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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파이낸셜 스토리

'적자경영' 컬리, 투자 유치로 현금창출 모색

②앵커PE 등 1000억 추가 투입, 수익성 기반 '유동성 확보' 과제

박규석 기자  2023-05-03 15:47:19

편집자주

'유니콘(unicorn)'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를 뜻한다. 현재 국내에는 23곳의 유니콘 기업이 포진해 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혁신적 사업 아이템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자금을 확보하고 비용을 제어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분투도 유니콘 기업의 성공 신화를 뒷받침했다. THE CFO는 국내 유니콘 기업의 재무 구조와 CFO 면면을 살펴본다.
상장을 연기한 컬리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투자 유치를 통한 자금 마련이다. 공모자금을 토대로 추진하려고 했던 투자활동 등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유동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속된 적자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위축된 만큼 현금확보 등의 차원에서도 투자 유치의 중요성은 부각되고 있다.

◇적자 경영 속 위축된 '영업활동현금흐름'

컬리는 2014년 창업과 동시에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새벽배송 서비스를 사실상 처음으로 사업화한 만큼 일반 소비자는 물론 투자업계의 관심도 높았다. 그 결과 성장은 가팔랐다. 2015년(이하 개별기준) 30억원 규모였던 매출은 2018년에 1571억원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설립 후 처음으로 2조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새벽배송 서비스 영역을 선점한 컬리는 유니콘 등극도 단기간에 이뤄냈다. 지난 2019년 설립 5년 만에 예비유니콘 특별보증사업 선정됐다. 이후 2021년 7월에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컬리의 이러한 성장성이 회사의 내실로는 이어지지는 않았다. 매출 규모는 조 단위를 넘어섰지만 흑자를 기록한 이력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 컬리는 2015년 이후 매년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2021년 한 때는 1조2766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1조633억원 규모의 금융비용 영향이 컸으며 이는 전년 1014억원 대비 948% 증가한 수치다.

적자는 현금창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익성 기반의 현금창출의 부족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015년 이후 마이너스(-)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47억원 규모였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말에 -1643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지속된 영업활동현금흐름의 순유출에도 1500억원 내외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2022년 말 기준 컬리의 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 포함)은 1823억원 규모다.


현금성자산이 2021년 1836억원 대비 소폭 감소하기는 했지만 차입금 상환 등에는 부담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컬리의 장·단기 차입금 규모는 342억원이다. 대부분 하나은행과 KDB산업은행, 국민은행 등 금융권에서 차입했으며 일부 계정은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을 받고 있다.

컬리가 적자 속에서도 현금성자산을 보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활발한 외부 자금 조달이 있다. 지난해의 경우 1월에 단행한 유상증자(제3자배정)를 통해 2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게 특징이다. 유증에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 PE)가 참여했으며 2021년 12월에 투자한 자금이 재원이 됐다.

◇1000억 투자 유치...김종훈 CFO 역할 부각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한 재원 확보는 현재도 추진 중이다. 물류센터 건립 등 신규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가 진행되고 있다. 정확한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1000억원 이상의 투자 유치도 가능한 상황이다.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을 중심으로 협상이 이뤄지고 있으며 빠르면 내주 중에 투자가 확정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관련 투자는 앵커 PE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앵커 PE를 포함한 일부 투자자가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게 골자다. 투자 자체는 사실상 확정된 상태로 다른 주주들에게 동일한 조건의 투자 의향을 묻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FI들과의 소통 등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컬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김종훈 부사장의 역할 역시 부각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상장 연기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라는 점도 그의 존재감이 커지는 이유 중 하나다.

김 부사장은 1986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IB 부문에서 오랫동안 전문성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약 9년 동안은 글로벌 IB인 모건스탠리에서 근무했다. 마지막 직책은 IB Division 부사장이었다.

컬리와 인연을 맺은 건 2019년 5월이다. 김 부사장의 선임 배경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시 컬리가 유니콘 등극 등 가파른 성장과 더불어 시리즈 투자 유치, 상장 채비 등의 과제가 많았던 만큼 IB 전문가인 그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유치가 막바지인 가운데 김 부사장은 관련 자금을 전문 인력 충원과 시설(물류) 투자 등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컬리는 지난 4월에 동남권 물류센터(창원)를 오픈했고 상반기 중 평택에도 신규 물류센터를 오픈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론칭한 뷰티컬리의 경쟁력 제고에도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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