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수익성 개선이 꼽힌다. 분기 영업이익률이 '제로(0)'까지 근접했다. 다만 부진한 업황을 감안하면 대들보인 가전(H&A)사업이 지난해 흑자를 지킨 것은 선전으로 볼만한 성과다.
특히 가전시장 라이벌인 월풀을 마침내 마진에서도 제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올해는 월풀이 비용구조 재정비 효과를 장담했고, LG전자 역시 컨퍼런스콜에서 '비상 경영'을 선포한 만큼 수익성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료·물류비 하락 효과 시작”…거시적 리스크 여전LG전자 컨퍼런스콜은 IR담당 임원이 진행한다. 화술과 국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커뮤니케이션,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뛰어나야 하는 재무라인의 간판 인사다. 심상보 상무가 2020년 초부터 이 자리에 올라 있다.
컨콜 순서는 IR담당 임원이 전사 실적에 대한 발표를 하고, 사업부문별 경영관리담당 임원이 해당 사업부에 대한 실적 설명과 질의응답을 맡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 금융과 회계담당 임원도 참여한다.
2022년 실적을 리뷰하기 위해 최근 열린 컨퍼런스콜에는 심상보 상무를 비롯해 김이권 H&A경영관리담당 상무, 이정희 HE경영관리담당 상무, 김주용 VS경영관리담당 상무, 이동철 BS경영관리담당, 박상호 글로벌경영관리그룹 전무, 박충현 경영관리담당 상무, 이현규 금융담당 상무, 이홍수 회계담당 상무 등이 참석했다.
올해 투자자 관심이 크게 쏠린 부분은 수익성 관련 이슈다. 지난해 4분기 LG전자가 분기별 영업이익률 0.3%를 기록하면서 적자를 간신히 피했기 때문이다. 특히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가 세 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했고 BS(비즈니스솔루션)사업본부 역시 두 분기째 영업손실을 봤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오른 영향이 크다.
Q&A(질의응답) 시간에도 전사 마진에 대한 질문이 스타트를 끊었다. JP모간의 박정준 애널리스트는 “올해 원재료, 물류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었는데 마진 개선효과가 어떤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 컨콜 Q&A 답변을 통해 2023년에는 물류비 재계약 효과를 본격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작년까진 장기 선복 계약 탓에 인하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JP모간 측의 질문에 심상보 상무는 “원재료 가격 하락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해상운송선사와의 재계약 효과는 선사별 협상 완료 시점에 따라 올 1분기부터 반영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수요감소 추세와 경쟁심화 등 리스크 요인은 여전한 만큼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진 못할 것으로 우려했다.
◇H&A본부 vs 월풀, 수익성 엎치락뒤치락전사뿐 아니라 H&A사업에 대해서도 ‘수익성 방어 전략’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H&A는 LG전자 매출에서 가장 많은 약 38%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수익성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4분기 영업이익률이 0.4%를 기록해 전분기(3.1%)보다 2.7%포인트 낮아졌다. 고정비가 늘어난 데다 경쟁 심화로 마케팅 비용을 확대한 게 부담이 됐다.
다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괜찮은 성적표다. LG전자 H&A본부와 미국 월풀(Whirlpool)은 글로벌 가전시장에서 오랜 라이벌로 경쟁해왔다. 애초 LG전자가 항상 뒤처져 있었는데 2021년 처음으로 월풀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앉았다.
문제는 마진이 오히려 반대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LG전자 영업이익률이 2020년 10.3%에서 2021년 8.2%로 떨어진 반면 월풀은 같은 기간 8.3%에서 10.7%로 올랐다. 2022년 1분기에도 월풀이 9.4%, LG전자가 5.6%를 기록해 격차가 더 벌어졌다. 작년 2분기 컨콜에서 “경쟁사(월풀)보다 매출이 우월한데, 수익성 하락폭이 큰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판세가 뒤집혔다. 2022년 연간 기준으로 LG전자 H&A사업본부가 1조129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흑자를 유지한 반면 월풀은 10억56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제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까지 LG전자가 월풀을 앞지르게 된 셈이다.
안심하긴 일러 보인다. 월풀은 올해 가이던스로 7.5%의 영업이익률을 거듭 자신했다. 월풀 CFO인 제임스 피터스는 최근 컨콜을 통해 “2023년에는 수요와 소비심리 약화가 계속되고 특히 북미, EMEA(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 더 그럴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에 매출이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비용구조를 재정비하면서 약 7.5%의 영업이익률과 8000만달러의 잉여현금흐름(FCF)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경우 구체적인 가이던스를 숫자로 제시하진 않았다. 다만 위축된 소비심리가 정상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면서 비용절감 기조를 강조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LG전자 H&A사업의 올해 영업이익률은 5~6%대 안팎이다.
H&A경영관리담당 김이권 상무는 수익성 관련 물음에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그간 꾸준히 준비해온 볼륨존 제품 확대를 통해 수요 감소 영향을 극복하겠다”며 “비상경영 체제 운영을 통한 비용절감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