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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존 이사회 점검

거꾸로 간 서진오토모티브, '7인→4인'으로 축소

①사외이사 비중 '40→25%' 하락…'변호사·세무사' 빈 자리에 'IB업계 원로' 영입

박동우 기자  2024-08-08 15:46:50

편집자주

상장법인은 주식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면서 불특정 다수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온다. 그 대가로 상장사 이사회는 건전한 경영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의무를 부여받는다. 사외이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 각종 공시 의무 등이다. 다만 별도기준 총자산 2조원 미만 기업은 의무강도가 약하며 당국의 감시망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 '회색지대(Gray Zone)'에 존재하는 이들 기업의 이사회를 면밀히 살펴본다.
서진오토모티브는 국내외 완성차 제조사를 대상으로 변속기 클러치 등의 차량 부품을 공급하며 입지를 쌓은 벤더(vendor) 회사다. 2012년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상장사로 변모했고 매출은 지난 10년 동안 2조5000억원 수준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10년새 이사회 외형은 줄었다. 7인 체제를 구축한 시기도 있었지만 현재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으로 이뤄진 '4인 체제'로 축소됐다. 구성원에서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한때 40%였으나 지금은 25%로 하락했다. 변호사와 세무사가 빠진 대신 대우증권 사장을 지낸 투자은행(IB)업계 원로 임기영 HL그룹 상임고문을 영입했다.

◇현재 이사회 멤버 중 사외이사는 '1명'

1990년에 일본 다이킨과 합작하면서 출범한 서진오토모티브는 중견 기업집단 세코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모체는 1966년에 설립된 차량 부품 제조사 서진산업으로 기아자동차를 설립한 고 김철호 회장의 사위인 배창수 회장이 창업했다.

변속기에 쓰이는 클러치, 엔진 내부에서 배기 밸브를 제어하는데 초점을 맞춘 캠샤프트 등을 생산해 △현대차 △기아 △제너럴모터스(GM) 등 국내외 기업에 납품해 왔다. 2013년 말 연결기준으로 1조1618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말 2조4519억원으로 10년새 2배 넘게 불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162억원에서 738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코스닥에 상장한지 올해로 13년차에 접어들었다. 2012년에 신한1호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하면서 증시에 입성했다. 별도기준 총자산이 2조원을 웃돌면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두되 구성원의 과반을 차지하는 요건을 준수해야 하지만 자산 규모가 기업공개(IPO) 이래 지금까지 2조원을 넘긴 적은 없다.


올 3월 말 전체 자산은 2239억원 수준이다. 이사회 총원의 25% 이상을 사외이사로 배치하는 의무만 준수하는 배경과 맞닿아 있다. 올 1분기 말 서진오토모티브의 이사회 멤버 4인 가운데 사외이사는 1명(25%)에 불과하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사외이사가 5명 중 2명으로 40% 비중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15%포인트 하락했다.

이사회 전체 구성원의 숫자 역시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드러냈다. 2014년 말에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인 등 7인 체제로 이뤄졌으나 2015년 들어 5인 체제로 재편됐다. 당시 사내이사 하병조 전 서진캠 대표가 일신상 이유로 물러나고 기타비상무이사 최남철 전 KT캐피탈 투자금융팀장(현 SBI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본부장) 임기가 만료됐기 때문이다.


◇'오너 2세' 배석두 회장, 13년째 사내이사

2021년 이래 서진오토모티브 이사회는 지금의 '4인 체제'로 변모했다. 증시 입성 이래 2인으로 구성했던 사외이사 수를 1명으로 줄였다. 나머지 3명은 모두 사내이사로 배석두 세코그룹 회장, 고만윤 대표, 재무를 총괄하는 신석호 경영관리·구매본부장이 등기돼 있다.

'오너 2세' 배 회장은 1954년생으로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서진산업 대표를 역임했다. 2011년 서진오토모티브 사내이사로 취임한 뒤 13년째 이사회 일원으로 활동했다. 배 회장은 서진오토모티브 최대주주로 올 3월 말 기준 지분 22.9%(500만3296주)를 보유했다. 개인회사 인베스터유나이티드가 갖고 있는 주식 18.3%(400만3271주)까지 감안한 지분율은 41.2%다.

단 한 명뿐인 사외이사는 임기영 전 학교법인 배달학원 이사장으로 2021년 3월부터 직무를 수행해 왔다. 배달학원은 강원도 지역 사립대 한라대학교의 운영 주체다. 이전까지는 신석중 법무법인 천지인 변호사, 신광동 세무그룹번영 대표세무사가 서진오토모티브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1953년생인 임 전 이사장은 IB업계에서 오랫동안 종사한 인물로 △도이치증권 한국 부회장 △IBK투자증권 사장 △대우증권 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한라그룹(현 HL그룹)의 러브콜을 받아 상임고문으로 부임했고 이후 한라홀딩스 대표를 맡아 신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했다.

서진오토모티브가 임기영 사외이사를 발탁한 건 IB업계에서 활약한 이력이 두터운 대목과 맞물렸다. 자금 조달 국면에서 은행, 증권 등 금융기관과 우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일조할 거라는 판단에서 기인했다. 자동차 부품사 HL만도를 거느린 HL그룹에 몸담았던 만큼 완성차 벤더를 둘러싼 이해가 탁월하다는 평가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서진오토모티브 관계자는 "이사회 총원과 사외이사 수가 그동안 달라졌지만 여기에 특별한 사유나 배경이 작용한 건 아니다"며 "향후 유능한 인물을 선정해 사외이사를 증원할 수도 있겠으나 현재는 충원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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