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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현대모비스가 최고재무책임자(CFO) 직책인 재경본부장에 다시 내부 출신 인사를 앉혔다. 이번에 선임된 박기태 전무를 포함해 지금까지 재경본부장에 앉은 인물은 총 4명이다.
이 가운데 초대 재경본부장인 최병철 사장과 박 전무는 현대모비스에서 성장한 반면 배형근 사장과 한용빈 부사장 등 다른 2명은 현대자동차 등 다른 계열사에서 경험을 쌓은 뒤 현대모비스 CFO에 선임됐다. 역대 CFO 가운데 2명은 내부 출신, 2명은 계열사 출신이다.
◇현대모비스에서 성장한 최병철 사장과 박기태 전무 현대모비스에서 지금의 CFO 조직인 '재경본부'가 만들어진 때는 2013년이다. 이전에는 재경사업부 혹은 재경실 등으로 불렸고 규모가 작았다. 조직을 이끄는 책임자의 직급도 높지 않았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일원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2013년 재경본부로 바뀌면서 책임자는 전무급 이상의 임원이 맡고 있고 사내이사로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초대 재경본부장은 최병철 사장(당시 부사장)이다. 1958년생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최 사장은 현대모비스 전신인 현대정공에 입사해 재무팀장과 재경실장, 재경사업부장 등을 차례로 지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재경본부장으로서 CFO 역할을 한 뒤 현대차 재경본부장(CFO)를 거쳐 현대차증권 대표이사(CEO)로 이동했다. 그는 올해 퇴임이 결정됐다.
최 사장과 함께 현대모비스에서 성장해 CFO에 선임된 또 다른 인물은 박기태 전무다. 박 전무는 최근 인사에서 전무 승진과 함께 재경본부장에 발탁됐다.
박 전무는 현대모비스가 CFO 자리에 약 10년 만에 앉힌 두 번째 내부 출신 인사다. 1966년생으로 서강대 경영학과와 서울시립대 세무학 석사 졸업한 그는 세무팀 과장과 IR팀 차장, 회계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CFO 가운데 보기 드문 세무 분야 전문가다.
최 사장과 박 전무는 2000년대 초반에 한규환 대표의 지휘를 받으며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운영하는 실무자 역할을 함께 한 바 있다. 최 사장은 당시 자금운영부서장으로 자금 조달과 관리 등을 책임졌다. 박 전무는 세무팀장으로 법인세 신고와 고정자산 관리 등의 업무를 맡았다.
◇현대차 등에서 성장한 한용빈 부사장과 배형근 사장 현대모비스가 아닌 현대차를 포함한 계열사에서 경험을 쌓은 뒤 현대모비스 CFO에 선임된 인물도 2명이다. 먼저 초대 재경본부장인 최병철 사장의 배턴을 2016년 이어받은 한용빈 부사장은 직전에 현대글로비스 경영지원본부장(CFO)으로 약 3년간 근무했다. 현대모비스 역대 CFO 가운데 다른 계열사에서 CFO로 근무하다 선임된 유일한 인물이다. 1965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한 부사장은 현대글로비스 CFO에 선임되기 전에는 현대차에서 경영기획1팀장과 종합경영분석팀장 등을 지냈다. 경영진에게 전략적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는 역할을 오랫동안 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으로 근무한 뒤 친정인 현대차로 복귀해 현재 기획조정3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기조 3실은 협력사 관리가 주업무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한 부사장 후임으로 임명된 배형근 사장(당시 부사장)도 기아와 현대차에서 오래 근무했다. 1965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배 사장은 2007~2014년 기아와 현대차에서 총부팀 비서로 10년 가까이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보좌한 경력을 갖고 있다. 2015~2017년에는 현대차에서 기획실장과 기업전략실장 등을 지냈다.
이후 배 사장은 2018~2023년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을 지낸 뒤 최근 인사에서 승진과 함께 현대차증권 대표에 선임됐다. 최병철 사장에 이어 두 번째로 현대모비스 CFO 출신 현대차증권 대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