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PE 중고거래 플랫폼 투자 점검

중고나라 '태생적 한계' 극복 과제, 롯데와 협력도 지속

②네이버카페-자체 앱 연동, 대표 교체 계기로 질적 도약 노려

김지효 기자  2024-07-24 14:07:07

편집자주

중고거래시장은 '불황'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30조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의 기반에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이 있었다. 자본시장 플레이어들도 잇따라 베팅하며 성장을 도왔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 각 플랫폼들의 성적표는 확연히 갈리고 있다. 더벨이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투자한 대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3곳의 실적 변화를 살펴본다.
중고나라가 유진자산운용의 품에 안긴 지 3년이 지났다. 유진자산운용은 네이버카페라는 중고나라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자체 애플리케이션과 카페 간의 연동에 집중해왔고 이에 성공했다. 유진자산운용은 이같은 하드웨어 개선을 바탕으로 질적 개선을 추구하는 '챕터 2'를 열겠다는 목표다.

전략적 투자자(SI)로 중고나라 인수에 참여한 롯데쇼핑의 콜옵션 행사 여부도 시장의 관심사다. 롯데그룹이 콜옵션 행사를 한 차례 미루기는 했지만 여전히 행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롯데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카페 태생' 한계 극복 집중, 경영진 교체로 분위기 쇄신

유진자산운용은 그간 중고나라의 '질적 개선'에 올인했다. 가장 신경쓴 건 자체 앱 고도화 및 네이버카페와 자체 앱 간의 연동이다.

중고나라는 네이버카페에서 출발했다. 서비스 초기에는 포탈서비스의 장점인 높은 접근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회원을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점차 규모를 키워가면서 네이버카페라는 폐쇄적인 속성이 한계로 다가왔다. 수익화를 위한 추가적인 서비스나 안전 거래 도입을 위한 시스템 개편도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고나라는 2016년 자체 앱과 웹을 론칭했다. 하지만 네이버카페와 연동이 되지 않으면서 자체 앱·웹과 네이버카페는 '투트랙'으로 운영됐다. 1900만명이 넘는 중고나라 네이버카페와 700만명이 모인 자체 앱이 별도로 운영되면서 압도적인 이용자 수에서 나오는 강점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한 셈이다. 이는 중고나라의 기업가치에도 악재로 작용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유진자산운용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수 이후 네이버카페와 앱을 연결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 결과 현재는 웹을 매개로 네이버카페에 올라오는 중고거래 정보를 자체 앱과 연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중고나라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세븐일레븐 편의점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중고나라 웹사이트 캡쳐.

이를 바탕으로 자체 앱을 고도화하는 데도 힘을 쏟아왔다. 인공지능이 이용자들의 채팅에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를 감지해 자동으로 안내해주거나 구매자가 물품을 수령한 이후에 판매자에게 비용을 정산해주는 안전결제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유진자산운용은 지난 3년간 하드웨어적인 변화를 바탕으로 이제는 질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 4월에는 경영진도 교체했다. 신임 대표로 선임된 최진욱 대표는 앞서 중고나라 최고운영자(COO)를 맡았던 인물이다. 경영진 교체와 함께 조직 구성에서도 애자일 조직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더 혁신적인 서비스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 콜옵션 행사 기한 연장… 행사 가능성은

롯데쇼핑은 지난 2021년 중고나라 인수에 참여해 300억원을 투자하며 인수 이후 3년이 되는 날까지 중고나라 지분 69.88%를 추가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했다. 이 때문에 그간 중고나라에 투자한 FI들이 엑시트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롯데쇼핑의 콜옵션 행사가 거론됐다.

롯데쇼핑의 콜옵션 행사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최근 콜옵션 행사를 한 차례 미뤘다. 본래대로라면 지난 6월까지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했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FI와 협의를 통해 콜옵션 행사 기한을 1년 연장했다.

롯데쇼핑이 콜옵션 행사 기한을 연장한 것을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하지만 콜옵션 행사 포기가 아닌 기한 연장을 선택한 것은 여전히 중고나라 인수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롯데그룹의 자금 상황이 당장은 녹록치 않지만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고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전언이다. 그간 중고나라는 롯데그룹 산하 편의점인 세븐일레븐과 함께 택배서비스, 편의점 픽업 서비스 등을 제공해왔는데 앞으로 이같은 협력을 더 늘릴 계획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유진자산운용은 향후 엑시트를 대비해 중고나라의 기업가치를 더 높일 수 있도록 IT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전략도 마련하고 있다. 중고나라는 회원들의 방대한 거래 데이터를 처리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IT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중고나라의 기존 기업 가치는 IT기업으로서의 잠재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향후 중고나라가 IT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한다면 훨씬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란 기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