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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 Match upLG전자 vs 월풀

'재무위·경영위' 공통점은…자금조달 심의권

[위원회]②이사회 업무 뒷받침 역할…'사외' 6인, '사내·기타비상무' 3인 구성 차이

박동우 기자  2024-08-16 10:26:14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뛰어난 개인 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하지만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다. 기업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분석해본다.
이사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필요한 수단이 '위원회'다. 상세한 사안까지 일일이 살피는데 물리적 한계가 불가피한 만큼 소수 이사들로 이뤄진 위원회에 심의 권한을 부여하는 건 필수적이다. 신속하게 업무를 추진하고 사안 검토의 집중도를 향상하는 취지다.

LG전자와 월풀이 설치한 위원회 역시 이사회 업무를 뒷받침하는 역할과 맞물렸다. 월풀은 유동성 확보와 배당, 투자를 승인하는 재무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LG전자 역시 차입과 회사채 발행 안건을 검토하는 경영위원회를 가동해 왔는데 자금조달 정책을 심의하는 권한이 월풀 재무위와 유사하다. 다만 월풀 재무위원 6인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반면 LG전자 경영위원 3인방은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뤄졌다.

◇'4개 위원회' 월풀…인적자원위 '보상정책' 집중

월풀 이사회 산하에는 △감사위 △기업지배구조·지명위 △인적자원위 △재무위 등 4개 위원회가 존재한다.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원을 채웠고 유일한 사내이사인 마크 비처(Marc Bitzer)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은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 규준에 따라 최소 3명의 '독립적' 이사로 위원회를 구성하라는 요건을 준수하고 있다.


이사 1인당 2개 소위에 소속된 가운데 감사위, 기업지배구조·지명위, 인적자원위에는 사외이사가 5명씩 배치됐다. 농기계 제조사 디어앤컴퍼니 회장을 역임한 사무엘 앨런(Samuel Allen) 사외이사는 기업지배구조·지명위를 이끌어 왔다. 다이앤 디에츠(Diane Dietz) 전 로댄앤필즈(화장품 업체) 사장은 인적자원위 운영을 총괄 중이다. 제니퍼 라클레어(Jennifer LaClair) 전 앨라이파이낸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감사위원장을 겸한다.

감사위는 재무제표의 정확성만 살피는데 국한하지 않고 환경, 보건·안전, 법률·규제 준수 여부, 사이버 보안, 개인정보 보호 등 전방위에 걸쳐 감독하는 역할에 주안점을 맞췄다. 기업지배구조·지명위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적합한 인물 풀(pool)을 관리하고 이사 후보자를 추천하는 조직으로 LG전자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와 유사한 성격을 지녔다. 여기에 더해 국내외 거버넌스 동향을 살피고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권한도 부여됐다.


인적자원위는 보상 정책을 심의하고 승인하는데 방점을 찍은 기구다. 최고경영자(CEO)의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목표 수준을 설정한다. 임·직원들에게 자사주를 지급하는 등 장·단기 인센티브(성과급) 계획을 둘러싼 권고안도 마련한다. 다만 사외이사를 둘러싼 보상안을 검토하는 책임은 인적자원위가 아닌 기업지배구조·지명위에 부여했다.

단연 눈길을 끄는 조직이 '재무위'로 5인으로 이뤄진 위원회와 달리 6명으로 구성됐다. 투자은행(IB) 업무에 특화된 그린힐에서 CFO를 역임한 존 리우(John Liu)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월풀의 재무 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을 심의해 이사회에 권고하는 동시에 경영진의 재무 관리 실태를 감독하는 취지로 운영 중인 기구다.

재무위는 자금 조달부터 현금흐름 관리, 자본 재배치, 투자 등의 사안을 검토해 왔다. 장·단기 차입과 채권 발행, 증자 등 다양한 방식의 유동성 확보 전략을 심의한다. 배당정책 역시 현금 유출을 수반하는 만큼 재무위가 사전에 적절성을 살핀다. CEO를 타깃으로 한 지출 승인 한도 부여를 검토해 권고하는 기능도 설정했다.

◇'5개 위원회' LG전자, 감사위만 '전원 사외이사'

LG전자는 이사회에 △감사위 △경영위 △사외이사후보추천위 △ESG위 △내부거래위 등 5개 위원회를 설치했다. 전원 사외이사로 채운 조직은 감사위가 유일하다. 위원장은 류충렬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가 맡았고 강수진 고려대 로스쿨 교수,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이상구 교수와 전기공학부 서승우 교수가 감사위원으로 참여 중이다. 3명 이상의 사외이사로 구성하되 사외이사가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야 하는 상법에 부합한다.


경영위는 조달 정책을 검토하는 월풀 재무위와 유사한 기구다. 이사회가 승인한 연간 한도 범위 내에서 차입하거나 회사채·기업어음(CP)을 발행하는 사안을 심의하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여신거래한도 약정을 체결하고 연장하는 사항도 검토한다.

경영위에 속한 이들은 사내이사 조주완 대표와 김창태 CFO, 기타비상무이사 권봉석 부회장 등 LG전자 내부 임원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구성은 월풀 이사회 외부 조직인 집행위와도 비슷한 특징을 지니는 대목이다. 15인이 참여하는 월풀 집행위에는 사내이사 마크 비처 회장 외에도 짐 피터스(Jim Peters) CFO, 루도빅 뷰필즈(Ludovic Beaufils) 키친에이드 소형가전 담당 부사장 등 내부 경영진이 이름을 올렸다.

LG전자 ESG위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중장기 목표를 채택하고 있다. 계획 이행 성과와 ESG 리스크 대응 실태를 감독하는 업무도 부여됐다. 내부거래위는 상법과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거래, 대규모 내부거래를 심의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월풀의 경우 재무위에서 ESG 전략과 관련된 거래 행위를 검토하고 기업지배구조·지명위에서 거버넌스 원칙을 수립해 권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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