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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한미반도체, 오너 견제장치 전무…개선은 추후 과제

[Weakness]③이사회 독립성 보장 안돼, 이사평가·사추위 등 향후 검토

원충희 기자  2024-09-12 11:32:26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한미반도체는 유가증권시장의 존재감에 비해 자산이 2조원 미만이라 이사회 구성은 단출하다. 사외이사 1명뿐인 탓에 소위원회가 부재한 만큼 오너 등 경영진 견제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으나 자산 2조원 미만이라도 이사회 선진화를 추구하는 기업에 비해 이사회 구성이 뒤쳐진 편이다.

이는 향후 계획으로 남겨뒀다. 한미반도체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향후 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이사 선임을 위한 별도의 기구 설치에 관하여 검토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울러 이사회 내 위원회 운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될 경우 제도 도입을 고려할 예정이다.

◇코스피 상위권 위상 대비 사외이사 수 부족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한미반도체는 255점 만점에 114점을 받았다.

이사회 '구성'에서 45점 만점에 12점, '참여도'는 40점 만점의 17점, '견제기능'은 45점 만점에 17점, '정보접근성' 항목에선 30점 만점에 13점, '평가개선 프로세스' 항목에선 35점 만점에 12점이다. '경영성과' 항목을 제외하고 모든 항목에서 점수가 낮은 편이다.


원인은 사외이사 수에 있다. 1명뿐이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 중심의 소위원회를 설치할 이유가 없으며 감사위원회 설치의무도 없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별도기구 역시 필요 없으며 사외이사를 평가할 필요도, 교육할 필요성도 떨어진다. 이사회 선진화를 위한 모든 체계가 한미반도체의 현 이사회 구조와 들어맞지 않다.

지배구조 전문가는 이를 두고 "이사회 독립성과 오너 견제장치가 전무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산 2조원 미만인 곳이라 의무는 없지만 코스피 상위권 기업인만큼 지배구조 선진화와 대외신뢰도 제고를 위한 조치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반도체는 현재 시가총액 9조9000억원으로 코스피 40위권에 위치해 있다. 별도기준 총자산은 6월 말 기준 7760억원 수준이다. 규모에 비해 시장가치가 상당히 높다. 소액주주 수만 15만9356명에 이른다. 높은 밸류를 한동안 유지해 왔기에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의 목소리도 약한 편이다.

◇이사회 개편 필요성 인식, 향후 과제로 남겨둬

한미반도체와 달리 일부 기업은 자산 2조원 미만이라 할지라도 이사회 선진화를 위해 2조원 이상 기업에 적용되는 규정을 미리 도입했다. 진에어는 현재 별도기준 자산 1조원이지만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으며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ESG위원회 등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도 마찬가지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경우 자산총액 2조원 미만이었던 2018년에 사외이사 과반인 이사회를 구성했으며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감사위원회 등을 설치했다.


한미반도체 내부에서도 이사회 개편에 대한 필요성을 조금씩 인식하고 있다. 지난 5월 공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향후 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이사 선임을 위한 별도의 기구 설치에 관하여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관련 법령과 모범규준 등을 기본으로 현재 수행하고 있는 확인절차를 고려해 사외이사 선임 내부규정을 만드는 부분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 활동과 사외이사 평가에 대해서도 "향후 이사회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실적에 근거한 사외이사 평가 실시여부와 해당 평가결과의 재선임 반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개별평가를 실시할 경우 평가의 공정성 확보 방안과 구체적 평가방법 등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내부 절차나 지침을 마련하고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 등을 통해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면서 "내부거래 및 자기거래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마련 계획을 검토하고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수립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사회 개편은 추후의 과제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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