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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호 키맨 지형도 변화

임기 1년 남기고 더욱 막강해진 최정우 리더십

①요동치는 포스트 최정우, 전중선 사장 퇴임...포스코홀딩스 팀장도 사실상 대부분 교체

조은아 기자  2023-01-20 13:59:18

편집자주

'포스코 회장 잔혹사' 이야기를 꺼낼 시기가 왔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임기는 약 1년이 남았지만 정권 교체와 맞물린 전임 회장들의 중도 퇴임 역사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이 경제계 신년회에 이례적으로 불참하고,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포스코 회장직의 연임 행태를 비판하는 등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 와중에 최 회장은 본인의 남은 임기 1년을 함께할 사장단 인사를 파격 단행했다. 차기 회장 후보로 지목됐던 인물들 중 누군가는 자리를 지켰고, 누군가는 자리를 옮겼다. 아예 짐을 싼 사람도 있다. 최 회장과 포스코의 의중은 무엇일까. 더벨과 THE CFO가 분석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그간 포스코그룹 회장이 모두 정권 교체와 함께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는 점을 볼 때 최 회장이 임기를 채우면 역대 최초로 연임까지 무사히 마친 회장이 된다.

그러나 최 회장이 정부의 견제를 극복하고 자리를 지킨다해도 사실상 하반기에 들어서면 레임덕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10월~11월 차기 회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경우 2021년 3월 첫 임기 만료를 앞두고 2020년 12월 연임이 확정됐다.

이번에도 비슷하다면 최 회장의 실질적 임기는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지금은 자리를 공고히 다지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후진에게 길을 터주고 '포스트 최정우'를 준비해야 할 시기라는 얘기다. 그러나 최 회장은 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포스트 최정우, 어게인 재무라인 혹은 엔지니어 출신 복귀?

포스코그룹의 새해 인사는 두 가지 면에서 이례적이다. 통상 12월 셋째주에 실시하던 그룹 사장단(임원) 인사를 지난해 12월 27일과 올해 1월 6일 두 번에 걸쳐 발표했다. 인사를 나눠 발표할 만큼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다는 방증이다.

어느 때보다 안정이 필요한 시기 최 회장은 안정보다 변화를 선택했다. 대규모 교체를 통해 판을 흔들었다. 기존 판을 유지하면서 후사를 도모할 시기에 판을 깨뜨린 셈이다.

포스코그룹은 12월 말 일부 계열사 대표이사 교체를 포함해 상당 폭의 인사를 발표했다. 이날 인사가 눈길을 끈 이유는 또 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의 거취에 대해 애매한 대답을 내놨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은 전 사장의 자리에 정기섭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히면서도 전 사장이 회사에 남을지, 어디로 이동할지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전 사장의 거취는 1월 초 이뤄진 인사에서 드러났다. 전 사장은 3월까지 임기를 마친 뒤 회사를 떠난다. 전 사장은 포스코홀딩스 출범과 동시에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2021년부터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로 일각에서 부회장 승진을 점쳤을 정도다. 멀리 봤을 때 최정우 회장 후임으로 거론되는 후보군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전 사장의 빈자리는 예상 밖의 인물이 채웠다. 그룹에서도 존재감이 그리 높지 않은 포스코에너지를 이끌던 정기섭 대표이사가 낙점됐다.

그는 포스코에너지에서 2018년부터는 CFO를, 2020년부터는 CEO를 지냈다. 포스코에너지는 포스코인터내셔널에 흡수합병돼 지금은 사라진 곳이다. 두 회사의 합병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규모가 작은 포스코에너지를 이끄는 정 사장의 거취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무려 최 회장과 호흡을 맞추는 자리에 올랐다.

포스코홀딩스 CFO만 바뀐 게 아니다. 사업회사 포스코의 CFO였던 윤덕일 부사장 역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포스코케미칼로 옮겼다. 포스코는 지주사 체제 전환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그룹의 근간이자 핵심인 철강사업을 책임지는 곳이다. 그런 포스코에서 수십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경험을 채 쌓기도 전에 자리를 후임에게 내준 셈이다.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그룹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규모 자체는 포스코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룹 내 위상은 말할 것도 없다.

최 회장은 50년 포스코 역사상 첫 재무통 CEO이자 비서울대, 비엔지니어 출신으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최 회장의 성과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포스코그룹 회장 후보군으로도 그룹의 재무 전문가들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중선 사장이 그룹을 떠나면서 현재로선 최 회장을 이을 만큼 존재감 있는 재무 전문가가 그룹 내부에선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다시 과거로 회귀해 '서울대 현장' 출신이 회장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포스코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학동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김 부회장은 최 회장과는 대척점에 서있는 인물이자 최 회장의 취약 부문을 보완해주는 인물이다. 그는 현장에서도 매우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재무라인 2인자 전중선 사장 퇴진 놓고 설왕설래

지주사 전환과 코로나 19 팬데믹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주역이었던 전 사장의 퇴진을 놓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전 사장은 최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실제 그는 2018년 최 회장이 취임한 후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가치경영센터와 전략기획본부를 이끌며 최 회장의 경영방침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과거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딱히 '최정우 사람'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이구택 전 회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권오준 전 회장 시절에도 가치경영실 발족 멤버로 참여했다. 또 당시 조청명 가치경영실장이 물러난 뒤 가치경영실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 사장을 '권오준 사람'으로 분류하는 시선도 있었다. 관계자들의 얘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과거 최 회장 및 전 사장과 함께 근무했던 관계자의 말이다. "전중선 사장은 상당한 원칙주의자다. 최근 들어 최정우 회장과 갈등을 빚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공개석상에서 마찰을 빚은 적도 있었다."

전 사장이 실세로 떠오른 건 포스코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다. 이전까지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 전문가이자 기획과 전략에도 능통한 인물이라는 평가는 있었지만 '포스트 최정우'로 통하기 시작한 건 최근 1년 사이다.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2021년 12월로 1년여밖에 되지 않았다. 그룹 내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제치고 갓 사장이 된 전 사장이 2인자로 떠오르면서 안팎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게감 낮아진 포스코홀딩스 팀장, 더욱 강력해진 리더십

최 회장이 그룹의 재무라인만 흔든 건 아니다. 기존 포스코홀딩스 팀장 11명 가운데 무려 7명을 바꿨다. 포스코홀딩스 팀장은 대표이사 바로 아래서 최 회장과 호흡을 맞추는 자리다. 어느 면으로 보든 요직일 수밖에 없다. 전중선 사장이나 후임 정기섭 사장 모두 포스코홀딩스에서 공식 직책은 팀장이다.

지난해 3월 포스코홀딩스 출범 이후 처음 팀장이 선임됐을 때 직급은 대부분 전무~부사장급이었다. 그러나 채 1년도 안 돼 상당수가 교체됐다. 특히 기존 팀장단보다 직급이 크게 낮아졌다.

먼 훗날 포스코그룹을 이끌 '젊은 피'에게 기회를 줬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기존 팀장들 역시 팀장을 맡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만큼 아직은 갈 길이 먼 인물들이다. 세대 교체를 논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사실상 보좌진의 직급을 낮춰 최 회장 리더십을 강화했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인재경영팀은 최 회장의 비서실 역할을 하는 곳으로 전해진다. 인재경영팀장은 기존 김용수 전무에서 이번에 승진한 박승대 상무 몫으로 돌아갔다. 사실상의 비서실장을 기존 전무에서 이제 갓 임원이 된 인물로 바꾼 셈인데 경영 참모 역할보다는 단순 보필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바뀌지 않은 팀은 친환경미래소재팀, 법무팀, IR팀, 국제협력팀 등 4곳이다. 법무팀과 IR팀의 경우 지난해 외부에서 팀장을 영입한 곳이다. 법무팀장은 지난해 4월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인 김영종 전 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가 맡고 있다. IR팀 역시 지난해 5월 신설하며 팀장으로 한영아 전 SPC삼립 경영전략총괄 부사장을 영입했다.

국제협력팀의 경우 기존에도 이재완 상무가 팀장을 맡는 등 다른 팀과 비교하면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은 팀이다. 사실상 친환경미래소재팀장인 유병옥 부사장 1명을 제외하면 추후 포스코홀딩스의 미래를 이끌만한 팀장 대부분을 새 얼굴로 교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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