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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크래프톤

인수재원 확보 '삼위일체 전략' 뒷받침

④계열사 재무여력 흡수, IPO 성사…'배틀그라운드' 기반 현금창출력 강화

박동우 기자  2023-03-17 16:55:18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투자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재원'이다. 실탄이 풍부할수록 유망한 회사 지분을 더욱 활발하게 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이 기업 인수 자금을 확보하는 데 '삼위일체 전략'이 뒷받침됐다.

먼저 간판 히트작 '배틀그라운드'를 기반에 둔 사업을 전개하면서 수익성이 견조해졌고 현금창출력 강화로 이어졌다. 합병을 통해 자회사 펍지의 탄탄한 재무 여력을 고스란히 흡수하는 묘책도 돋보였다. 기업공개(IPO)를 성사해 3조원에 가까운 유동성을 얻는 결실도 이뤄냈다.

◇NCF·FCF 양전환, 해외투자 보폭확대 계기

크래프톤은 2007년 창사 이래 10여년 동안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게임이 부재해 실적 부진을 겪었다. 투자 재원을 쌓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 시기에는 자금 대부분을 신작 개발에 투입했다. 대신 인수·합병(M&A)에 주식 스와프 기법을 적용하는 등 투자 재원 사용을 최소화하는 접근법을 채택했다.

이후 유동성을 축적할 기반을 다진 건 배틀그라운드의 흥행 덕분이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연속으로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과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2019년부터 플러스(+)로 돌아섰다. 게임 개발을 완료한 뒤 서버 유지·보수와 업데이트 이외에는 비용 소요가 제한적이었던 만큼 현금 창출력이 강화됐다.


특히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자회사였던 펍지를 2020년 하반기에 흡수 합병하면서 별도 기준으로 곳간을 넉넉하게 채울 수 있었다.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등을 더한 유동성이 별도 기준으로 2019년 말 155억원에 그쳤지만 2020년 말에 7119억원으로 늘어난 사례가 방증한다. 1년 만에 45배 넘게 불어난 금액이었다.

실탄이 풍족해지면서 투자의 보폭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내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 진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동남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권역으로 사업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구상을 그렸다. 게임 이용자 풀(pool)이 두텁고 구매력이 점차 성장하는 특징을 눈여겨봤다.

2020년 11월에 인도 법인을 설립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여세를 몰아 2021년에는 현지 이스포츠(e-sports) 전문 업체인 노드윈게이밍 지분을 매입하는 데 256억원을 집행했다. 웹소설 연재 플랫폼 '프라틸리피'를 운영하는 나사디야테크놀로지스에도 522억원을 투입했다.


◇IB출신 배동근 CFO '3조 마련' 공헌

2020년을 전후로 핵심 과업이 '글로벌 시장 진출 가속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경영진은 투자 여력을 대폭 보강하는 방향을 설정했다. 자금 확충 수단으로 부상한 건 '증시 상장'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기가 위축되자 국내외 금융당국이 초저금리 정책을 구사했고 시장에 유동성이 많이 풀린 대목이 IPO 구상을 추진하는 데 탄력을 줬다. 게임을 위시한 비대면(언택트) 산업군에 포진한 회사들의 밸류에이션이 상승하는 추세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총대를 멘 인물은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였다. 배 CFO는 투자은행(IB)업계 경력이 풍부한 인물이었다. 2008년 JP모간에 합류한 이래 10년 동안 IB본부장을 역임했다. 2016년 넷마블이 증시에 입성할 때 JP모간은 상장 대표주관사를 맡았다. 이 시기 배 CFO는 게임 회사의 공모가격 산정, IPO 타이밍 결정 등을 둘러싼 경험을 체득했다.


다만 밸류에이션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존재했다. 당초 비교군(피어그룹)으로 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 음반 제작사 워너뮤직 등 해외 기업을 포함했다. 게임을 넘어 콘텐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주가수익비율(PER) 배수를 부풀리는 취지가 반영돼 있었다. 결국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어 최종 피어그룹은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국내 상장 게임 회사로 정정됐다.

우여곡절 끝에 2021년 IPO를 마무리한 결과 크래프톤이 조달한 금액은 2조7846억원이었다. 덕분에 그해 말에 유동성 규모가 별도 기준 2조8603억원으로 집계됐다. 6508억원을 투입해 미국 게임 개발사 언노운월즈를 인수하고, 538억원을 들여 국내 게임 제작사 5민랩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경영진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조6000억원 넘는 자금을 M&A나 소수 지분 투자에 활용하는 로드맵을 세웠다. 다만 경기 후퇴 여파로 연간 실제 투자액과 계획의 괴리가 발생했다. 2022년에 5376억원을 투자하는 구상을 그렸으나, 지난해 1~9월에 집행한 금액은 1176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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