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오토모티브 이사회 산하에는 유일한 소위원회가 존재한다. 바로 '내부거래위원회'다. 사외이사와 사내이사 1명씩 단출하게 구성된 기구다. 특수관계자와 이뤄지는 거래를 심사하고 의결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2012년 코스닥에 상장한 이래 종속기업, 관계사 등을 대상으로 한 출자, 자금대여 등 10건을 승인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올해까지 내부거래위 회의 내역은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진오토모티브 측은 "의무 공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위원회 활동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종속·관계사' 출자, 자금대여 심의…2인 조직 '단출'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서진오토모티브 이사회에는 내부거래위만 설치돼 있다. 사외이사 임기영 전 한라홀딩스(현 HL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사내이사 고만윤 대표로 단출하게 구성했다. 임 사외이사가 2021년 3월 주주총회로 선임된 직후 위원장을 맡아 내부거래위 운영을 총괄해 왔다.
서진오토모티브는 분기·사업보고서를 통해 "내부거래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및 그 시행령에 의한 특수관계인을 상대방으로 하거나 특수관계인을 위해 하는 거래 등을 심사하고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고 기술했다. 한국ESG기준원(KCGS)이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내부거래위에 대해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계열사간 거래가 공정한 절차와 내용으로 이뤄지는지 검토하고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한 맥락과 부합한다.
세코그룹 '창업주 2세' 배석두 회장을 비롯해 종속기업, 관계사를 겨냥한 자금 제공, 주식 인수 등이 특수관계자 거래에 해당된다. 계열사 면면을 살피면 그룹 모체 서진산업 외에도 차량 범퍼 제조사 에코플라스틱, 핸들(스티어링 휠) 생산에 특화된 코모스, 언더웨어(속옷) 업체 좋은사람들 등이 포진했다.
특히 인베스터유나이티드와 서진캠에 관심이 쏠린다. 두 기업 모두 서진오토모티브 지분을 보유한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배석두 회장의 개인회사인 인베스터유나이티드는 전체 주식의 18.33%(400만3271주)를 보유했다. 배 회장의 장남 배기욱 전무가 소유한 차량 부품사 미보기아를 활용해 지배력을 형성한 서진캠은 서진오토모티브 지분 18.26%(398만7698주)를 가졌다.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방식으로 2012년 코스닥에 상장한 이래 공시를 살펴본 결과 내부거래위는 누적 10건을 심의해 가결했다. 2012년에는 세코그룹 중앙연구소 법인을 설립해 출자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에코플라스틱이 발행한 130억원어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워런트(신주인수권)를 사들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안도 통과시켰다.
◇정보공개 보수적 기조 변화…"공시 의무 해당되지 않아" 내부거래위 활동 내역을 둘러싼 정보 공개는 점차 보수적 기조로 바뀌었다. 2014년까지는 거래 대상이 되는 기업명을 뚜렷하게 적시했다. 하지만 2016년 들어서는 '관계회사'나 '종속회사'로 모호하게 지칭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2019년부터 회의 내역을 공시하지 않는 방침으로 전환했다. 위원회가 한 해 동안 몇 건을 심의했는지, 회의를 개최했는지 등의 정보를 전혀 확인할 수 없게 됐다.
활동 내역이 공시되지 않는 가운데 서진오토모티브는 특수관계자와 활발하게 자금을 거래해 왔다. 지난해 △상일식품(30억원) △넵스테크놀러지(19억원) △세코모빌리티(1억원) 등에 50억원을 대여해주고 되돌려 받았다. 올 1분기에는 배 회장의 개인회사 인베스터유나이티드가 서진오토모티브로부터 25억원을 빌린 뒤 상환했다.
서진오토모티브 관계자는 "회계 감사를 받으면서 이사회에 관한 사항을 제대로 공시했는지 여부도 함께 살핀다"며 "다만 소위원회 회의 내역은 공시 의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자사가 이사회에 소위원회를 추가 설치할 만큼 거대한 규모의 기업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이사회 산하 내부거래위 외에도 별도 사내 기구로 'ESG위원회'가 존재하는데 여기서는 지속가능경영 등의 업무를 관장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