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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들이여, 무대에 나서라

김현정 기자  2024-09-12 07:00:27
“CFO들은 대체적으로 보수적이고 진중한 경향이 있지요. 다소 샤이(shy)한 분들도 많습니다.”

일전에 한 기업의 CFO를 만났을 때 "CFO들은 나서길 꺼려하는 것 같다"고 얘기하자 그런 성향들이 많다는 공감을 받았다. 회사 재산을 지키고 숫자로 실익을 따지는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아무래도 영업통들보단 진중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었다. 물론 화통한 성격의 CFO도 있겠지만 떠올려보면 얼추 그런 것 같다.

일면식 있는 CFO들을 한 명 한 명 머릿 속에 소환하다 불현듯 한미반도체 김정영 부사장(CFO)이 생각났다. 오, 예외의 인물이었다. 예전에 그가 삼프로에 출연한 영상을 꽤 인상 깊게 본 적 있다.

“반도체를 자르는 ‘톱’을 생산하는 회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를 시작으로 한미반도체에 대한 정보를 알기 쉽게 풀어나가는데, 그만 빠져들었다. 방송 후 반응도 뜨거웠다. ‘기업을 대표하는 임원이 직접 나와 설명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CFO가 이 정도 기술적 지식을 갖춘 걸 보니 신뢰가 간다’, ‘평소 접할 수 없는 알찬 정보였다’ 등 칭찬 일색이었다.

최근 김 부사장과 식사 기회가 생겨 삼프로 출연 당시를 물었다. 계기가 생겼고 이왕 하는 김에 풍부한 회사 정보를 최대한 많은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단다. 한미반도체 작업복을 입고 등장한 것도 본인의 아이디어였다고 했다. 3시간 식사 자리에서도 회사 얘기를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근래 본 그 어떤 취재원보다 적극적인 성향이었다.

CFO는 회사 정보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직책이다. 기업의 재정상태를 상시 점검하고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CFO의 주요 보고 대상은 CEO만은 아니다. 주주 및 잠재 투자자 등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를 포함한다. 하지만 대중이 CFO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미국 최대 인터넷은행 찰스슈왑 홈페이지엔 ‘CEO 인사말’ 대신 ‘CFO Commentary’가 있다. CFO가 주기적으로 재무상황을 설명하는 곳이다. 최근 코멘터리엔 ‘40년 만에 가장 빠른 금리인하 주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전략’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마치 ‘망설이지마, 우리 회사 주식 사도 돼’라는 메시지가 절절히 묻어나는 러브레터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회사, 저 회사서도 본 것 같은 뻔하디 뻔한 CEO 인사말보다 훨씬 가치있는 ‘홈페이지 할애’라고 생각했다.

주주들의 올바른 투자 의사결정은 올바른 기업 정보에서부터 출발한다. 여기서 가장 신뢰성 있는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CFO가 아닐까? CFO들이 좀 더 무대 전면에 나서길 바란다. 의지만 있다면 무대는 회사 홈페이지나 방송, 컨퍼런스콜, 보도자료 등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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