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는 당분간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힘든 재무 여건이다. 과거 큰 폭으로 유가가 내렸을 때 결손금이 조 단위로 쌓였기 때문이다. 석유 개발 사업 부문 영업손실과 석유·가스 개발 자산 손상이 겹쳐 순손실 규모가 커졌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연결 기준(이하 동일) 자본총계가 마이너스(-)1조348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2019년 말 5308억원이었던 자본총계가 이듬해 -1조1409억원으로 감소한 뒤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졌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8월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수립할 때 2027년까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순이익 예상액은 총 3136억원이다. 지난해 말 결손금(12조2489억원)을 만회하기에는 부족한 규모다.
석유공사는 석유 개발 사업 부문 매출 의존도가 높아 저유가 시기에는 이익을 내기 어렵다. 지난해 전사 매출액(3조2671억원) 중 90%(2조9542억원)가 석유 개발 사업 부문에서 발생했다. 석유 자원을 탐사·개발하고, 원유·가스를 판매해 벌어들인 매출이다. 나머지 8%(2643억원)는 석유 비축 사업 부문, 2%(506억원)는 기타 사업 부문에서 거뒀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16개국에서 32개 석유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생산량은 각각 원유 3412만배럴, 액화천연가스(LNG) 180만4000톤이다. 지난해 주요 매출처는 중국 석유천연가스공사 페트로 차이나(Petrochina, 5016억원), 영국 에너지 공급 업체 브리티시 가스(British Gas, 4604억원), 영국 석유 기업 BP(3563억원) 등이다.
석유공사는 평상시에는 석유 개발 사업 부문 광구에서 생산한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판매해 이익을 실현한다. 하지만 에너지 위기 또는 전시에는 생산물을 국내에 반입할 수 있어 공공재적인 성격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석유공사에 대규모 결손금이 쌓인 건 2015~2016년과 2020년이다. 당시 유가 큰 폭으로 하락해 조 단위 순손실이 발생했다. 순손실 규모는 각각 △2015년 4조5003억원 △2016년 1조1188억원 △2020년 2조4391억원이다. 2020년 말에는 결손금(12조2594억원)이 납입자본(10조5544억원)보다 커졌다.
석유 개발 사업 부문은 저유가 시기 판매단가 하락에 따른 영업손실과 자산 손상 등에 따른 영업 외 손실이 한꺼번에 발생했다. 2020년 석유 개발 사업 부문 매출액은 전년 대비 38% 감소한 1조6499억원이다. 그해 판매량이 13.6% 줄고, 판매단가가 29% 떨어지면서 줄어든 매출이다. 그해 석유 개발 사업 부문 영업손실은 92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손실은 영업손실보다 더 컸다. 2020년 석유 개발 사업 부문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손실은 4조870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연결 조정을 거친 전사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손실은 2조4345억원이었다. 추정 유가 하락 등으로 석유·가스 생산 유형자산에서 인식한 손상차손 1조4245억원이 영업 외 비용으로 잡혔다.
전사 기준으로 당기순손실 흐름 끊어낸 건 2022년이다. 그해 석유공사는 순이익 3130억원을 기록하며 12년 만에 흑자를 냈다. 지난해 전사 순이익은 1788억원이다. 석유 비축 사업 부문 수익성을 개선해 순이익을 거뒀다. 2021년 670억원 이었던 석유 비축 사업 부문 순이익은 2022년 3814억원, 지난해 3276억원으로 증가했다.
석유 개발 사업 부문은 지난해까지 순손실을 지속했다. 2022년부터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이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법인세 비용보다는 적었다. 석유 개발 사업 부문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이익은 각각 2022년 8416억원, 지난해 4359억원이다. 같은 기간 석유 개발 사업 부문 순손실은 각각 3480억원, 27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