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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존 이사회 점검

동진쎄미켐, 사외이사 1인의 역할은 얼마나 되나

2022년 참석률 15%, 2023년엔 91%… 사내이사 대비 비중 적어 역할은 제한적

김슬기 기자  2024-08-06 13:31:19

편집자주

상장법인은 주식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면서 불특정 다수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온다. 그 대가로 상장사 이사회는 건전한 경영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의무를 부여받는다. 사외이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 각종 공시 의무 등이다. 다만 별도기준 총자산 2조원 미만 기업은 의무강도가 약하며 당국의 감시망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 '회색지대(Gray Zone)'에 존재하는 이들 기업의 이사회를 면밀히 살펴본다.
동진쎄미켐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를 한 명만 두고 있다.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데 사외이사의 역할이 크지 않은 것이다. 참여율 역시 큰 차이가 났다. 사내이사 출석률은 줄곧 100%였으나 사외이사 출석률은 매년 변동폭이 컸다. 정영근 전 사외이사의 선임 첫해 출석률은 0%였지만 두번째해엔 15%, 지난해엔 91%를 보였다.

동진쎄미켐은 연간 20여차례의 이사회 의결이 진행됐고 소집 통지가 24시간 전에 이뤄지는만큼 사외이사가 직접 이사회 의결에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꾸준히 사외이사 연봉이 상승하고 참여 수단을 늘리면서 출석률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 사내이사 참석률은 100%, 사외이사 참석률은 매년 변화 컸다

동진쎄미켐의 이사회는 3인의 사내이사와 1인의 사외이사 등 총 4명으로 구성돼있다. 4명의 이사회 체제는 2018년부터 지속돼왔다. 동진쎄미켐의 경우 별도 기준 자산규모가 2조원 미만인만큼 사외이사의 수를 4분의 1만 채워도 된다.

동진쎄미켐의 이사회 구성원들의 참여도는 어떨까. 2018년부터 동진쎄미켐은 이사회 구성원들의 출석률을 공시해왔다. 창업자인 이부섭 회장과 그의 아들인 이준혁·이준규 부회장 등 오너 일가로 구성된 사내이사 3인의 경우 출석률이 한 번도 빠짐없이 100%를 기록했다.


사외이사의 출석률은 천차만별이었다. 2018년과 2019년 사외이사를 지낸 이화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출석률은 11%, 9.5%였다. 2018년 이사회는 총 19회 열렸고 이 중 2번만 참석했다. 2019년에는 21회 열렸고 총 2번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나마 1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는 모두 참석했다.

이화영 사외이사의 후임자로 온 정영근 전 사외이사의 경우 2020년 첫 해 단 한 차례도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2021년에는 총 26차례의 이사회 중 2번 참석하면서 7.7%의 출석률을 보였다. 2022년에는 20번 중 3번을 참석, 15%로 소폭 상승했다. 2023년에는 23차례 중 21차례를 참석, 91%까지 올라왔다.

서울대 화학과 명예교수로 있는 정 전 사외이사는 2023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3년 연장됐으나 1년만 채우고 2024년 2월에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그의 후임으로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를 지낸 이승종 사외이사가 새롭게 선임됐다. 아직 그의 선임 후 이사회 출석률은 공개되지 않았다.

◇ 연간 20여차례 이사회, 정관 변경·보수 상승 등으로 참석률 높였나

동진쎄미켐 사외이사 참석률 변동성이 큰 데에는 이사회 횟수와 의결방법 등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관을 보면 이사회는 대표이사가 소집할 수 있다. 대표이사는 이부섭 회장과 이준혁 부회장이다. 또한 "소집은 회일을 정하고 그 24시간 전에 각 이사 및 감사에게 문서, 전자문서 또는 구두로 통지해야 한다"면서도 "이사 및 감사 전원의 동의가 있을 때에는 소집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 이상의 출석으로 개최해 출석이사 과반수로 한다고 적혀있다. 결과적으로 동진쎄미켐의 이사회는 사내이사가 3인인만큼 사외이사가 없더라도 열릴 수 있고 사내이사 중 2인만 찬성표를 던져도 의결이 가능하다. 사실상 사외이사가 사내이사 의견을 견제하거나 감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동진쎄미켐의 본사는 인천광역시 서구 백범로에 있고 하루 전에 이사회 소집을 통지할 경우 일정 조율이나 현안 파악이 쉽지 않다. 대부분의 대기업의 경우 사외이사의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2주 전에 일정을 공유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나마 이사회의 의결방법이 2021년 1분기 이후 추가됐다. 2020년에는 정영근 전 사외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이 0%였다. 사외이사가 한 차례도 참석하지 못했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관이 바뀐 후 그나마 사외이사의 출석률에 변화가 있었고 2023년에는 이사회 대부분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사회 정관에서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아니하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당해 이사는 이사회에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본다"는 부분이 신설됐다.

같은 기간 사외이사의 보수 역시 상승했다. 이화영 전 사외이사의 경우 연간 1200만원 가량의 보수를 받았으나 정영근 전 사외이사의 경우 2020년 5780만원의 보수를 받았고 2021년 7200만원, 2022년 8800만원 등으로 조정됐다. 2023년에는 보수가 1억원을 넘어서면서 1억2000만원까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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