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2024 이사회 평가

현대모비스 '연간' 주주환원책 공표 기조 '투자자 친화'

[정보접근성]⑥자기주식 매입분 전량소각 방침…순익기준 배당성향 20~30% 범위 유지

박동우 기자  2024-10-17 16:15:58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사회와 주주는 기업을 매개로 '공존'한다. 이사진은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되고 이사회는 주주들의 보편적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한다. 이러한 동반자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결과물이 주주환원 정책이다. 배당과 자기주식 매입·소각에 대한 방침을 미리 알리고 주주들에게 상세히 설명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현대모비스는 6년 전인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이 외국계 헤지펀드의 반대로 좌절된 뒤 주주친화 중요성을 인식하고 달라지기 시작했다. 2019년에 중장기 계획을 공개했고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연간 단위'로 주주환원책을 공표해 왔다. 자기주식 매입분을 전량 소각하는 기조를 채택하고 지분법이익을 제외한 순익 기준으로 배당성향을 20~30% 범위에서 유지하는 중이다.

◇지배구조 개편 좌초 계기 변화, 매년 '공정공시'

THE CFO는 2023년 사업보고서와 2024년 1분기·상반기 보고서, 올 5월에 공시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자율 공개하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등을 토대로 현대모비스 이사회를 평가했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대 지표를 활용해 이사회 활동과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255점 만점에 200점으로 집계됐다.

정보접근성 부문에는 35점이 배정됐는데 현대모비스는 24점을 획득했다. 전체 7개 항목 가운데 이사회 의안 반대사유 공개를 둘러싼 문항은 점수 집계에서 제외했다. 2023년 이사회 안건 표결내역을 살펴보면 등기임원들이 반대표를 행사한 내역이 없기 때문에 채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처리했다. 나머지 6개 문항 평가결과에 한정해 5점 기준으로 환산하면 4점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와 홈페이지에서 이사회와 개별이사 활동내역을 충실하게 공개하는지 여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접근 가능성 등의 질문에서 최고점인 5점을 받았다.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전자투표 실시 등 15개 사항이 기재된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를 둘러싼 문항 역시 준수율이 80%로 집계돼 5점을 부여하는 채점 기준에 부합했다.

주주환원 정책을 일반에 알리는 노력도 눈길을 끈다. 2018년부터 매년 배당 지급 원칙, 자기주식 매입·소각 계획 등을 '수시공시 의무 관련 사항(공정공시)' 형태로 DART에 게시하고 홈페이지에도 IR 자료로 공개해 왔다.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의 반대로 좌절된 이후 주주가치 제고를 핵심 경영 목표로 설정하면서 시행한 조치였다.

2019년에는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도 수립해 발표했다. 2021년까지 배당(1조1000억원)과 자기주식 매입(1조원)·소각(4600억원) 등 2조6000억원 규모의 주주가치 향상 방안을 실행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배당 지급액을 잉여현금흐름(FCF)의 최소 20%, 최대 40% 수준으로 설정하는 동시에 분기배당도 주주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주주 의견 수렴, 소각비중 확대 공언

다만 3개년 계획을 마무리한 2022년 이후 현재까지 추가로 중장기 주주환원책을 도출하지 않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후퇴 등의 경영 불확실성 요인을 감안하면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전동화, 자율주행 등의 신기술을 개발하는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투자와 주주환원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인식도 영향을 끼쳤다.

대신 연간 단위 방향을 매년 2월에 공표하는 기조를 채택했다. 지난해 발표한 '2023년 주주환원 정책'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자기주식 1500억원어치를 사들여 모두 소각하겠다는 계획이 명시됐다. 하지만 '탄력적 운영'을 거론하며 실제 이행 단계에서 조정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배당성향 역시 20~30% 수준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침을 제시했다.

2019년에 발표했던 중장기 계획에서는 배당성향 기준으로 FCF를 채택했지만 2022년부터는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지분법이익을 제외한 순이익 기준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현대모비스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주주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외부에서 이해하기 쉽고 예측이 용이한 배당성향으로 계산 방식을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발표한 '2024년 주주환원 정책'에서는 금융당국이 장려한 배당제도 선진화에 보조를 맞추겠다고 공언한 부분이 돋보였다. 배당 금액을 먼저 확인하고 일반 투자자들이 주주로 합류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올 1월에 보통주 기준 결산배당을 3500원으로 사전 안내한 뒤 3월 25일에 배당 받을 주주들을 확정했다.

자사주와 관련해서는 매입분 대비 소각 비중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소각 규모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주주들의 의견에 부응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정부에서 역점을 둔 '밸류업(Value-up)' 정책의 중요한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당순이익(EPS) 개선에 유효한 방안이라는 판단과도 맞물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