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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다이내믹스 CFO에 대한 현대차의 '무한신뢰'

소프트뱅크가 선임한 바버 CFO 유임...중장기 프로젝트 'IPO' 주목

양도웅 기자  2023-08-03 08:05:18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미국의 로봇 제조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투자한 곳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곳이다. 2021년 6월 투자 당시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규모 자체도 그렇지만 정의선 회장이 직접 지분 20%를 인수했다는 점만으로도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정 회장은 2020년 회장으로 취임한 뒤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분 인수와 인수합병(M&A) 투자를 확대했다. 하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 사례처럼 직접 투자자로 뛰어들지는 않았다. 그만큼 오너를 포함한 전사 차원에서 큰 기대를 갖고 있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낯설지 않은 바버 CFO

이러한 기대는 현대차그룹이 인수 이후에 보스턴다이내믹스 경영진을 교체하지 않은 점으로도 확인된다. 일례로 현대차그룹이 인수하기 전인 2020년 2월 당시 대주주인 소프트뱅크그룹이 선임한 아만다 바버(Amanda Barbour)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그대로 유임시켰다.

일반적으로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CFO는 새로운 대주주가 가장 빠르게 교체하는 자리다. 새로운 대주주 아래에서 회사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했다는 점을 상징적이고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인력 변화가 CEO와 CFO 교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기존 CEO(로버트 플레이어)와 CFO에 신뢰를 보냈다.


현재 4년차를 맞은 바버 CFO는 2020년 2월 보스턴다이내믹스로 오기 전까지 '테크와이즈그룹'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1년 넘게 일했다. 테크와이즈는 IT 기반의 기술 컨설팅 기업이다. 테크와이즈 CCO 전에는 '코드만트라'에서 부사장으로 2년 넘게 재무 업무를 담당했다. 코드만트라는 지능형문서처리 솔루션 기업이다.

다양한 IT기업에서 재무와 사업운영 업무를 경험한 바버 CFO에게 보스턴다이내믹스 CFO 자리는 낯설지 않다. 또한 그는 보스턴 소재의 니콜스칼리지(Nichols College)에서 회계를 공부했다. MBA 학위도 니콜스칼리지에서 취득했다. MIT대 교수가 창업해 보스턴에 기반을 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여러 면에서 교집합이 있다.

◇우선 업무는 'FP&A(재무계획 수립과 분석)'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업 분야는 로봇 제조다. 로봇개 '스팟'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담은 영상이 화제를 모았고 정 회장이 2022년 'CES 2022'에서 스팟과 함께 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었다. 다만 물류와 군사, 공장 등에서 스팟과 같은 로봇을 대량으로 활용(상용화)하기에는 기술적으로 더 발전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초 투자 이후에도 추가로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출자를 단행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지난해 300억원을 추가 출자한 점을 고려하면 주주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현대차그룹은 수천억원을 수혈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1년과 2022년에 1969억원, 255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처럼 기술개발이 최우선 목표인 기업의 CFO에게 중요한 업무는 '재무 계획 및 분석(Financial Planning & Analysis)'이다. 경영계획 실현을 위한 예산 편성과 이후의 성과 평가 등을 말한다. 특히 아직 사업화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예산 사용한 이후의 성과 평가는 어렵지만 매우 중요한 작업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어떻게 하면 조직의 실행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가 최대 고민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장기적으로 '기업공개(IPO)'도 바버 CFO가 염두에 둬야 할 프로젝트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할 때 4년 이내에 상장을 하지 않으면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잔여 지분 20%를 인수하는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상장을 준비했거나 상장 기업에서 CFO를 경험해보지 않은 바버 CFO에게 이 프로젝트는 도전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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