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 카카오가 해외법인 투자 기조를 '조정'과 '확장'이라는 키워드로 이원화하는 모양새다. 최근 카카오픽코마가 누적 560억원을 출자한 자회사 '픽코마 유럽'을 연내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기대와 다르게 성과 실현이 부진한 점이 정리 배경으로 작용했다.
경영 비효율을 초래하거나 실적이 미흡한 해외법인을 정리하는 동시에 신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혜령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해외기업 인수·합병(M&A)과 조인트벤처(JV) 설립 방침을 거론한 점이 대표적이다. 교환사채(EB)로 조달한 자금 가운데 약 2000억원을 투입할 전망이다.
◇프랑스시장 3년만의 철수, 실적기여도 미미 최근 카카오픽코마는 올해 안으로 유럽법인 '픽코마 유럽'을 완전히 청산하는 결정을 내렸다. 회사 정리 방침과 맞물려 현지 이용자들을 겨냥해 출시한 웹툰 감상 앱 '픽코마' 역시 9월에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서구권 시장으로 사업 외연을 넓힌지 3년 만에 철수하게 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유럽 웹툰 시장의 성장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다각적 측면에서 검토한 결과 경영 자원을 주력 시장인 일본으로 집중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법인 청산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카카오픽코마가 유럽법인을 설립한 시점은 2021년 9월이다. 당시 프랑스 파리를 사업 거점으로 설정하고 166억원을 출자해 회사를 차렸다. 카카오픽코마의 소유 지분율은 100%(1200만주)였다. 이후 2022년 192억원을 추가 출자하면서 픽코마 유럽의 자본금은 358억원(2600만주)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말 자본금은 557억원이다.
유럽법인 발족을 계기로 카카오픽코마는 글로벌시장 개척 비전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2021년 11월에 회사명을 기존 '카카오재팬' 대신 지금의 카카오픽코마로 바꾼 배경과 맞닿아 있다. 이후 6개월여 동안 현지 웹툰 플랫폼 이용자들의 생활양식, 콘텐츠 소비 경향 등을 사전조사하고 2022년 3월 픽코마 앱을 출시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픽코마의 프랑스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시장 점유율 제고를 염두에 두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면서 2022년 147억원(1000만유로)의 영업손실을 시현했다. 픽코마 사업의 전사 실적 기여도 역시 미미했다.
지난해 픽코마 부문이 일본·유럽 등에서 거둬들인 영업수익은 5060억원으로 카카오 연결기준 매출 7조5570억원의 6.7%였다. 2021년 당시 픽코마 사업으로 발생한 수익 4195억원이 전체 매출 6조1367억원 대비 6.8% 규모였던 대목을 감안하면 2년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포인트 하락했다.
◇'경영효율화' 연장선상, 2000억 신규투자 집행구상 픽코마의 유럽권역 성과가 미흡했다는 인식은 사업 재조정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올해 4월에 계열사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CA(Corporate Alignment) 협의체' 전략위원회 산하 조직으로 '스토리 지식재산권(IP) 소위원회'가 신설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픽코마 등과 협업을 수행하는데 주안점을 맞췄다.
비주력 해외 계열사를 정리하는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영 효율화' 조치의 연장선에 있다. 2023년에도 카카오는 카카오IX재팬, 크로스코믹스(인도 웹툰 플랫폼) 등을 청산했다. 배재현 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가 작년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카카오 공동체 전체적으로 비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집행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경쟁력이 낮다고 생각되는 사업들의 정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한 대목이 뒷받침한다.
다만 카카오 경영진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을 발굴하는 방침을 여전히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달 9일 열린 2024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CFO인 최혜령 재무성과리더는 "교환사채(EB) 자금은 해외 M&A와 합작사 등을 설립하는데 쓰일 예정"이라며 "아직 세부적인 투자 내역은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한 점이 방증한다.
올해 4월 카카오는 교환사채(EB)를 발행해 2억1220만달러(2930억원)를 조달했다. 1000억원을 인공지능(AI) 부문과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구매 등에 투입하고 나머지 2000억원을 해외기업 투자 등에 쓰는 계획을 수립했다. △플랫폼 △AI △콘텐츠 섹터에서 투자 타깃을 탐색하는 상황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유망한 해외 기업을 찾아 인수할 가능성은 계속 열려 있다"며 "특정 산업군에만 매몰되지 않고 엔터테인먼트, 정보통신기술(ICT)서비스 등 잘할 수 있는 영역 위주로 투자 대상을 살피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