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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 Match upLG전자 vs 월풀

경영진 '조화'와 '견제'…인적구성이 보여준 가치

[인물]①사외이사 비중 '지주 자회사' LG전자 50%대…'기관투자자 소유분산' 월풀 90%

박동우 기자  2024-08-16 07:31:31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뛰어난 개인 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하지만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다. 기업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분석해본다.
글로벌 생활가전 업계의 양대 라이벌은 'LG전자'와 '월풀(Whirlpool)'이다.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등 일상생활 편의를 증진하는 제품을 토대로 각국 시장을 공략하며 자웅을 겨뤘다. 2021년 이래 LG전자 실적이 월풀을 능가하면서 세계 가전 분야 왕좌를 공고하게 다졌다. 시가총액 역시 LG전자가 15조원을 웃돌며 52억6000만달러(7조1510억원)에 그친 월풀을 앞질렀다.

기업가치와 경영성과를 좌우하는는 핵심 주체가 이사회다. LG전자와 월풀의 이사회 인적구성은 경영진과 '조화'를 이루고 '견제'하는 가치를 잘 보여준다. LG전자의 경우 계열사 의사결정 신속성과 효율을 염두에 두고 지주사 대표를 이사회 의장으로 배치했다.

사외이사 비중이 50%대인 LG전자와 달리 월풀은 90%가 넘는다. 기관투자자들로 소유가 분산된 특성과 맞물려 회사 경영진 활동이 타당하고 적법하게 이뤄지는지 감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 임원 출신으로 이사회를 채운 월풀과 달리 LG전자는 학계 인사가 사외이사로 포진했다.

◇LG전자, 지주사 대표가 '의장'…CFO도 이사회 일원

현재 LG전자 이사회는 '7인 체제'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 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으로 이뤄졌다. LG전자 경영진 출신 등기임원이 3명(42.9%)으로 사내이사 조주완 대표와 김창태 최고재무책임자(CFO), 기타비상무이사 권봉석 부회장이 포진했다.

2000년대 초반 이래 재무를 총괄하는 임원이 이사회 일원으로 계속 포함된 대목이 돋보인다. 자금과 회계 관리를 중시하는 LG그룹 전통과 맞닿아 있다. 지주사 ㈜LG,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 다른 계열사 역시 이사회에 CFO를 계속 배치해 왔고 경영상 중요 사안을 결정하면서 재무 임원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모양새다.


이사회 의장을 맡은 인물은 1963년생인 권 부회장으로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핀란드 알토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인물이다. 권 부회장은 2019년 LG전자 대표를 거쳐 2021년부터 ㈜LG 대표직을 수행해 왔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LG는 LG전자 지분 33.7%(5509만4582주)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그룹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는데 용이한 기구가 이사회라는 판단 아래 지주사 최고경영자(CEO)가 자회사 이사회 운영을 총괄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그룹 기조에 보조를 맞춰 속도감 있게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촉진하는 취지를 반영했다.

12인 체제를 형성한 월풀 이사회에는 회사 경영진 출신 인사가 단 한 명(8.3%)에 불과하다. 나머지 11인은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사내이사는 마크 비처(Marc Bitzer) 회장으로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1965년생인 비처 회장은 1999년 월풀에 합류한 이래 유럽법인 사장, 북미법인 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이사회 멤버로 합류했고 2019년부터 의장 직책을 맡았다.

사외이사 비중이 이사회 구성원의 90%를 웃도는 건 월풀이 '소유 분산 기업'이라는 특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가 압도적인 지분을 갖지 않고 여러 주체들이 잘게 나눠 가진 만큼 회사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데 방점을 찍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올 3월 말 지분율 상위 주주를 살피면 △블랙록(11.3%) △뱅가드그룹(10.0%) △프라임캡 매니지먼트 컴퍼니(8.9%) △보스턴파트너스(3.9%) 등 기관투자자들이 포진했다.

◇사외이사에 기업임원 포진 월풀, 교수로 채운 LG전자

월풀 사외이사 11인은 대부분 기업 임원 경력을 갖췄다. 경영 실무에 대한 이해가 탁월한 인물이 회사 의사결정 효율 향상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세계 최대 농기계 제조사 디어앤컴퍼니의 사무엘 앨런(Samuel Allen) 전 회장, 화장품 기업 로댄앤필즈(Rodan & Fields) CEO를 역임한 다이앤 디에츠(Diane Dietz) 사외이사 등이 대표적이다.

다른 기업에서 CFO를 지냈던 인물들도 월풀 이사회 일원으로 합류했다. 전동 드라이버 등 공구 제작 업체 스탠리블랙앤데커 회장을 역임한 제임스 로리(James Loree) 사외이사는 회사 모체 스탠리웍스에서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재무 총괄 임원으로 활약했다. 제니퍼 라클레어(Jennifer LaClair) 사외이사는 금융사 PNC와 앨라이파이낸셜에서 CFO를 지내고 현재는 미국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이사도 함께 맡고 있다.

정부를 타깃으로 우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대관 역량 강화를 염두에 두고 사외이사로 영입한 래리 스펜서(Larry Spencer) 전 미국 공군 참모차장(대장) 역시 재무에 잔뼈가 굵다. 1990년에 공군 회계감사실에서 근무하고 2000년대 들어서는 공군부 재무감사 차장과 예산차관보를 잇달아 역임한 이력이 방증한다.


LG전자의 경우 사외이사 4인방이 모두 학계 인사다. 한국회계학회 부회장인 류충렬 사외이사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다. 대한전자공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승우 사외이사 역시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몸담으면서 차량 자율주행 기술에 매진했다. 이상구 사외이사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서 후학을 양성해 왔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활동 중인 강수진 사외이사는 법조계에 오랫동안 몸담았다. 1995년 사법연수원 24기로 수료한 이래 서울지방검찰청, 대전지검 등에서 검사로 근무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일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카풀'을 하며 출퇴근한 경험 때문에 새 정부 출범 당시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LG전자는 올 5월에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강수진 이사는 다양한 기업 사건을 담당했던 여성 법조인으로 산업 전반에 대한 거시적 시각을 보유했다"며 "기업법, 자본시장법, 형법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사회 운영에 객관성이 담보된 법리적 판단과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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