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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거버넌스를 어떻게 할까

최명용 CFO부장 겸 부국장  2024-02-15 07:45:26
네이버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1516만주, 9.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의 총수는 이해진 창업자, 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다. 지분율은 3.7%에 불과하지만 공정위는 총수를 이해진 GIO로 지목했다. 네이버는 총수없는 대기업으로 봐달라고 공정위에 의견을 전달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총수없는 대기업을 자청한 이유는 총수로 지정되면 생기는 여러가지 불편 때문이다. 친인척 회사에 대한 공시부터 각종 서류 제출에, 규제를 받는 일도 상당하다. 또 하나는 이 GIO의 보유 지분이 미미한 수준이란 점이다. 단순히 말해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세배가량 많은 데 3%대 지분을 보유한 이 GIO를 총수라 하기엔 애매하다.

반면 공정위가 이 GIO를 총수로 보는 것은 실질적인 지배력 때문이다. 지분율은 낮지만 네이버의 주요 경영에 깊숙히 관여할 수 있다. 창업자의 영향력은 지분 가치 이상을 행사하기 마련이다.

관전 포인트는 포스트 이해진 시대의 네이버다. 창업자가 후선으로 물러나고 진짜 총수없는 대기업이 될 경우 네이버의 거버넌스는 어떻게 될까.

총수 없는 대기업들은 이미 여럿 있다. 공기업의 성격으로 설립된 KT나 KT&G, 포스코 등은 태생부터 총수가 없었다. 라이선스 산업인 은행들도 총수가 없다.

공통점은 CEO 교체 과정에서 외풍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뀌면 항상 나오는 단골 레파토리는 '전 정권에서 선임된 CEO인 만큼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 진행된 포스코 회장 선출 과정에서도 외풍이란 단어가 반복적으로 나왔다. 호화 이사회 논란 뒤엔 회장 선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 있다. 이사회를 흔들어 정권의 입김을 반영하려 한 시도였다. 포스코 이사회는 이를 거부했고 경찰수사까지 받는다.

KT&G에서도 비슷한 이사회 흔들기가 진행 중이다. 비슷한 호화 이사회 논란이 일었고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해 KT는 윤경림 내정자가 사퇴하고 김영섭 대표가 선임되는 이른바 'KT사태'까지 겪었다. 몇개월간 최고 경영자가 공석인 사태까지 있었고 이사회 멤버를 교체한 끝에 새로운 CEO를 선임했다.

포스트 이해진 시대, 네이버의 CEO 교체 과정에 이같은 외풍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네이버만큼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도 없다. 정권을 잡은 집권세력이 네이버에 입맛에 맞는 CEO를 앉히자고 작업을 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방송을 장악했던 시도가 이젠 이사회를 통해 네이버를 장악하는 시도로 바뀔 수 있다.

네이버만의 문제일까. 포스트 이재용 시대가 되면 삼성전자의 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바뀐다. 현재도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1.49%에 불과하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통해 지배하고 있지만 20% 남짓이다. 상속세 납부를 완료되면 더 떨어진다. 한세대가 더 지나면 이재용가(家)의 삼성에 대한 지분율은 10% 미만으로 떨어진다. 7%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등극할 날이 멀지 않았다.

현대차, SK, 롯데 등 대다수 대기업들도 시간이 지나면 총수 지배력은 떨어지고 국민연금을 최대주주로 모셔야 한다.

총수가 이끌어가는 기업엔 부의 편중이란 꼬리표가 붙는다. 국민연금이 이끌어 가는 대기업엔 어떤 꼬리표가 붙을까. 민간이 이끌어가는 기업과 정부가 이끌어가는 기업 중 어디가 더 경쟁력이 있을까.

상속과 거버넌스에 대한 제도적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상속세율을 낮추자는 게 아니다. 이사회를 통하건, 재단을 통하건, 민간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최소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사회를, 거버넌스를 흔드는 일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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