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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존 이사회 점검

재무·회계 괴리된 서진오토모티브 감사 '전문성 의문'

④'대학교 미술치료상담원장 출신' 선임…관계자 "조직 운영 프로세스 이해 탁월" 해명

박동우 기자  2024-08-13 15:53:54

편집자주

상장법인은 주식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면서 불특정 다수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온다. 그 대가로 상장사 이사회는 건전한 경영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의무를 부여받는다. 사외이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 각종 공시 의무 등이다. 다만 별도기준 총자산 2조원 미만 기업은 의무강도가 약하며 당국의 감시망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 '회색지대(Gray Zone)'에 존재하는 이들 기업의 이사회를 면밀히 살펴본다.
감사는 이사회 업무를 감독하는 만큼 '투명경영'을 촉진하는 핵심 주체다. 기업 경영 의사결정이 적법하고 타당하게 처리되는지 살펴야 하기 때문에 회계를 둘러싼 소양을 갖췄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하지만 올해 서진오토모티브가 새로 선임한 감사의 전문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대학교 부설 미술치료상담원장을 역임한 교수가 감사로 활동 중인데 재무·회계 영역과 현저히 괴리된 이력을 갖췄다. 서진오토모티브 측은 "조직 운영 프로세스를 둘러싼 이해가 탁월한 인물"이라며 "비영리기관에 종사했기 때문에 경영진·대주주 이해관계에서도 자유롭다"고 해명했다.

◇감사위 미설치…"이근매 감사, 경영진 이해관계 자유로워"

현재 서진오토모티브는 감사위원회를 두지 않고 상근감사 1인만 두고 있다. 상법에 따르면 최근 사업연도 말 별도기준 총자산이 2조원을 웃도는 상장사는 감사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서진오토모티브의 작년 말 자산총계는 2222억원에 불과하다.

상근감사로 선임된 인물은 이근매 평택대 일반대학원 상담학과 교수다. 1958년생인 이 교수는 대구대 대학원 특수교육학과에서 문학 박사를 취득한 이래 학계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평택대에서 △미술치료상담원장 △미술치료학과 주임교수 △사회봉사센터 소장 △소수집단학생지원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고 올 3월 주주총회를 거쳐 감사로 부임했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서진오토모티브 이사회는 이 교수를 감사 후보자로 추천한 사유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바른 방향을 제시해 회사가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객관적 시각에서 의견과 제언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회사의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등 감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기술했다.

하지만 이근매 감사의 전문 분야는 기업 경영과 이사회 업무 집행을 감독하는데 필요한 재무·회계 소양과 거리가 멀다. 이 감사는 한국미술치료학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학교미술치료의 현황 및 발전 방향'(2015년)이나 '발달장애아동과 미술치료'(2003년)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길그림을 활용한 아동학대 행위자의 상담 경험연구' 제하의 논문을 학술저널에 게재하는 등 사회복지 영역에 천착해 왔다.

서진오토모티브 관계자는 "이 교수는 대학교 부설 미술치료상담원 원장을 8년간 역임한 덕분에 조직의 운영 프로세스와 계획 수립, 제반 규정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다"며 "비영리기관에 종사한 이력을 감안하면 자사 경영진·대주주와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인물로 파악돼 감사로 활동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12년간 활동한 이재용 전 감사, 이사회 안건 감독률 72%

서진오토모티브는 감사에게 이사회 참석 권한을 부여했다. 경영진을 위시한 이사들이 적법하고 타당하게 업무를 처리하는지 감독하는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분기·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제반 업무와 관련된 장부 및 서류 제출을 해당 부서에 요구할 수 있다"며 "필요시 회사로부터 영업에 관한 사항을 보고 받을 수 있으며 적절한 방법으로 경영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밝힌 배경과 맞물렸다.

감사가 직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지원 조직도 뒀다. 기존 사내 부서 가운데 경영관리팀과 전산운영부서가 2019년부터 상근감사의 감독 사무를 보조해 왔다.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체계를 평가하는 역할도 부여됐다. 특히 감사 업무를 보조하는 주체로 내부회계관리자이자 사내이사인 신석호 경영관리·구매본부장도 포진했다.

업무를 보조하는 지원 조직을 뒀지만 감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은 따로 실시하지 않고 있다.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별도의 교육 필요성이 없다"는 내용을 매년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 등에 적시해 왔다. 감사에 대한 교육은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달렸지만 한국ESG기준원(KCGS)은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상장사 감사는 전문기관에서 감사와 관련된 교육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근매 교수가 선임되기 전에는 이재용 전 한국레노버 대표가 상근 감사를 지냈다. 2012년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방식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이래 올 3월까지 12년여 동안 활동했다. 1953년생인 이재용 전 감사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인물로 한국IBM 금융본부장(상무),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기술 전문기업 마크애니 대표 등을 역임했다.

공시된 감사 활동 내역을 토대로 살피면 2012년 이래 올 3월까지 이사회에 상정된 156개 안건 가운데 이재용 전 감사가 감독한 의안은 113건(72.4%)이다. 이사회 전체 의안 대비 감사가 감독한 안건의 비중(의안 감독률)을 살피면 2012~2014년, 2016~2017년, 2023년에는 100%로 나타났다. 비율이 가장 낮았던 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으로 당시 이사회 안건 19건 가운데 7건(36.8%)만 감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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