이다. 지난해 말 1815%였던 한일개발 부채비율은 지난 1분기 말 352%로 내려갔다. 한일개발은 올 1분기 매출 340억원, 순이익 1억원을 기록했다.
한일시멘트는 한일개발을 지원할 현금 창출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지난해 수익성을 개선해 별도 기준(이하 동일) 으로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했다. 지난해 한일시멘트 업활동현금흐름에서 유·무형자산 취득액과 배당금 지급액을 차감한 FCF는 전년 대비 흑자 전환한 912억원이다. 올 1분기 FCF도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 증가한 680억원이다.
지난해 시멘트 판매 가격 상승분이 실적에 반영되며 수익성이 살아났다. 지난해 한일시멘트 시멘트 판매 가격은 전년 대비 15% 상승한 톤당 8만9756원이다. 지난 1분기 한일시멘트 시멘트 판매 가격은 톤당 9만4787원이다.
수익성은 업계 수위권으로 올라갔다. 지난해 한일시멘트 영업이익률은 17.3%(2180억원)로 시멘트업계 7개사(△쌍용C&E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 △한라시멘트 △삼표시멘트 △성신양회) 중 1위였다. 올 1분기에도 한일시멘트가 영업이익률 18%(513억원)를 기록하며 6개사(한라시멘트 제외) 중 1위를 지켰다. 2022년에는 아세아시멘트가 영업이익률 15.5%(741억원)로 1위였다.
한일시멘트는 현금 창출력을 토대로 가용 현금도 늘렸다. 지난해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전년 대비 615억원 증가한 1445억원이다. 그해 FCF(912억원)와 차입금 순증액(52억원)으로 한일개발 인수대금(257억원) 등을 치르고 유동성을 쌓았다.
올 1분기에도 현금 보유량이 늘었다. 올 1분기 말 한일시멘트 현금성 자산은 전년 말 대비 669억원 증가한 2115억원이다. 올 1분기 FCF(680억원)와 차입금 순증액(165억원)이 한일개발 증자대금(200억원) 납입 등 투자 소요를 능가했다.
재무 안정성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1분기 말 한일시멘트 부채비율은 47%, 차입금의존도는 16%다. 부채비율은 2021년 말부터 50% 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