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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성과 보수

크래프톤, 인센티브 '12배 증액' 뒷받침한 'IPO 공로'

배동근 CFO 상여금 '3억→36억', 2조8000억 자금조달 주역 '존재감'

박동우 기자  2023-03-22 16:37:18
크래프톤의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해 받은 상여금이 12배 늘었다. 2년 만에 인센티브가 3억원에서 36억원으로 증액됐다. 부임 이래 가장 많은 성과급을 수령할 수 있었던 건 기업공개(IPO)를 성사한 공로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2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조달한 주역이라는 존재감이 돋보였다.

◇연간 수령액 '80%'는 성과급

배 이사(사진)는 2000년대 국민은행 국제금융부에서 첫 경력을 쌓았다. 2008년 JP모간으로 이직한 뒤 홍콩·한국 권역 IB본부장을 역임했다. 2016년 게임 회사 넷마블의 기업공개(IPO) 실무에 참여한 경험이 새로운 커리어를 잇는 계기를 마련했다. 배 이사는 증시 상장을 모색했던 크래프톤 경영진의 눈에 들면서 2018년에 CFO로 부임했다.

올해로 재임 5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사내 임직원을 통틀어 작년에 금전적 보상을 가장 많이 받은 대목이 방증한다. 배 이사는 2022년에 47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상세 내역을 살피면 급여 지급분이 10억5700만원이다. 나머지 36억원은 모두 상여금으로, 연간 수령액의 77%를 차지하는 규모다.

CFO로 합류한 2018년 이래 배 이사가 얻은 보수 내역은 세 차례 공개됐다. 2019년에 11억7500만원, 2020년에 10억원을 수령했다. 당시 연봉에 포함된 성과급은 각각 3억원으로 지난해 상여(36억원)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었다.


인센티브가 대폭 늘어난 데는 2021년 하반기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완수한 공로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공모에 성공하면서 크래프톤이 2조7846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거액의 실탄을 조달한 덕분에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키울 기회를 잡았다.

6500억원을 들여 미국 업체 '언노운월즈(Unknown Worlds Entertainment)'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진출하는 시장이 아시아를 벗어나 북미 권역으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PC와 모바일 영역에 국한하던 사업 역량도 콘솔(console) 게임 분야까지 넓어졌다.

IPO 추진 국면에서 배 이사는 활발한 대외 소통도 병행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품는 의문을 해소하며 크래프톤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분투했다. 2021년 7월에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그는 매출의 80% 이상이 중국 시장에 편중돼 있다는 비판에 대해 "최종 사용자(엔드 유저)를 토대로 살피면 중국의 비중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해명했다.

◇상장 준비하면서 '재무건전성' 충족

배 이사의 성과급 수준을 결정하는 데는 '인센티브 계약'도 좌우했다. 2018년에 크래프톤 CFO로 합류하면서 사측과 맺었다. 부임 초기에 과다한 성과급을 받고 퇴사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재무 정책의 연속성을 감안해 장기간 근속을 유도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다만 크래프톤 관계자는 "계약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인센티브 계약 체결 당시 크래프톤 경영진은 배 이사에게 △재무건전성 △재무위험 관리체계 확립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 도입 등의 요건을 제시했다. 배 이사는 CFO 취임 이후 경영진의 기대에 부응하는 레버리지 지표를 실현했다.

2017년 말 별도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8000%를 웃돌았다. 하지만 IPO 준비 국면에서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보통주로 전환된 덕분에 부채비율을 2021년 말 19.4%, 2022년 말에는 14.5%까지 낮췄다. 풍부한 현금성자산을 업고 2020년부터 순차입금 마이너스(-)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대목도 돋보인다.


회사의 실적 역시 배 이사의 상여금을 좌우했다. 크래프톤은 계량 지표와 비(非)계량 지표를 종합해 임직원의 보상 수준을 결정한다. 리더십, 직무 전문성 등은 정성적 검토 요인에 속한다. 정량 평가에서는 '전년도 영업이익 증감율'을 중요한 항목으로 고려한다. 전사 임직원이 기여한 결과가 실적이라는 경영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021년에 6964억원으로, 2020년(-1290억원)과 비교하면 흑자로 돌아섰다. 이는 2022년 성과급을 수령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영업 실적이 반전을 맞은 비결에는 배 이사의 묘수가 통했다. 크래프톤은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계열사 펍지를 2020년 12월에 합병했다. 모회사인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를 향상하면서 개별 기준 실적을 일시에 끌어올린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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