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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분할합병 체크포인트

분할합병 강행, '잃을 것 없는' 두산의 선택

두산밥캣 실질적 지배력 두 배 가까이로 상승…두산로보틱스 신용등급 제고 유리

이민호 기자  2024-08-30 16:01:14

편집자주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붙이는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일련의 개편 과정이 끝나면 계열사간 사업 전문성이 강화되는 동시에 그룹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에 대한 지주사 두산의 실질적인 지배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하기도 전에 가치평가 적정성과 지주사 두산의 편의적 지배력 확대가 논란이 되고 있다. THE CFO가 이번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의 문제점과 각 계열사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두산그룹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간 포괄적 주식교환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앞선 단계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간 두산밥캣 분할합병은 강행하기로 했다.

이 단계까지만 성사돼도 지주사 두산은 그룹 최고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을 현재의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다. 또 북미지역 진출을 노리는 두산로보틱스의 신용등급을 제고해 조달 능력을 키워주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분할합병을 그대로 추진하면서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남아있다.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금감원을 납득시켜야 하며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분의 한도를 6000억원 이하로 맞춰야 한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현금 공급 계획도 필요하다.

◇두산밥캣 지배구조 개편 강행…캐시카우 실질 지배력 상승·신용등급 제고

두산그룹은 이번달 29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포괄적 주식교환 계획을 철회했다. 애초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 지분(46.06%) 전량을 보유한 신설법인을 인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가 이 신설법인을 흡수합병하고 두산로보틱스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밥캣을 완전자회사화한 뒤 최종적으로는 흡수합병하는 것이 이번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었다.


두산그룹이 포괄적 주식교환 단계를 포기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였던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이동하는 단계까지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진행된다. 두산밥캣 이동에서는 분할합병의 기존 계획을 그대로 따른다. 두산로보틱스의 신설법인 흡수합병은 다음달 25일 임시주총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두산밥캣 분할합병을 강행하는 데 대해 "원전 분야의 세계적 호황으로 전례 없는 사업기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생산설비를 적시에 증설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업재편으로 투자여력을 확보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으로서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붙이기만 해도 잃을 것은 없다. 지주사 두산이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그룹 최고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기존보다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두산의 지분율(30.39%)과 두산밥캣에 대한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분율(46.06%)을 고려하면 두산밥캣에 대한 두산의 실질적인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두산은 애초 기준시가법에 따른 두산로보틱스의 주당가치가 8만114원으로 두산밥캣(5만612원)보다 높게 형성된 점을 이용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현저히 늘리고자 했다. 두산로보틱스가 이같은 교환비율(1 대 0.6317462)로 두산밥캣 비지배지분 전량을 교환한 뒤 흡수합병하면 두산은 두산밥캣을 자회사화하는 동시에 지분율을 42%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포괄적 주식교환을 실시하지 않고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옮기기만 해도 두산밥캣에 대한 두산의 실질적인 지분율을 27%로 기존 14%보다 높이는 효과를 달성한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 지분 전량을 보유한 채 인적분할되는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가 합병하면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두산의 지분율이 기존 68.19%에서 59.20%로 하락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이는 신설법인이 비상장사이므로 본질가치법을 적용한 신설법인의 주당가치가 1만221원으로 합병비율이 1 대 0.127585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을 자회사화하기만 해도 신용등급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한 점도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2022년 5월 45억원을 출자해 완전자회사인 미국법인(Doosan Robotics Americas)을 설립했고 지난해 39억원을 추가 출자하면서 북미지역 진출에 힘을 싣고 있다.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해외 조달이 요구된다.

하지만 한 번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적이 없다. 지난해 10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4212억원의 공모자금을 끌어들였지만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탓에 현금을 꾸준히 까먹고 있다. 올해 상반기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3153억원으로 줄었다. 이마저도 자산총계(4492억원)의 70%가 현금성자산이다.

반면 두산밥캣은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자랑한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3899억원으로 역대 최대 성과를 올렸다. S&P는 올해 4월 두산밥캣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견조한 영업실적과 재무건전성 개선이 이유로 제시됐다.

◇분할합병 과제 산적…금감원 정정요구·주식매수청구 대응

두산그룹이 두산밥캣 분할합병은 강행하기로 한 만큼 아직 과제는 남아있다. 금융감독원은 신설법인 수익가치 산정에서의 보완을 요구한 상태다. 두산그룹은 신설법인 수익가치 산정에 기준시가법을 적용했는데 금융감독원은 현금흐름할인법과 배당할인법과의 비교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두산밥캣 분할합병을 위해서는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금융감독원과 투자자들을 납득시켜야 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두산밥캣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비지배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도 변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매수청구분에 대한 매수한도를 6000억원으로 제시했다. 매수청구분이 매수한도를 초과할 경우 분할합병 계약이 해제된다. 매수가액(2만890원)을 고려한 매수한도주수는 2872만1876주로 발행주식총수(6억4056만1146주)에서의 비중이 4.5%에 그치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다.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현금 공급 계획도 필요하다. 두산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는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을 자회사화하는 내용 외에도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큐벡스 지분 100% 전량을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에 넘겨 3709억원을, D20캐피탈(D20 Capital) 지분 100% 전량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겨 644억원을 각각 끌어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면 기준시가법으로 평가한 2조3371억원 이상을 챙겼겠지만 인적분할하면서 한 푼도 챙기지 못한다. 이 때문에 두산큐벡스와 D20캐피탈 지분을 내주고 거둬들이는 합산 4353억원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명분인 차세대 원전(SMR)과 가스터빈 육성을 위해 필수적이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올해 상반기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이 3128억원이므로 D20캐피탈 지분 매입대금(644억원)을 충당하는 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두산큐벡스 지분 매입대금으로 3709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는 지난해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이 1억원도 없으므로 조달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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