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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중고거래 플랫폼 투자 점검

당근마켓의 지역 커뮤니티 진화, 압도적 이용자로 매출 확대

②월간 이용자 1900만명, 전체 매출 중 광고 매출 99% 육박

김지효 기자  2024-07-30 09:38:21

편집자주

중고거래시장은 '불황'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30조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의 기반에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이 있었다. 자본시장 플레이어들도 잇따라 베팅하며 성장을 도왔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 각 플랫폼들의 성적표는 확연히 갈리고 있다. 더벨이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투자한 대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3곳의 실적 변화를 살펴본다.
당근마켓은 국내 대표 중고거래 플랫폼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이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라는 정체성을 내세우며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들과 차별화하고 있다. 중고거래뿐 아니라 부동산, 아르바이트 등 지역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면서 커머스에 국한되지 않는 커뮤니티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당근마켓의 핵심 비즈니스모델인 광고는 확실한 매출원으로 자리잡았다. 월간 이용자수(MAU)가 1900만명에 이르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면서 당근마켓의 광고매출은 최근 3년 사이 해마다 2배 가량 뛰었다. 광고매출 확대를 바탕으로 지난해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회사들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 정체성 확립

당근마켓은 지난해 8월 서비스명에서 ‘마켓’을 뗐다. 사명은 당근마켓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리브랜딩은 중고거래를 의미하는 ‘마켓’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 기반 서비스로 나아가겠다는 당근마켓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같은 정체성 변화는 설립 이후 줄곧 경영권을 쥐고 있는 창업자들로부터 시작됐다. 당근마켓 창립 멤버들이 ‘당근’으로 서비스명을 짓고 싶었지만 채소 이름과 같은 서비스명이 파격적이라는 판단에 마켓을 붙여 ‘당근마켓’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일화도 있다.

당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더 이상 중고거래에 국한되지 않는다. 앱의 ‘동네생활’ 탭을 통하면 지역의 각종 소식을 만날 수 있다. 맛집이나 병원 추천, 일주일에 한번 오는 ‘순대트럭’ 일정, 분실물⋅습득물 등 일상에 소소한 온갖 정보들이 공유된다. 모임 기능을 통해 지역 기반의 모임을 만들거나 이미 만들어진 모임에 참여할 수도 있다. 당근마켓이 ‘온라인 지역 정보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중고차도 당근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거래를 통해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구인구직 서비스 ‘당근알바’도 지역기반 서비스 중 하나다. 당근알바는 구직자가 인증한 위치 기준을 기반으로 일자리를 추천해준다. 인증한 위치 기준 700m 반경에 있는 일자리만 추천해주는 ‘걸어서 10분’ 기능도 제공되고 있다.
비즈프로필 소개 페이지. 이미지 출처=당근마켓 홈페이지.
지역민들이 모이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당근은 손쉽게 광고를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중소상공인들을 위한 대표적인 서비스는 비즈프로필이다. 비즈프로필은 동네 생활권을 거점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중소상공인들이 지역 주민에게 가게를 알리고 소통할 수 있는 로컬 마케팅 채널이다. 올 6월 기준 등록된 비즈프로필은 90만개에 이른다.

비즈프로필을 통하면 가게 소개와 상점 위치, 영업 시간, 연락처, 진행 중인 이벤트 등의 정보를 자유롭게 등록할 수 있다.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쿠폰 제공, 단골 관리도 가능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품 판매와 예약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전국 곳곳에 지점 또는 대리점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 본사를 위한 ‘브랜드 프로필’ 서비스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당근마켓의 정체성이 변화하면서 더 이상 당근마켓을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분류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앱 마켓에도 당근은 '소셜' 카테고리로 분류돼있다. 번개장터와 중고나라는 '쇼핑' 카테고리에 속한다.

◇광고 매출 2배씩 증가, 자회사 영업손실에 ‘연결기준’ 적자

당근마켓은 중고거래에 수수료를 매기지 않고 있다.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가 1900만명에 이르는데도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중고거래에 최대 3.5%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다른 플랫폼들과는 다르다. 최근 빠른 거래가 필요할 때 일정 수수료를 내고 판매 물품을 광고할 수 있는 ‘이웃광고’ 기능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이 또한 중고거래 수수료라기보다 광고매출에 가깝다.

수수료를 무료로 유지하면서도 지난해 당근마켓이 3년 사이 매출을 10배 이상 높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광고 매출 증가다. 당근마켓의 매출은 99%가 광고에서 나왔다. 지난해 매출 1277억원 가운데 1267억원이 광고수익이다. 1년 전 495억원 규모였던 광고매출은 2.5배 이상 성장하며 당근마켓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최근 3년 간 광고 매출의 연평균 성장률은 122%에 이른다.

다만 당근마켓의 자회사들의 실적을 더한 연결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적자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1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당근마켓은 ㈜당근서비스, ㈜당근페이, ㈜페스타와 해외법인인 DAANGN INC.(캐나다), Karrot K.K(일본) 등 총 5곳을 두고 있다. 당근마켓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이들의 영업비용은 고스란히 당근마켓의 연결기준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5곳의 자회사 가운데 매출을 내고 있는 곳은 지난해 기준 ㈜당근서비스와 ㈜당근페이, ㈜페스타 등 3곳뿐이다. 이 가운데서도 당기순이익을 낸 곳은 ㈜당근서비스와 ㈜페스타에 그친다. ㈜당근페이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77억원을 기록했다.

당근페이의 당기순손실 규모가 전년(80억원) 대비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캐나다법인과 일본법인은 매출은 내지 못하고 각각 영업손실 74억원, 32억원을 기록했다. ㈜당근서비스와 ㈜페스타가 흑자를 내긴 했지만 규모가 1억원도 채 되지 않는다.

당근마켓의 연결기준 흑자전환을 위해 당근페이의 흑자전환이 주요한 과제로 꼽힌다. 당근페이는 앱 내 채팅창에서 상대방에게 간편하게 이체할 수 있는 간편송금서비스다. 2021년 2월 당근마켓으로부터 30억원을 출자받아 설립됐다. 당근페이는 송금 수수료는 100% 무료다. 향후 지역 상점 물품 구매나 모바일 쿠폰 등을 선물할 수 있는 선물하기, 청소·세탁 등 생활 편의 관련 제휴 서비스가 도입되면 수수료를 통한 수익화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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