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는 곧 기업집단의 정체성이다. 지배구조는 큰 틀에서 기업활동의 동기가 되며 크고 작은 재무적 결정의 배경이 된다. 특히 '재벌'로 불리는 국내 오너 기업집단 문화에서 오너 1인, 혹은 가문을 위한 지배구조 확립 과정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THE CFO는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변화 과정을 리뷰하며 기업이 뒀던 지배구조의 '한수'들을 되짚어본다. 이어 다양한 이유로 지배구조 개편이 유력한 기업집단에 대해서도 변화를 전망해본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컨버전스 부사장의 회사인 한화에너지는 그룹 최상위회사 '한화' 외 한화시스템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지분율도 12.8%로 최대주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46.73%)에 이어 2대 주주다. 한화시스템의 지분 가치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한화에너지의 보유 자산 가치도 높아지는 셈이다.
한화시스템은 2010년대 중반 삼성-한화그룹 간 빅딜 당시 한화그룹으로 넘어온 방산업체다. 전신은 '삼성탈레스'고 모체는 삼성전자의 방위산업부문이었다. 2000년 삼성전자와 프랑스 '탈레스'사가 합작해 설립한 삼성탈레스는 삼성과 탈레스가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화로 넘어온 이후 탈레스는 주주 명부에서 빠졌고 한화 측만 한화탈레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그리고 한화탈레스는 사명을 '한화시스템'으로 바꿨다. 이후 2018년 5월, 현재 한화에너지가 지분을 갖게 된 배경인 '한화시스템-한화S&C 간 합병'이 이뤄진다.
2018년 당시 한화그룹은 시장에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논란에 휩싸여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부회장의 한화에너지의 전신 한화S&C는 그룹 시스템통합(SI) 사업으로 그룹내 일감을 받으며 성장한 기업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후 에너지 발전 사업 등 여러 사업군으로 영역을 넓혔지만 그룹 내부 일감을 토대로 성장해 오너 일가들이 특혜를 봤다는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때 한화S&C는 문제가 됐던 SI 사업 법인을 물적 분할하고 지분 49%를 국내 사모펀드(PEF)인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한다. 이때 분할된 법인 이름이 '한화S&C'다. 기존 한화S&C 법인의 사명은 '에이치솔루션'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분할된 이 한화S&C가 한화시스템으로 합병된 것이다.
'에이치솔루션→한화S&C' 지배구도에서 한화S&C가 한화시스템에게 흡수합병됐기 때문에 에이치솔루션은 자연스럽게 한화시스템 지분 일부를 보유하게 됐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모습이다. 에이치솔루션은 훗날 자회사 한화에너지에 역합병됐기 때문에 한화에너지가 한화시스템 지분 12.8%를 보유하고 있는 그림이 완성됐다.
한화시스템은 그동안 기업공개(IPO) 등을 거쳐 매년 성장해왔다. 기존 사업인 방산부문에서 레이더·전자장비·해양시스템 등을 맡으면서 한화S&C가 영위하던 ICT 사업 부문까지 맡고 있다. 두 사업은 연관성이 딱히 없다고 평가받지만 2018년 합병 이후 여전히 한 지붕 아래에서 각자의 사업을 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한화시스템의 신사업이다. 도심 상공에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차세대 교통 체계인 'UAM'과 저궤도 위성을 중심으로 한 위성통신 사업, 블록체인과 AI 등 딥테크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플랫폼 사업 등 한화그룹에서 유망한 미래 사업을 일선에서 담당하는 법인이 바로 한화시스템이다.
한화시스템은 한화그룹으로 간판을 바꿔단 이후 2022년을 제외하면 매년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 작년의 경우 3분기 누적 연결 매출 1조6710억원, 영업이익 71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3%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하향세다. 2019년 말 연결 기준 한화시스템의 부채비율은 148.8%였다. 작년 9월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94.5%로 '양호' 수준으로 여겨지는 100% 미만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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