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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현대모비스, 주주권리 증진수단 '이사추천·권익위원'

[견제기능]⑤도입 4년차 접어들어, 장영우 사외이사 '소통창구' 역할

박동우 기자  2024-10-14 15:07:40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사회 구성원들은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존재다. 지배주주와 경영진 의중에 좌우되지 않고 기업의 총체적 이익에 부합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현대모비스 이사회 역시 견제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를 설계했다.

이사회가 일반주주의 이익을 증진하는데 전념해야 한다는 원칙을 안고 '사외이사 주주추천제'와 '주주권익보호 담당위원 제도'를 도입했다. 2020년에 처음 시행한 이래 주주대표성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자리매김했다. 투자은행(IB) 출신 장영우 사외이사가 주주 추천을 받아 발탁됐는데 주주와 현대모비스를 이어주는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 중이다.

◇'주주대표성' 강화책, 거버넌스 NDR에 동행

THE CFO는 올 5월에 공시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와 기업이 자율적으로 공개하는 연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사업보고서와 1분기·반기 보고서 등을 토대로 현대모비스 이사회를 평가했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대 지표에 맞춰 이사회 운영실태와 활동을 점검한 결과 255점 만점에 200점으로 도출됐다.

견제기능 영역에는 45점이 배정됐는데 현대모비스는 37점을 획득했다. 5점 척도로 환산하면 4.1점을 기록했다. 참여도(4.8점), 평가개선 프로세스(4.4점), 정보접근성(4점) 부문과 나란히 4점대를 받았다. 전체 9개 문항 가운데 외부 또는 주주로부터 이사 추천을 받는지 여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책, 감사위 구성과 전문적 식견, 등기이사 대비 미등기임원 보수 수준 등 6개 질문에서 최고점인 5점을 얻었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에 처음으로 '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제'를 도입했다. 그룹 계열사 중 2018년 3월 현대글로비스, 2018년 12월 기아, 2019년 3월 현대차에 이어 네번째로 시행했다. 사외이사 5명 중 1명에 대해서는 주주들이 추천한 후보를 선임하는 내용이 골자로 경영진과 대주주로부터 독립성을 수호하고 주주대표성을 향상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지분의 많고 적음으로 제약을 두지 않으면서 일반 주주에게도 참여 기회를 보장했다.

창사 이래 주주 추천을 거쳐 첫 발탁된 사외이사가 경영컨설팅 업체 영앤코(Young&Co)의 장영우 대표로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됐다. 1961년생인 장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인물이다. 1990년대 메릴린치·골드만삭스에서 연구원을 지내고 2000년대 들어서는 UBS 서울지점 공동대표를 역임하면서 증시 전망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입지를 다졌다.

주주권익보호를 담당하는 위원을 선출하는 제도 역시 시행 중이다. 이사회 산하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소속 위원 가운데 한 사람을 임명한다. 장 사외이사가 주주권익보호 담당위원을 겸하면서 주주들과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수행해 왔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장 사외이사는 2023년 9월 국내를 포함해 아시아, 유럽, 미주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거버넌스 NDR(Non-Deal Roadshow)'에 동행했다.


◇감사위 '사외이사 5인' 구성, 보수·주가 '미연동' 한계

회계와 업무 적절성을 점검하는 감사위 역시 THE CFO 평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감사위에는 살피면 장영우 영앤코 대표,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김화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임스 김(James Kim)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키스 위텍(Keith Witek) 텐스토렌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사외이사 5인 전원이 포진했다. 이들 가운데 장영우 감사위원은 한·미 양국에서 공인회계사 전문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감사위 멤버 중 유일하게 독립성 논란에 직면했던 인물이 키스 위텍 사외이사다. 지난해 선임 과정에서 의결권 자문기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텐스토렌트가 현대차와 기아에서 투자를 받은 점을 근거로 "이사회 독립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현대모비스는 "텐스토렌트와 당사는 일체의 지분관계 혹은 거래 이력이 없어 상법상 사외이사 선임 결격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견제기능 부문에서 주주가치 제고 성과에 연동해 보수를 지급하는지 여부에 대한 문항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현대모비스는 사내이사에 대해 △직급 △직책 △전문성 △수행 업무 △회사 기여도 등을 고려해 연봉을 결정한다. 성과급 지급 기준으로는 매출·영업이익 등의 사업실적, 경영진으로서 기여도, 대내외 경영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설정했다. 사외이사의 경우 독립성 확보를 감안해 고정 직무수당으로 전액 받고 경영 성과에 연동하는 인센티브는 수령하지 못한다.


현대모비스는 후임 최고경영자(CEO) 선출을 둘러싼 제도도 설계해놨다. 대표이사 후보군을 미리 선발하는데 이때 △사업 이해도 △전략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스킬 △리더십 등의 요구 역량을 기준으로 활용한다. 추려낸 후보에 대해서는 평시에 교육을 진행하며 CEO 역량을 함양하는데 집중한다.

2023년에는 후보 2명에 대해 자체 임원 육성 프로그램 '인허브(In-Hub)'와 조직 혁신 관점을 강화하는 'IP(Intrapreneurship) 3' 교육을 실시했다. 일대일로 전문가가 밀착해 바람직한 비즈니스·리더십 자세를 코칭하는 노력도 들였다.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에 참석시키는 등 외부 교육도 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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