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유니콘 파이낸셜 스토리

'현금 안전판 인식' 당근마켓, 투자 '신중 모드'

②1800억 유입에도 2년간 법인출자 230억 그쳐…OCF 불안정, 조달환경 위축 복합영향

박동우 기자  2023-05-09 16:38:17

편집자주

'유니콘(unicorn)'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를 뜻한다. 현재 국내에는 23곳의 유니콘 기업이 포진해 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혁신적 사업 아이템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자금을 확보하고 비용을 제어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분투도 유니콘 기업의 성공 신화를 뒷받침했다. THE CFO는 국내 유니콘 기업의 재무 구조와 CFO 면면을 살펴본다.
'흑자 전환'을 지향하는 당근마켓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잖다. 영업활동 현금흐름(OCF)이 불안정하고 외부 조달 환경이 위축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기업의 안전판 역할을 해내는 건 '현금'이다.

2021년 대규모 증자를 계기로 1800억원이 유입됐지만 경영진은 급격한 자금 소진을 방지하는 데 힘썼다. 2년간 당근마켓의 법인 출자액이 230억원에 그친 배경과도 맞물렸다. 투자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신중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증자, 유동성 확대 계기

당근마켓이 창사 이래 가장 많은 여유 자금을 축적한 시기는 2021년이다. 그해 말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을 더한 금액이 1633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말 255억원과 견줘보면 1년새 6배 넘게 불어났다.


178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노력이 주효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본시장에 유동성이 대거 풀렸던 만큼 경영진은 실탄 조달의 기회로 판단했다. △DST글로벌 △굿워터캐피탈 △에스펙스매니지먼트 △소프트뱅크벤처스 △알토스벤처스 등이 유증에 참여했다.

국내외 투자사들은 자금을 납입하고 당근마켓이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 54만9710주를 취득했다. 당근마켓은 3조원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평가받았다. 유니콘 기업의 반열에 오르는 계기로 작용했다.

당근마켓이 지분을 확보한 법인 가운데 단연 많은 실탄이 들어간 업체는 자회사 '당근페이'다. 2021년 30억원을 들여 출범시켰고, 지난해 123억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간편 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중고품 거래 모바일 플랫폼과 접목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글로벌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로드맵과 맞물려 영미권과 아시아 권역에 법인도 론칭했다. 캐나다 지사 '당근(DAANGN)'을 세우면서 28억원을 투입했다. 일본 자회사 '캐롯(Karrot)'을 출범하면서 19억원을 집행했다.

'하이퍼 로컬(지역 밀착형) 커뮤니티'에 방점을 찍은 경영 비전을 감안해 사업 연계 가능성이 뚜렷한 기업도 찾아나섰다. 2021년에 스타트업 '남의집'을 타깃으로 10억원을 들여 지분율 20%를 확보했다. 취향이나 관심사가 비슷한 이용자들이 현장 모임을 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에 특화됐다.

지난해 2월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기업 인수를 결정했다. 신생기업 '페스타'의 경영권을 확보했는데 온·오프라인 행사 개최와 관리 실무를 지원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개발한 회사였다.

◇"기업 지분인수 현시점 계획 없다"

당근마켓이 2021년 이래 지난해까지 2년 동안 법인에 출자한 금액은 누적 230억원이다. 시리즈D 라운드로 충당한 자금 1789억원의 12.8% 규모에 불과하다. 경영진이 지분 투자와 기업 인수에 신중하게 접근한 배경으로는 불안정한 현금흐름과 경기 후퇴 영향에 따른 보수적 재무기조, 사업 연관성을 갖춘 회사 발굴의 어려움 등이 거론된다.

그동안 당근마켓의 영업활동 현금흐름(OCF)은 순유출을 이어갔다. △2020년 -123억원 △2021년 -267억원 △2022년 -457억원 등으로 마이너스(-)를 지속했다. 모바일 플랫폼에 광고를 유치해 수익을 얻는 본업만으로 현금을 창출하기란 여의치 않았다.


외부 기관의 조력을 받아 자금을 확보할 수밖에 없지만 2022년 들어 조달 여건이 나빠졌다. 세계 경기 침체 여파로 벤처캐피탈업계가 위축된 탓이다. 예전처럼 거액을 수혈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대규모 현금 유출을 통제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당근마켓이 보유한 유동성은 102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905억원을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놨다. 전체 곳간의 88.6%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모두 정기 예·적금으로 이뤄져 있다. 무리하게 현금을 소진하거나 손실 위험이 높은 자산에 실탄을 쏟아붓지 않고 안정적 이자 수익을 실현하는 방향을 택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하이퍼로컬 생태계 육성 비전에 부합하는 사업과 잠재력을 갖춘 기업이 있다면 지분 인수, 사업 제휴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다만 투자나 M&A를 현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계획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