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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분할합병 체크포인트

반복되는 역사, 지배주주 중심의 불공정 합병비율 논란

③비상장사 밸류 산정, 오너에게 유리한 설계 '연결고리'…과거 OCI, 동원그룹 사례도

김현정 기자  2024-07-26 14:59:02

편집자주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붙이는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일련의 개편 과정이 끝나면 계열사간 사업 전문성이 강화되는 동시에 그룹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에 대한 지주사 두산의 실질적인 지배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하기도 전에 가치평가 적정성과 지주사 두산의 편의적 지배력 확대가 논란이 되고 있다. THE CFO가 이번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의 문제점과 각 계열사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현재 논란의 두산 지배구조 개편이 현안대로 종결된다면 최대 수혜자는 ㈜두산의 지배주주가 될 것으로 시장은 바라본다. 무일푼으로 그룹 사업구조를 정비하는 한편 오너 일가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별다른 자금 조달 없이 알짜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과정에서 오너의 직접 지배가 없는 두산밥캣 및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저평가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기업간 합병 시 합병비율이 문제가 된 사례들은 여러 차례 있었다. 대부분 오너가 있는 기업들이었다. 특히 여기에 비상장사가 껴있으면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방식으로의 설계가 더욱 쉬워진다. 비상장사 밸류 산정을 통해서다. 과거 OCI그룹이나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당시 비슷한 논란이 일어났다. 이들은 결국 합병비율을 재산정해 논란을 잠재운 바 있다.

◇합병 최대 수혜자, 두산 지배주주...저평가 에너빌리티·밥캣 주주 반발 불가피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였던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합병시킬 예정이다. 로보틱스가 에너빌리티에 적정 대가를 지불하고 밥캣을 사오는 방식이 가장 깔끔하지만 해당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일차적으로 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밥캣 지분 46.06%를 품은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신설 투자회사와 로보틱스를 합병시킨다. 이런 식으로 밥캣 지분을 가져온 로보틱스는 포괄적 주식 교환으로 두산밥캣 지분을 100%로 늘린 후 밥캣을 상장폐지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에너빌리티 주주는 밥캣을 넘겨준 대가로 에너빌리티 주식 1주당 로보틱스 주식 0.03주를 받게 된다. 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갖으면 겨우 로보틱스 주식 3주를 받는 셈이다. 밥캣 주주는 밥캣 주식 1주를 내주고 로보틱스 주식 0.63주를 받게 된다.

에너빌리티 주주와 밥캣 주주는 만년 적자에 허덕이는 로보틱스 주식을 받는 것도 꺼려지는데 심지어 그마저도 너무 적은 양이 배정되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 교환비율이 가능케 된 데는 '에너빌리티 신설 투자회사'가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알짜회사 밥캣은 밖에선 5조원의 가치로 평가되는데 그 밥캣을 품은 신설 투자회사는 1조6000억원으로 자체 평가됐다. 신설 투자회사가 비상장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비상장사는 시장의 공정가치란 게 없기 때문에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섞은 본질가치법을 적용해 밸류에이션 할 수 있다.


두산그룹 지배주주들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사업구조를 재편할 수 있게 됐다. 그룹 캐시카우 밥캣의 유동성을 미래 성장동력 로보틱스가 그대로 흡수할 수 있게 되면서 적자기업 로보틱스의 밸류업에 물꼬가 틜 전망이다. 로보틱스는 현 재무구조가 문제가 많기 때문에 유상증자 필요성이 높았는데 추후 증자로 인한 오너 지분 희석 리스크 역시 사라지게 됐다.

알짜회사 밥캣에 대한 오너일가의 실질적 지배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오너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두산이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 지분율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결과적으로 두산밥캣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높아지게 된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이 실행되면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지분율은 기존 14%에서 42%로 크게 증가한다.

◇'오너일가 위한 설계' 삼광글라스 등 3자합병, 동원산업 합병 사례도

회사 합병 시 오너일가가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고평가되고 반대의 경우 저평가돼 오너 일가에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비율이 결정됐다는 반발은 두산그룹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2020년 OCI그룹 집단 내 SGC그룹에서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를 분할·합병한 지배구조 재편 때도 같은 논란이 있었다. 당시 산정된 합병비율이 삼광글라스에 불리하다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셌다.

코로나19로 주가가 악화한 상황에서 삼광글라스 투자부문은 당시 낮은 주가를 반영한 기준시가로, 이테크건설 투자부문과 군장에너지는 자산가치 및 수익가치 기반의 본질가치법으로 가치를 자체 평가해 합병비율이 결정됐다.

삼광글라스보다 이테크건설 및 군장에너지 지분가치가 더 높게 산정된 설계 이면엔 2세 경영권 승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었다. 이복영 삼광글라스·이테크건설 회장의 아들인 이우성 이테크건설 부사장, 이원준 삼광글라스 전무는 군장에너지와 이테크건설 주식을 각각 지니고 있어 해당 합병안이 실행되면 신설 합병법인의 지분율을 더 많이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후 해당 회사들은 결국 삼광글라스 투자부문의 기준시가를 높여 합병비율을 재조정하면서 합병절차를 마무리했다.

2022년 동원그룹의 상장사 동원산업과 비상장법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사례도 비슷하다.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자산가치 및 수익가치 기반의 본질가치법으로 평가돼 순자산 장부가 대비 1.3배로 고평가됐다. 반면 동원산업은 시가총액 방식으로 평가됐다. 다만 당시 시기적으로 주가가 많이 떨어진 탓에 동원산업 시총이 순자산 장부가 대비 0.6배로 저평가됐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과 차남 김남정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99.5%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었다. 반면 동원산업엔 오너일가 보유지분이 없었다. 이 때문에 오너 일가에 유리한 합병비율로 동원산업 소액주주들의 자산(주식)가지가 침해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동원그룹 역시 합병 발표 한 달 뒤 동원산업의 가치를 52% 상향조정, 합병비율을 재산정하며 논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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