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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파이낸셜 스토리

'적자축소' 과업 짊어진 당근마켓 엄상돈 재무리더

⑤'카카오' 출신, 창사 최대자금 확보 기여…'이익실현기업' 로드맵 수립 필요

박동우 기자  2023-05-12 13:30:19

편집자주

'유니콘(unicorn)'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를 뜻한다. 현재 국내에는 23곳의 유니콘 기업이 포진해 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혁신적 사업 아이템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자금을 확보하고 비용을 제어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분투도 유니콘 기업의 성공 신화를 뒷받침했다. THE CFO는 국내 유니콘 기업의 재무 구조와 CFO 면면을 살펴본다.
당근마켓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은 엄상돈 재무실 리더다. 엄 리더는 NHN과 카카오를 거치면서 회계, 투자, 경영자문 경험을 두텁게 쌓았다. 당근마켓으로 합류한 뒤에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자금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이제 엄 리더는 오랫동안 풀지 못한 난제인 '적자 축소'라는 과업을 짊어졌다. 3조원까지 불어난 밸류에이션을 지탱할 관건이기 때문이다. 유니콘 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기준이 성장성을 넘어 '수익성'으로 옮겨간 대목과 맞물렸다. 이익을 실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는 로드맵을 수립할 필요성이 부각될 전망이다.

◇밸류 산정, 경영 자문, 투자처 관리 '팔방미인'

엄 리더는 홍익대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2006년 NHN에 입사하며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회계 △빌링(정산) △사업 관리 등의 부서에서 근무했다. 특히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개발 태스크포스에 몸담으면서 기업 영업과 세무 업무를 보조하는 '네온(Neon)'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관여했다.

2012년 카카오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엄 리더의 활약상이 이어졌다. 합류한 첫해 중국 게임 개발사 텐센트로부터 720억원을 유치하는 국면에서 재무 실사(FDD)를 수행했다. 당시 카카오가 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토대를 제공하는 데 기여했다. 온라인 포털 운영사 다음과 합병하는 과정에서도 증권신고서를 작성하는 실무를 맡는 등 사세 확장의 관문에서 매번 뒷심을 발휘했다.


실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2015년 엄 리더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당시 케이벤처그룹)로 발령났다. 카카오 본사로 월간 투자 실적을 보고하고 스타트업 주식 매입 계약 조건을 검토하는 데만 국한하지 않았다. 인수한 기업의 임원을 맡아 경영 자문도 병행했다. 차량 수리 업체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운영사 '카닥'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한 사례가 방증한다.

지금의 당근마켓에 자리잡은 시점은 2020년 9월이다. 엄 리더는 2021년 당근마켓이 유상증자를 실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789억원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사내이사를 지내면서 투자 업무와 밀접했던 경험이 실탄 유치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재무실은 회사 유동성 축적부터 회계 작성, 감사, 주주 소통 등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여타 기업들과 달리 산하 팀을 편제하지 않고 단일 부서로 구성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조직을 슬림하게 편성해 재무 현안을 속도감 있게 해결하는 취지가 담겼다"며 "재무실 리더는 'C레벨' 임원이 아니지만 사실상 일반 기업의 CFO 역할을 수행하는 직책"이라고 설명했다.

◇비용 증가폭 속도조절, 광고사업 과금체계 개편

엄 리더의 헌신에 힘입어 당근마켓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도 1000억원 넘는 유동성을 갖췄다. 이제는 고질적 문제인 '영업적자 해소'가 핵심 과업으로 떠올랐다. 매출이 우상향하는 만큼 영업손실 규모 역시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벤처캐피탈 등 운용사들이 투자 기준으로 사업 내실을 주목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외형 성장성만 어필해서는 쉽사리 자금을 조달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익을 실현하는 회사로 진화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는 일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전년대비 비용 증가 폭의 속도 조절이 첫 관문이다. 급여, 상여금, 퇴직급여 등 인건비 외에도 데이터 서버 구축 경비를 포함한 지급수수료 등의 집행이 과도하게 늘지 않도록 억제해야 한다.


2021년에는 영업비용 증가율이 142.6%를 시현하면서 매출 증가율(117.8%)을 웃돌았다. 지난해에는 영업비용이 전년대비 58.1% 늘면서 매출 증가율 94.2%보다 낮은 수준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요 수익원의 과금 체계를 개편해 수익 창출 규모를 끌어올릴 여지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당근마켓의 매출 비중 99%를 차지하는 '광고' 부문이다.

과거 1000회 광고 노출 기준으로 광고비를 거둬들이는 'CPM(Cost Per Mile)'을 적용했다. 하지만 엄 리더를 위시한 경영진은 2022년 2월에 클릭 횟수에 따라 광고비를 징수하는 'CPC(Cost Per Click)'으로 전환했다. 수익 창출을 극대화하는 취지가 녹아들었다. 앞으로는 클릭당 100~150원 가량 거둬들이는 광고비를 인상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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