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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한미반도체는 국내 시가총액 40위권에 드는 곳으로 반도체 업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아는 첨단장비 제조 기업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혜주로 꼽히며 시장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16배에 이르는 높은 밸류를 인정받고 있다.
다만 아직 별도재무제표 기준 총자산 2조원 미만이라 이사회 구성 및 운영방식이 국내 상위기업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이사회 평가 결과, '경영성과' 항목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5개 항목의 점수가 낮아 편향적인 육각형을 형성했다.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1명…이사회 규모 최소화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한미반도체는 255점 만점에 114점을 받았다.
우선 '구성' 항목에서 45점 만점에 12점, 평점은 5점 만점에 1.3점을 얻었다.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1명, 상근감사 1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대표이사는 아니지만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당연히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소위원회도 없다. 이사회 구성원들의 역량 매트릭스 BSM(Board Skills Matrix) 역시 사용치 않는다.
이사회 출석률은 100%로 완벽했다. 특이한 부분은 지난 한해 정기이사회는 한건도 없고 임시이사회만 17건이 열렸다. 이사회가 월 평균 1.4회 이상 열릴 만큼 활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도' 항목의 점수는 40점 만점의 17점, 평점은 5점 만점의 2.1점이다. 사외이사가 한명 뿐이라 후보 풀(Pool) 관리는 물론 감사위원회와 기타 소위원회도 열리지 않는다. 사외이사에 대한 정기적 교육도 없으며 이사회 사무국 같은 별도의 지원조직 또한 없다.
'견제기능' 항목에서도 45점 만점에 17점, 평점은 5점 만점에 1.9점이다. 외부 및 주주를 통한 사외이사 추천제도와 시행 이력이 없고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정책 역시 마련되지 않았다. 내부거래 적격성을 심의할 담당한 소위원회나 별도조직이 없고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별도 회의 또한 없다.
다만 지난해 12월부터 3년간 재직한 인원에게 주식상여를 제공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운영하면서 주주가치와 연계된 보상제도를 실시했다. 또 책임경영을 맡은 등기이사의 평균연봉이 미등기이사를 웃돌고 있어 오너가 책임을 피한 채 고액연봉을 받는 문제도 없다.
◇밸류 높아 TSR 등 주주지표 우수, 경영성과에 편중된 점수 '정보접근성' 항목에선 30점 만점에 13점이 나왔다. 평점으로 5점 만점에 2.2점이다. 중장기 주주환원정책 등을 사전에 공시하지 않으며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26.7%로 낮았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이사회 안건은 공개되지만 내용이 단편적이다.
'평가개선 프로세스' 항목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진다. 35점 만점에 12점, 평점은 5점 만점에 1.7점이다.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가 이뤄지지 않기에 이를 공개하지도 않으며 평가결과를 개선이 반영하지 않는다. 외부 거버넌스 평가기관으로부터 받은 ESG 등급도 D등급으로 낮은 편이다. 다만 사회적 물의 및 사법 이슈에 연루된 임원이 이사회에 들어가 있지는 않다.
'경영성과' 항목 중에서는 배당수익률과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을 제외하고는 8개 문항에 5점 만점을 받았다. 55점 만점에 43점, 평점은 5점 만점에 3.9점이다. 시장에서 밸류를 잘 인정받아 주가가 높게 형성된 만큼 주가수익률과 총주주수익률(TSR)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과 총자산순이익률(ROA)에서도 KRX 300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부채 및 차입금이 현저하게 적은 만큼 레버리지 지표도 KRX 300 평균치를 크게 하회했다.
한미반도체가 이사회 평가에서 점수가 낮게 형성된 이유는 아직 별도기준 총자산 2조원 미만의 상장사이기 때문이다. 법규상 사외이사를 이사회 구성원 총수의 4분의 1만 선임해도 되며 감사위원회 설치의무를 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