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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존 이사회 점검

서진오토모티브 안건 3대 키워드 '대출·자금·사채'

③5년간 94회 개최, 108건 처리…친환경차 부품 신사업 부응해 조달 '핵심화두'

박동우 기자  2024-08-12 14:27:27

편집자주

상장법인은 주식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면서 불특정 다수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온다. 그 대가로 상장사 이사회는 건전한 경영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의무를 부여받는다. 사외이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 각종 공시 의무 등이다. 다만 별도기준 총자산 2조원 미만 기업은 의무강도가 약하며 당국의 감시망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 '회색지대(Gray Zone)'에 존재하는 이들 기업의 이사회를 면밀히 살펴본다.
중견 기업집단 세코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차량 부품 제조사 서진오토모티브는 2019년 이래 올해까지 5년여 동안 이사회를 총 94회 열었다. 이 기간 동안 처리한 안건은 총 108건, 모두 찬성 통과였다. 이사회 구성원이 4인으로 단출한 만큼 의사결정 효율과 신속성을 제고하는 취지에서 경영진 주간 보고 일정과 맞춰 회의를 개최해 왔다는 설명이다.

안건을 살피면 '대출·자금·사채' 등의 3대 키워드가 눈길을 끈다. 금융사와 약정을 맺고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전환사채(CB) 등 메자닌도 활발하게 발행했다. 친환경 차량 부품 신사업에 부응해 자금 소요가 계속 잇따르는 만큼 이사회 역시 유동성 조달과 차입금 관리를 '핵심 화두'로 설정하고 의사결정을 이어갔다.

◇연평균 16.8회 소집, 사내이사 출석·표결 내역은 '비공개'

서진오토모티브가 공시한 사업·분기보고서 등을 살펴본 결과 2019년부터 올 1분기까지 94회에 걸쳐 이사회 회의를 개최했다. 같은 기간 표결한 의안은 108건으로 회의에 참석한 사외이사는 모두 '찬성' 표를 행사했다. 연평균 이사회를 16.8회 소집했는데 지난해에는 18차례 회의를 열고 23건을 처리했다.

올 들어 서진오토모티브는 3월까지 10차례나 이사회 회의를 열었는데 1분기 기준으로는 최근 5년을 통틀어 올해 개최 횟수가 단연 많다. 1~3월 이사회 소집 내역을 살피면 △2019년 5회 △2020년 7회 △2021년 8회 △2022년 7회 △2023년 5회로 집계됐다. 가결한 안건 역시 13건으로 2019년 이래 1분기 기준 최다 처리 사례를 기록했다.


서진오토모티브 관계자는 "경영진 주간 보고 일정과 맞춰서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의사결정 신속성과 효율성을 도모했다"며 "시급한 판단을 요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통상적으로 일주일 전에 사외이사에게 안건과 이사회 개회일을 사전 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사회 활동내역을 둘러싼 정보공개 수준은 아쉬움을 남긴다. 사외이사의 가부 행사와 참석 동향만 드러나고 사내이사들의 출석률과 표결 실태는 사업·분기보고서 등에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진오토모티브 이사회 구성원은 배석두 세코그룹 회장, 고만윤 대표, 신석호 경영관리·구매본부장 등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임기영 전 한라홀딩스(현 HL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등 4인이 포진했다.

앞선 관계자는 "사내이사 활동 내역은 공시하지 않았으나 이들은 모두 상근직이기 때문에 이사회 출석률이 전원 '100%'를 기록하고, 의안에 대한 표결 역시 전원 의견 일치로 '찬성'을 행사했다고 보면 된다"며 "이사회 운영규정이 제정돼 있기는 하나 외부 감사인에게만 열람을 허용하며 타 회사로의 정보 유출 등 민감성을 감안해 일반에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출' 27건·'사채' 14건…전기차 부품공장 투자, 차입 급증 '현상 반영'

2019년 이래 올 1분기까지 서진오토모티브 이사회가 처리한 의안 108건을 분석하면 '대출'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많이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27건으로 집계됐는데 올 1월에 처리한 '상생금형설비대출 신규 차입'과 '기업은행 무역은행 한도대출 약정'을 비롯해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약정(2월) △산업운영대출 차입 결의(3월)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금'과 '사채'라는 단어는 14건씩 집계되면서 2위 '주주총회'(16건)에 이어 키워드 3위에 올랐다. 산업운영자금, 수출성장자금, 운전자금 등의 용어가 의안 명칭에 기재됐다. 사채 단어는 사모사채(5건), 사채인수(3건), 전환사채(3건), 교환사채(1건) 등의 단어와 함께 적시됐다. 그밖에도 △법인(11건) △연대입보(10건) △대환(9건) △차입·기체(각 8건) 등의 열쇳말이 뒤를 이었다.


서진오토모티브 이사회가 유동성 확보를 겨냥한 의안 처리에 주력한 건 경영진이 친환경 자동차 전문 부품사로 도약하는 사업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2022년에 한국야스나가(현 세코모빌리티)를 인수한 뒤 하이브리드차·전기차 부품 양산 거점으로 설정했다. 이어 올 3월에는 멕시코 현지에 전기차 전용 파워트레인 생산시설을 착공했다. 공장 건립에 3억달러(4110억원)를 투입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국내외 설비 투자와 맞물려 자본적지출(CAPEX)이 2019년 연결기준 651억원에서 지난해 1934억원으로 3배 가까이 불어났다. 올 1분기 역시 2023년 같은 기간 216억원의 3배가 넘는 694억원을 집행했다. 하지만 자체 현금 창출력을 드러내는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입분이 투자 소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올 3월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이 548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말 3518억원보다 55.8%(1963억원) 불어났다. 전체 차입잔액에서 현금성자산을 차감한 순차입금 역시 같은 기간 3155억원에서 4404억원으로 39.6%(1249억원) 많아졌다. '조달'과 '레버리지 관리'라는 양대 과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상황이 서진오토모티브 이사회가 처리한 의안 키워드에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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