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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중고거래 플랫폼 투자 점검

중고나라 거래액 업계 1위, 수익성 확보 '과제'

①'2003년 설립' 중고거래 플랫폼 시초, 3년 전 유진자산운용이 인수

김지효 기자  2024-07-23 13:32:05

편집자주

중고거래시장은 '불황'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30조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의 기반에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이 있었다. 자본시장 플레이어들도 잇따라 베팅하며 성장을 도왔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 각 플랫폼들의 성적표는 확연히 갈리고 있다. 더벨이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투자한 대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3곳의 실적 변화를 살펴본다.
중고나라는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지역과 물품을 제한하지 않은 덕에 다양한 물품들이 거래됐고 국내 중고거래 시장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3년 12월 네이버카페로 시작한 이후 줄곧 네이버카페 최대 회원수를 확보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등장하면서 중고나라의 지위는 달라졌다. 중고나라를 향한 이용자들의 시선도 예전과 같지 않다. 거래액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가운데 가장 크지만 이를 매출로 연결시키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3년 사이 실적이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들과 비교하면 성장세는 더디다.

◇법인 설립 후 세 차례 투자유치, 2021년 유진자산운용 경영권 인수

중고나라는 설립 이후 10년이 흐른 2013년 12월 법인화됐다. 2016년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앱)으로도 사업을 넓혔다. 2010년대 후반 중고거래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고나라는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이에 중고나라는 2015년과 2018년, 2019년 등 총 3차례에 걸친 투자유치를 진행해 총 240억원을 조달했다. 2015년 시리즈A 투자유치에는 유안타증권이, 2019년에는 키움증권과 JB우리캐피탈, NHN페이코가 참여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전환사채(CB)를 매입했다.


현재 경영권을 들고 있는 유진자산운용이 등장한 건 2020년이다. 유진자산운용은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PE)-NH투자증권 PE와 손을 잡고 창업주인 이승우 중고나라 전 대표 및 특수관계인, 기존 투자자들 보유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 나섰다.

당시 시장의 주목을 받은 건 롯데쇼핑의 합류였다. 롯데쇼핑은 당시 투자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던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3사 가운데 중고나라 인수에 유일한 SI로 참여했다. 당시 펀딩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유진자산운용은 롯데쇼핑을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FI 연합군과 롯데쇼핑은 총 1100억원을 들여 중고나라 지분 93.9%를 인수했다.

롯데쇼핑이 직접 중고나라 지분을 확보한 구조는 아니다. 유진자산운용은 중고나라 인수를 위해 '유진유니콘사모투자합자회사'와 '유진신영기업구조혁신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 등 총 2개의 펀드를 활용했다. 롯데쇼핑은 이 중 '유진유니콘사모투자합자회사'에 300억원을 출자했다. 당시 투자로 롯데쇼핑은 해당 펀드의 지분 47.06%를 확보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고나라 지분은 유진자산운용이 72.77%, 오퍼스PE-NH PE가 20.98%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투자자로 남기를 원한 일부 기존 투자자들이 여전히 들고 있다. 유안타증권이 2.98%를, 캡스톤파트너스가 0.25%를 갖고 있다.

◇실적 개선은 성공… 경쟁사 대비 성장세 더뎌

유진자산운용의 품에 안긴 이후 중고나라의 실적은 해마다 개선되고 있다. 업계 추산 중고나라의 거래액은 5조원으로 거래액만 놓고 보면 여전히 업계 1위다. 하지만 거래액이 온전히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경쟁사 대비 매출 규모나 성장세가 더딘 모습이다.

2021년 중고나라의 개별기준 매출은 86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중고거래 성장세에 이듬해에는 매출 101억원을, 지난해에는 111억원을 기록하며 매출은 줄곧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매출 성장세는 경쟁사 대비 저조하다. 번개장터의 경우, 프랙시스캐피탈이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2020년 매출 140억원에서 이듬해인 2021년 약 78% 증가했다. 이후에도 연간 22%, 12% 씩 매출이 늘었다. 당근마켓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당근마켓 매출은 2020년 117억원이었지만 2021년부터 2022년까지는 해마다 2배씩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6% 늘었다.

매출 규모도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가운데 가장 작다. 지난해 번개장터 매출은 341억원, 당근마켓 매출은 1276억원을 기록했다. 중고나라는 번개장터의 3분의 1, 당근마켓의 12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경쟁사들과 매출 규모가 2020년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해마다 그 격차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고거래시장이 몇 년 사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고나라의 실적 성장세는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수익성 개선도 과제다. 중고나라의 영업손실 규모는 2021년 11억원에서 2022년 94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에는 38억원으로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적자폭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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