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현금창출력이 3배 넘게 향상된 현대모비스가 설비·지분투자와 부채 감축 규모를 늘렸다. 전동화 부품 경쟁력을 높이고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는 현금 운용 전략을 펼친 셈이다.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준수한 현금창출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주주환원책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실적 확대와 금융상품 매각으로 현금 4.4조 확보 현대모비스의 올해 3분기(누계)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조453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39%(3조1403억원) 증가했다. 역대 3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활동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창출했다.
영업활동에서 대규모 현금이 유입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최대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 세계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면서 양사 공장과 A/S부문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의 실적도 덩달아 확대됐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순이익은 각각 10조696억원, 7조157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0%(3조7960억원), 112%(3조7853억원) 증가했다. 같은 시기 현대모비스 순이익도 2조771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9%(9213억원) 늘었다.
순이익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산출할 때 출발점이다. 순이익에 실제 현금 유출을 동반하지 않는 비용은 더하고 현금 유입을 동반하지 않는 수익은 빼는 등의 과정을 거쳐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계산한다. 순이익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상관관계다.
여기에 더해 현대모비스는 보유하고 있던 채권 등의 금융자산을 매각해 1조416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순이익보다 1조7000억원 이상 많은 4조원 넘는 현금을 창출하게 된 또 다른 이유다. 통상 금융자산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활동은 재무활동으로 분류되지만 현대모비스는 영업활동으로 분류했다.
◇설비·지분투자와 차입금 상환에 총 2.5조 지출...잔여 현금 8025억 월등히 향상된 현금창출력에 힘입어 현대모비스는 올해 전동화 부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설비·지분투자를 늘리고, 부채 감축 규모를 확대할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는 설비투자(유형자산 순취득)에 1조1558억원, 지분투자(관계·공동기업주식 취득)에 4582억원의 현금을 썼다. 설비투자에 지출한 현금의 약 47%는 국내, 나머지 53%는 해외 공장 신·증설에 사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설비투자가 집중된 곳은 생산실적이 늘어나는 미국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SUV 차종 등 고객사(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판매 증가가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분투자 대상은 구체적으로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세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법인인 슈퍼널(1691억원), 현대차그룹 북미 투자법인인 HMG글로벌(2763억원), 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에 세운 스마트제조기지인 HMGICS(146억원) 등이다. 총 1조6138억원에 달하는 설비·지분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어 차입금 순상환에 9059억원의 현금을 썼다. 설비·지분투자에 이어 올해 현대모비스가 가장 많은 현금을 지출한 영역이 차입금 순상환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차입금이 순증한 것과 확연히 달라졌다. 대규모 차입금 순상환으로 현대모비스 부채비율은 45.4%로 전년동기 대비 1.8%포인트(p) 떨어졌다.
지난해보다 설비·지분투자와 차입금 순상환 규모를 늘렸음에도 현대모비스는 현금 8025억원을 남겼다. 그만큼 올해 현금창출력이 뛰어났던 셈이다.
시장 관계자는 "내년에도 A/S사업부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실적과 현금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고려한다는 게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도 285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회사는 지속해서 자사주를 매입하고 일부를 소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