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활약하는 배동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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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수수료를 전년대비 10% 절감하는 등 영업비용을 감축한 대목이 배 CFO의 결실을 좌우했다. 여기에 상장을 계기로 유입된 자금으로 투자에 나서 운용 수익을 창출한 점도 상여 책정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
◇2020년보다 상여 2.4배 늘어 배 이사는 올해 상반기에 보수 12억6900만원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매달 정기적으로 받는 급여가 5억4100만원으로 집계됐는데, 사내 임직원을 통틀어 가장 많은 금액이다. 김창한 대표가 수령한 급여 4억8100만원보다 12.5% 많았다.
인센티브는 7억2800만원으로 보수 총액의 57.4%를 차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처음 연봉이 공개된 2020년에 받았던 연간 상여금 3억원과 견줘보면 2.4배 넘게 늘어났다.
상여에는 자사주 1995주가 포함됐다. 자연스레 배 이사가 가진 크래프톤 주식이 늘어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보유 지분이 2022년 말 630주였으나 2023년 6월 말에는 2625주로 불어났다. 이달 21일 종가 15만8300원을 적용한 주식 평가가치는 4억1554만원이다.
배 이사가 받은 크래프톤 지분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다. 기업이 제시한 목표에 부합하는 성과를 창출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나눠주는 자사주다. 대신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 처분할 수 있는 단서를 달았다.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제공과 달리 RSU 지급은 이사회 의결만 거치면 되기 때문에 보상책 이행의 신속성을 확립할 수 있다.
크래프톤이 RSU를 도입한 건 2022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영진은 유능한 인재를 끌어올 방안을 모색했고 △알파벳 △아마존 △테슬라 등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우수 임직원들에게 자사주를 지급하는 대목을 눈여겨봤다. 크래프톤은 전체 RSU 지급 물량을 11만주로 설정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1만7235주가 임직원들에게 무상 지급됐다.
◇불황 속 '40%대 이익률' 실현 배 이사의 성과급 수령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건 지난해 수익성 지표였다. 크래프톤은 반기 보고서를 통해 "2022년 조직 및 개인의 성과를 검토한 후 인센티브 금액을 지급했다"며 "영업이익 등으로 구성된 계량지표와 전사 성과 기여도, 리더십, 전문성 등으로 구성된 비계량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크래프톤의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40.5%로 △넥슨(29.3%) △넷마블(21.7%) △카카오게임즈(15.3%) △넷마블(-4.1%) 등과 견줘보면 우위를 형성했다. 지난해 게임업계 전반에 불황이 밀려들었지만 크래프톤은 2021년 34.5% 대비 이익률을 6%포인트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매출이 1조8854억원에서 1조8540억원으로 1.7% 줄어든 대목을 감안하면 수익성 제고에 주효한 건 비용 감축이었다. 지난해 영업비용이 1조1024억원으로 집계됐는데 2021년 1조2347억원과 비교하면 10.7% 감소한 금액이었다.
지급수수료를 2021년 3594억원에서 2022년 3253억원으로 9.5% 절감하는데 성공했다. △서버 운영비 △E-스포츠 대회 관련 비용 △게임 제작 외주비 등을 포괄하는 계정과목이 지급수수료다.
배 이사는 상장을 계기로 확보한 2조7846억원의 실탄을 토대로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조치도 병행했다. 그 결과 2021년 말 제로(0)였던 유동성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이 지난해 말 2조4506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이자수익이 109억원에서 337억원으로 3배 넘게 증가하는 결실을 얻었다.