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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한미반도체, 신속·효율 우선…밸류로 증명

[Strength]②임시이사회 17회 개최, 출석률 100%…TSR 449% '압도적'

원충희 기자  2024-09-11 15:14:48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한미반도체의 이사회는 소수정예 구성을 갖췄다. 오너와 경영진 사내이사 각각 1명, 증권가 애널리스트 출신 사외이사 1명과 금융감독원 검사역 출신의 상근감사 1명으로 이뤄져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되는 형태는 아니지만 오너의 의지에 따라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다.

이는 시장 변화에 빠른 대처를 가능케 했고 높은 기업가치로 이어졌다. 주주와 이해관계자 의사가 다양하게 반영된 이사회를 통한 밸류업보다 속도와 효율성에 방점이 찍힌 이사회 운영 스타일이다.

◇규모 대비 효율적인 주주가치 실현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한미반도체는 255점 만점에 114점을 받았다.

이 가운데 가장 점수가 높은 항목은 '경영성과'다. 이사회 구조 및 운영방식과 기업의 실적·가치에 긍정적 영향이 미치는 지를 보는 영역으로 투자지표 4개, 성과지표 4개, 재무건전성 3개 등 11개 지표에 각각 5점씩 배점했다. 기준은 KRX 300 소속 비금융사(277개) 가운데 변수 최소화를 위해 지표값 상·하위 10% 기업의 데이터를 제외하고 산정한 평균치다. 기준 수치 대비 20% 이상 아웃퍼폼(outperform)한 경우 만점(5점)으로 채점했다.

한미반도체의 경우 투자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 △배당수익률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 가운데 3개 문항에서 만점을 받았다. 지난해 PBR은 10.45배로 기준치(2.38배)를 20% 이상 아웃퍼폼했다. 배당수익률은 0.68%로 기준치(1.42%)보다 낮아 1점을 받았지만 주가수익률은 446%로 기준치(25.74%)를 압도적으로 넘었다. 이에 따라 TSR은 449.73%를 기록했다.


성과지표인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을 서로 엇갈렸다.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성장률은 기준치를 밑돌아 각각 1점씩 받았으나 ROE와 ROA는 각각 55.54%, 45.31%로 기준치(6.82%, 3.76%)를 크게 상회했다.

재무건전성 지표는 월등히 우수했다. 부채비율은 26.57%로 기준치(91.96%)를 크게 하회했으며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마이너스(–)4.13배를 기록했다. 순차입금(현금성자산-총차입금)의 반대, 즉 보유현금이 차입금보다 많은 순현금 상태라는 뜻이다. 이자보상배율은 437.21배로 기준치(9.72배)를 크게 밑돈다.

◇'일장일단' 있는 소수정예 이사회

경영성과 외에는 한미반도체의 이사회 평가 점수가 높은 편은 아니다. 별도재무제표 기준 총자산이 2조원 미만이라 이사회 관련 법적규제가 덜한 탓이다. 감사위원회 설치의무가 없고 사외이사 수도 이사회 구성원이 4분의 1 이상이면 된다. 그래서 한미반도체 이사회에는 사외이사가 한명만 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같은 소위원회도 존재하지 않는다. 점수가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사회 구조도 단출하다. 오너인 곽동신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삼성전자 출신 김민현 사장이 사내이사과 의장을 맡고 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은 분리시켰지만 사외이사가 아닌 사내이사를 의장직에 앉혔다. 이가근 사외이사는 신영증권, IBK투자증권, 하나증권, 모간스탠리증권 등에서 반도체 애널리스트로 활약한 인사다. 아울러 금감원 검사역과 KB자산운용 상근감사위원을 지낸 신영태 씨를 상근감사로 두고 있다.

이 같은 소수정예 구성의 이사회는 일장일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기업 사외이사에 재직 중인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THE CFO의 한미반도체 이사회 평가 결과를 보고 "오너 중심의 심플한 이사회 운영은 총수일가에 대한 견제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반대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에 적합하다"고 평했다.


실제로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정기이사회 없이 임시이사회만 17회 개최했다. 그럼에도 이사들의 출석률은 100%다. 소수로 구성된 만큼 이사회 의안에 대한 정보 공유에 빠르게 일정을 신속하게 잡아 주요 안건이 결의된다. 주주와 이해관계자 의사가 다양하게 반영된 이사회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보다 속도와 효율성에 방점이 찍힌 이사회 운영 스타일이다.

한미반도체의 방식은 지금까지는 탁월했다. 시장에서 PBR 16배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아 1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45위에 랭킹됐다. 시가총액은 9조3000억원 이상이다. 비슷한 시총을 가진 기업으로는 HD현대일렉트릭, 삼성전기, 한화오션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별도기준 총자산이 2조원 이상이다. 이들과 비교할 경우 한미반도체는 규모에 비해 훨씬 더 효율적인 주주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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