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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시멘트, '시총 1조' 탈환…호실적에 돌아온 '사모펀드'

4거래일 만에 주가 10% 상승…"고배당 정책 유지할 것"

박완준 기자  2024-08-12 16:46:30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시가총액 1조원 탈환, 투자 심리 빠르게 회복'. 한일시멘트 주가가 이달 7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올해 가장 큰 상승 폭(종가 기준)을 기록하자, 시장에서 나온 평가입니다. 주가가 단기간에 10% 이상 치솟아 시가총액 1조원 클럽 복귀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한일시멘트는 올 초까지 1만3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1월 25일 52주 최저가인 1만1170원까지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습니다. 전방산업인 건설업이 지난해부터 불황에 접어들며 시멘트 출하량이 급감한 영향입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2000억원가량 줄어들어 773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한일시멘트 주가는 지난달부터 요동치고 있습니다. 52주 최저가를 찍은 지 다섯 달 만인 6월 5일 장중 1만6880원까지 치솟아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포항 영일만 시추와 관련해 정부에서 시추공을 보호하기 위해 시멘트로 암석과 파이프를 붙여주는 '시멘팅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한일시멘트 주가는 단기 상승에서 끝나지 않고, 지난달까지 1만4000원대를 유지했습니다. 지난해 시멘트 판매 가격을 톤당 6.8% 인상해 올 1분기 견조한 실적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상승세는 이달 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일시멘트 주가는 이날 장중 1만508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4거래일 만에 10% 이상 급등하며, 시가총액 1조44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상승세는 외국인 투자자와 사모펀드가 이끌었습니다. 4거래일간 외국인 투자자는 4만6578주를 순매수에 나섰고, 사모펀드도 3거래일 이상 순매수에 나서 3만6696주를 사들였습니다. 사모펀드가 1만주 이상 순매수에 나선 것은 지난해 4월 6일 이후 처음입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주가가 상승하자 순매도로 바뀌며 차익 실현에 나섰습니다.
최근 일주일간 한일시멘트 주가 흐름표.
◇Industry & Event

한일시멘트는 올 1분기 매출 4116억원, 영업이익 55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3871억원) 대비 6.3%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273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실적 상승 배경에는 시멘트 판매 가격 인상과 유연탄 가격 하락이 꼽힙니다.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10월 시멘트의 톤(t)당 평균 가격을 6.8% 인상했습니다. 반면 원재료인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1월 t당 357달러에서 올 4월 129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이에 한일시멘트의 매출총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1억원 늘어난 99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한일시멘트는 올 2분기 실적도 견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몰탈 사업부문의 높은 마진율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입니다. 몰탈은 간편히 물만 부으면 쓸 수 있는 즉석 시멘트로, 건축 마감용으로 사용됩니다. 지난해 한일시멘트의 몰탈 사업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4.2%로, 시멘트 9.9%, 레미콘 6.2%보다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유연탄 가격이 안정적인 부분도 긍정적입니다. 실제 유연탄 가격은 이달에도 13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에 증권가는 한일시멘트가 올 2분기 매출 5140억원, 영업이익 898억원을 거둬 전년 대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일시멘트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 1분기부터 시멘트 생산량과 출하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1분기 시멘트 생산량과 출하량은 각각 1049만t, 1053만t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6%, 13.3% 줄었습니다. 시멘트 재고도 129만t으로 전년(80만t)보다 60% 증가했습니다.

◇Market View

증권가는 한일시멘트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 건설업 불황 탓에 시멘트 출하량이 소폭 줄어들 수 있지만,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한 부분이 긍정적으로 평가됐습니다. 특히 몰탈 제품의 고유 브랜드 '레미탈'의 가파른 성장세가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한일시멘트가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목표주가를 다시 살펴본 증권사는 두 곳입니다. 두 곳 모두 한일시멘트의 목표주가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건설 업황 부진으로 주요 건설사와 시멘트사의 목표주가가 낮아진 부분과 반대 양상을 보였습니다.
BNK투자증권은 한일시멘트 목표주가를 1만7000원으로 유지했습니다. 올 1분기 레미탈 부문의 영업이익(245억원)이 시멘트(207억원)를 뛰어넘어 수익성이 강화된 부분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특히 한일시멘트는 국내 몰탈 시장의 약 65%를 점유해 차별화된 경쟁력의 근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선일 연구원은 "몰탈은 공정 중후반부에 주로 투입되기 때문에 건설경기 불황으로 인한 신규 공사 물량 감소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한일시멘트의 몰탈 제품 브랜드명인 레미탈은 몰탈 대신 통용될 정도로 존재감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증권도 한일시멘트 목표주가를 1만7000원으로 평가했습니다. 2021년 액면분할 이후 3년간 현금배당을 꾸준히 늘린 부분이 긍정적으로 평가됐습니다. 실제 한일시멘트는 2021년 540원, 2022년 580원, 지난해 800원을 배당해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제시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한일시멘트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준 상무보입니다. 신 CFO는 1969년생으로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는 1998년 한일시멘트에 입사해 회계팀장, 전략사업팀장, 재무팀장을 잇달아 역임한 재무통으로 평가됩니다. 산하에는 재무팀, 회계팀, 내부회계팀을 두고 있습니다.

더벨은 한일시멘트의 주가 상승 배경과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묻기 위해 이날 신 CFO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직접적인 멘트는 얻을 순 없었습니다. 대신 한일시멘트의 IR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일시멘트 IR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급등한 배경에 대해 "판매 가격 인상 및 원가절감 노력으로 전년 대비 실적이 우상향한 영향"이라며 "아울러 올해 주주환원을 위해 현금배당을 전년보다 220원 올려 역대 최대 시가 배당률(6.1%)을 기록한 탓에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주가 부양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관련해 "앞으로도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 1배 미만에 머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올 하반기 시멘트 출하 물량이 약 10~1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익성 확보를 1순위로 고려하는 전략을 꾀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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