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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CFO 서베이

자금조달·공급망 돌파구 '해외'서 찾는다

④응답자 55% "글로벌에 집중"…자본 리쇼어링, 원료확보 제휴노력 가시화

박동우 기자  2023-11-09 09:57:03

편집자주

대한민국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엔데믹 시대의 첫 발을 뗀 2023년을 어떻게 헤쳐왔을까. 또 급변한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FO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CFO들의 현장 목소리를 담았다.
※ 해당 기사는 THE CFO 등록 CFO를 대상으로 2023년 10월 이뤄진 설문에 바탕해 작성했으며 아래와 같은 질문이 활용됐습니다.

Q 향후 3년간(2024~2026년) 성장을 위해 가장 집중할 영역은?
Q 향후 3년간(2024~2026년) 경영효율 극대화를 위해 집중할 영역은?




국내 주요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2명 중 1명은 앞으로 회사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글로벌 영역에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국외에 진출해 생산 인프라를 세우고 영업기반을 확충하는 전사 경영전략에 부응하는 취지다.

일찌감치 CFO들은 자금 조달과 공급망 구축의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았다. 배당을 발판 삼아 외국법인에 쌓여 있는 자금을 국내 본사로 돌린 '자본 리쇼어링'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외기업과 제휴하며 원료 확보 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노력도 이어졌다.

◇전사 사업확장 전략 부응, 블록경제·신산업 영향

THE CFO가 국내 주요기업 CFO 1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3년간(2024~2026년) 회사 성장을 촉진할 방안으로 '글로벌 신시장 개척'을 제시한 답변이 가장 많았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5%(87명)가 선택했다. △운영효율 극대화(50%) △인재 확보(43.8%) △국내외 전략적 제휴(36.3%) 등이 뒤를 이었다.


재무총괄 임원이 글로벌 개척 의제에 관심을 드러낸 것은 회사의 사업확장 전략을 중요하게 인식한다는 방증이다. 연간 예산을 짜고 이에 맞춰 유동성 확보 방안도 설계하기 때문이다. 자금 배분과 집행의 우선순위를 가려내려면 전사 차원의 경영비전과 로드맵을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필요성이 한층 커진 배경으로 '블록경제(bloc economy)' 트렌드가 거론된다. 경제 안보를 내세워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이 속속 등장한 상황과 맞물렸다. 북미권역에 공장을 둔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배터리 제조사들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덕분에 올 들어 9월까지 8036억원의 세액공제 효과를 누렸다.

인공지능(AI), 친환경차 등 신종산업이 부상하는 흐름도 영향을 끼쳤다. 우수한 인적자원을 수혈하고 최신 기술개발 경향을 습득하려면 영미권에 사업 거점을 갖추는 과제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현대차는 2021년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데 이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 'HMGMA'를 건립 중이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CFO는 자금 배분과 집행 계획을 세우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회사 사업전략을 둘러싼 이해가 필수"라며 "경영진이 공유하는 미래사업 지향점이 글로벌 시장에 맞춰져 있으니 재무임원도 해외에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해외→국내 배당, 조인트벤처 설립 '현재진행형'

글로벌 영역을 회사 성장 디딤돌로 활용하는 구상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재계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업집단이 현대차그룹이다. 배당지급 방식으로 해외법인 유보금 59억달러(7조8000억원)를 국내 본사로 끌어오는데 방점을 찍은 자본 리쇼어링 계획을 올 6월에 발표했다. 이렇게 얻은 재원은 전기차 분야 투자를 강화하는데 기여했다.


자본 리쇼어링은 해외 자회사에 쌓여있던 이익잉여금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배분하는데 기여한 조치였다. 주요기업 CFO들은 세법 개정을 계기로 해외법인이 국내로 반입하는 자금의 95%에 대한 세금 부과가 면제된 대목을 놓치지 않았다. 삼성전자도 올해 상반기 21조8457억원을 해외에서 국내 본사로 배당하며 설비투자 동력을 확보했다.

앞으로 3년 동안 경영효율을 끌어올릴 방안으로 CFO들은 ‘프로세스 혁신’을 가장 많이 거론했다. 전체 응답자의 50%가 선택한 답변이다. ‘디지털 전환’에 힘을 쏟겠다는 응답이 38.8%로 뒤를 이었다.

프로세스 개선과 디지털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는 기업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중국 난징, 미국 미시간주와 애리조나주 등에 생산 거점을 조성했는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공정 생산성을 향상하는 효과를 얻었다. 설비 이상을 미리 탐지해 알리는 예지보전 알고리즘, 인공지능(AI)이 제품 이미지를 학습해 불량품을 검출하는 체계를 현장에 적용한 덕분이다.

CFO들은 제품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차원에서도 해외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모양새다. 향후 3년간 운영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CFO 응답자의 30.6%는 공급망(SCM) 효율성을 개선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글로벌 구매·조달 전략 혁신'에 힘을 싣겠다고 답변도 26.9%로 나타났다.

원료 확보의 연결고리를 찾는 방안은 해외기업과 제휴에 달렸다. 2차전지 소재 제조에 잔뼈가 굵은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8월 필리핀 기업 NPSI(Nickel Prime Solutions)과 조인트벤처를 세우기로 뜻을 모았다. 현지에서 만들어진 니켈혼합물을 국내로 가져와 양극재를 제조하는 구상을 그렸다.


*2023 CFO 서베이는
THE CFO는 홈페이지 www.thecfo.kr에 등록된 CFO를 대상으로 2023년 10월12일(목)부터 26일(목)까지 진행했습니다. 응답자는 설문 대상 432명 중 159명으로 응답률은 36.8%입니다. 응답자 159명의 소속 기업은 매출 기준으로 10조원 이상 24곳(15.1%), 5조~10조원 미만 21곳(13.2%), 1조~5조원 미만이 57곳(35.8%), 5000억~1조원 미만이 15곳(9.4%), 5000억원 미만이 42곳(26.4%)입니다. 온라인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문지는 조영균 산업정책연구원 교수와 공동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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