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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60여 년의 업력을 보유한 시멘트 생산 업체 '한일시멘트'가 가시적인 경영 성과를 거뒀다. 영업 성적이 크게 진작되며 관련 이사회 평가 항목에서 고득점을 획득했다. 제품 판매 단가 인상, 원가 관리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자구적 노력을 기울인 것이 재무 면에서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다만 지배구조 차원에서 내부 경영진에 무게 중심이 쏠려 있는 지점은 다소 미흡한 부분으로 꼽힌다. 사외이사 독자 활동은 별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부 전문가만 단독으로 참여하는 회의체가 없다 보니 이사회 역량 중 견제 부분에서 일부 감점이 이뤄졌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 대표 위원을 경영진이 맡고 있는 점도 감점 요소로 작용했다.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간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및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한일시멘트는 이사회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 기능 △정보 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 성과)를 준거로 평가한 결과 총점 255점 가운데 132점을 획득했다. 과반을 조금 넘겼다.
가장 고득점을 획득한 지표는 경영 성과 항목이다. 공통지표 각 항목 만점을 5점으로 보고 점수를 매겼을 때 동 항목은 3.4점으로 집계됐다. 정보 접근성 항목과 함께 유일하게 3점대를 기록했다. 나머지 지표들은 모두 2점대에 머물렀다.
경영 성과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획득한 것은 세부 항목 중 만점이 다수 잡혔기 때문이다. 총 11개 세부 항목 중 6개 문항이 만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익성 추이를 평가한 재무 지표들이 모두 고득점을 받았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등이 대표적이다.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뚜렷한 영업 회복세를 보였다.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10% 가량 증가한 246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기존 7.93%에서 13.7%로 뛰어올랐다. 실적 회복이 급진적으로 이뤄졌던 셈이다. 전년 말 연결 ROE는 KRX300 평균값 대비 약 4%포인트 더 높은 10.7%로 나타났다.
단가 조정 등이 실적 회복에 기여했다.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제품 단가를 일괄 인상했다. 기존 1톤당 7만7867원이었던 시멘트 가격을 전년 8만9756원으로 높였다. 시멘트를 기초로 만드는 레미탈과 레미콘 가격도 동 기간 18~23% 가량 더 인상했다. 그 결과 연결 매출 성장률이 21% 수준으로 반등했다.
영업 성적 회복 성과는 곧 주주 정책 강화로 이어졌다. 한일시멘트는 올해 초 총 554억원의 현금 배당을 집행했다. 주당배당금(DPS)을 전년 대비 38% 가량 더 높인 800원으로 설정했다. DPS가 예년보다 큰 폭으로 오르면서 배당수익률이 함께 반등했다. 그 결과 지난해 사업연도 기준 한일시멘트 배당수익률은 KRX300 평균값(1.42%) 대비 약 5%포인트 더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사외이사 정책이 다소 미흡했던 부분은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사외이사 독자 회의체가 전무했고 각각의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고려됐다. 현재 사외이사 개별 평가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재선임이나 보수 결정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한일시멘트는 이에 대해 "향후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외이사 평가 필요성이 증대되는 시점에 해당 시스템 도입을 고려할 계획"이라는 간략한 입장만 밝히고 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사내이사가 포함된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한일시멘트는 올해 3월 말 이사회 내 동 위원회를 신규 설치했다. 지난해 말 별도 자산총액 2조원 기준을 넘기면서 대규모 기업에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소위원회 설치 규정을 준수했다. 현재 위원장은 전근식 대표가 맡고 있다. 구성원 전원이 사외이사로 구성되지 않은 데다 대표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 감점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