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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부회장 '핵심 자산'된 30년전 한화 정보사업팀

②한화S&C→에이치솔루션 거쳐 한화에너지로…작년 3분기 말 자산 11.4조 기록

박기수 기자  2024-01-17 15:31:36

편집자주

지배구조는 곧 기업집단의 정체성이다. 지배구조는 큰 틀에서 기업활동의 동기가 되며 크고 작은 재무적 결정의 배경이 된다. 특히 '재벌'로 불리는 국내 오너 기업집단 문화에서 오너 1인, 혹은 가문을 위한 지배구조 확립 과정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THE CFO는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변화 과정을 리뷰하며 기업이 뒀던 지배구조의 '한수'들을 되짚어본다. 이어 다양한 이유로 지배구조 개편이 유력한 기업집단에 대해서도 변화를 전망해본다.
한화그룹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물려받을 인물로 여겨지는 김동관 부회장은 최상위 회사 한화의 지분을 승계 받는 과정에서 한화에너지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 부회장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에너지는 작년 3분기 말 연결 기준 자산총계 11조4097억원을 기록했다. 관계사인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자산총계를 합하면 한화에너지 계열은 단독으로 재계순위 20위권인 대기업집단이다.

THE CFO는 <더 거버넌스>를 통해 한화에너지의 성장 스토리를 살펴봤다. 취재 중 알게 됐던 사실은 자산 11조원 규모의 대기업인 한화에너지의 시초가 한화 내 조그마한 사업팀이었다는 점이었다. 한화에너지는 2000년, 2010년대를 거쳐 그룹의 핵심 사업 일부를 직접 도맡으면서 김 부회장이 승계 과정에서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부회장의 승계 시나리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던 셈이다.

◇한화에너지는 어떻게 성장했나

시간은 1990년으로 돌아간다. 한화는 사내 통합 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해 담당 팀인 '정보사업팀'을 발족한다. 그룹사 전산 통합을 목적으로 세워진 이 팀은 그룹 일감을 바탕으로 자체 성장하면서 2001년 3월 말 자본금 30억원의 단독 법인으로 거듭났다. 이 법인의 이름은 솔루션(Solution)과 컨설팅(Consulting)을 담당한다는 뜻의 '한화에스앤씨(한화S&C)'였다.

설립 당시만 해도 한화S&C의 주주 구성은 한화(66.67%)와 김승연 회장(33.33%)이었다. 그리고 4년 뒤인 2005년 6월, 한화S&C의 주주 명부에 3세 3형제의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당시 한화는 보유 지분을 김동관 부회장에, 김승연 회장은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김동선 한화로보틱스 부사장에 매각한다. 당시 한국 나이 기준 23세의 김동관 부회장은 은 20억4000만원에, 21세·17세였던 김동원·동선 형제는 각각 500억원에 한화S&C 지분을 매입했다. 당시 한화S&C의 1년 매출은 1222억원을 기록했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부사장

현재 3형제 지분율인 50%·25%·25% 구도가 된 것은 2007년 말이다. 계열내 일감 외 SK C&C와 LG CNS 등 국내 피어 그룹의 일감을 따내는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던 한화S&C는 약 135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여기에 김동선·동원 형제가 절반씩 참여했다. 이후 현재의 지분 구도가 됐다.


◇개발사업·태양광·삼성 빅딜 참여 '광폭 행보'

지분 구도를 갖춘 한화S&C는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2007년 말 산업은행, 당진시(당시 당진군)과 공동 출자해 당진군 송악면 일원에 660만㎡ 규모의 첨단복합도시 조성을 위해 '당진테크노폴리스'를 설립했다. 당시 법인의 지분 65%를 차지했던 한화S&C는 국내외 경제상황 악화와 당시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2008년 한화S&C는 열병합 발전 사업에도 나섰다. 한화S&C는 한화건설과 각각 7:3 비율로 출자해 '한화종합에너지'를 세웠다. 이 법인은 군장열병합발전으로 이름을 바꾸고 2008년 한화석유화학(현 한화솔루션)에서 분할됐던 '여수열병합발전'의 지분 49%를 취득했다. 한화S&C가 군산시와 여수시에 열병합 발전 사업에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2010년 군장열병합발전은 여수열병합발전 지분을 쥐고 있는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인적 분할됐고 한화S&C는 투자 부문을 흡수합병하면서 '한화S&C→군장열병합발전·여수열병합발전'이라는 지배구조가 구축됐다. 그리고 2012년 여수열병합발전이 군장열병합발전을 흡수 합병하면서 하나의 회사가 됐고 '한화에너지'가 탄생했다.


한화S&C가 이렇게 성장하는 동안 한화그룹은 2011년 4월 태양광 발전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전사업을 전개할 신설법인 '한화솔라에너지(훗날 한화큐셀코리아→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 부문)'를 세웠는데 여기에 한화S&C도 지분을 일부 태웠다. 이외 한화S&C는 한화에너지를 통해 자체적으로 미국·유럽 지역의 태양광 발전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말, 한화그룹의 덩치를 크게 키우는 계기가 됐던 삼성과의 '빅딜'에도 한화에너지가 참여했다.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임팩트)를 인수하는데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 외에도 한화에너지도 참여했다. 심지어 한화에너지가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39.16%를, 한화케미칼이 36.04%를 인수해 한화에너지가 1대 주주로 올랐다. 현 한화임팩트의 지분 구도는 한화에너지 52.07%, 한화솔루션 47.93%로 한화에너지가 여전히 1대 주주다.

◇모태 사업 매각과 에이치솔루션 탄생, 이후 역합병 '한 수'

빅딜을 추진했던 2015년은 한화S&C에게 유쾌한 한 해만은 아니었다. 2015년 국회에서 한화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졌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에 착수했다. 내용은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S&C에게 시스템통합(SI) 관련 일감과 이익을 몰아줘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었다. 이는 5년 간의 조사를 거쳐 2020년 8월 무혐의 결론이 났다.

다만 한화S&C는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우선 한화S&C의 모태 사업인 SI 사업을 물적 분할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S&C의 사명은 '에이치솔루션'이 됐고 SI 사업 부문 법인명은 '한화S&C'가 됐다. 이후 에이치솔루션은 한화S&C의 지분 44.6%를 사모투자펀드(PEF)인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다.

그리고 이듬해 한화S&C는 한화의 손자회사이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였던 한화시스템에 합병됐다. 3형제 입장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피하면서 빅딜로 사왔던 유망 기업인 한화시스템의 지분을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보유할 수 있게된 셈이었다.


일감 몰아주기 이슈가 진행되는 동안 열병합·태양광 에너지 법인으로 거듭난 '한화에너지'와 삼성에서 사온 고순도 테레프탈산 화학 법인이자 향후 해외 투자의 첨병 역할을 맡은 '한화종합화학', 한화종합화학의 기초화학 합작 자회사인 '한화토탈(현 한화토탈에너지스)'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2021년 10월 현 지배구조를 만든 사건은 에이치솔루션-한화에너지 간의 역합병이었다. 군장·여수열병합발전의 합병 법인으로 출발한 한화에너지는 에이치솔루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완전 자회사였고 역합병 이후 3형제는 에이치솔루션 대신 한화에너지를 직접 50%·25%·25%씩을 지배하게 됐다.

이후 한화에너지 계열은 한화오션 지분 인수에도 참여하면서 자체 자산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한화에너지 계열인 한화임팩트의 자회사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싱가포르, 한화컨버전스는 한화오션의 지분을 총 11.57%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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